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나채영 기자서울 강남 한복판의 건물 옥상에서 흉기를 휘둘러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20대 A씨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A씨는 명문대 의대생으로, 과거 수능 만점자로도 주목 받은 인물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8일 오후 3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나선 A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한 건지, 투신 시도는 왜 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 잇따랐지만 A씨는 침묵했다.
A씨는 지난 6일 서울시 서초구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B씨에게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살인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중학교 동창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옥상에서 남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투신 소동을 벌이는 A씨를 구조했으며, 이후 약이 든 가방 등을 두고 왔다는 A씨 진술에 따라 현장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A씨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범행 당시 마약을 투약하거나 술을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씨와 관련해 스토킹 피해 신고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지법 향하는 강남 여자친구 살해 의대생. 연합뉴스A씨가 범행 전 경기 화성의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준비했다는 정황도 드러나면서 경찰은 계획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오전에 실시한 피해자 시신 부검 결과 사인은 '자창에 의한 실혈사', 즉 과다출혈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명문대 의과대학 재학생으로, 대입 수능 만점자로도 한 때 주목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는 따듯한 마음, 환자의 아픈 곳을 신속하게 치료해 줄 수 있는 뛰어난 실력, 이 두 가지를 갖춘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 구속 여부는 늦은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