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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일상이 사기였다" 전청조가 항소심서 풀어낼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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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법정B컷]"일상이 사기였다" 전청조가 항소심서 풀어낼 이야기는

    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경호원을 대동하고 사진을 찍은 전청조씨. JTBC 보도 캡처경호원을 대동하고 사진을 찍은 전청조씨. JTBC 보도 캡처

    '재벌 3세' 혼외자를 사칭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사의 대주주 행세를 하는 것도 모자라 성별까지 바꿔가며, 사기 행각을 벌인 전청조씨는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1심에서 '30억원대' 투자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 '법정B컷'은 사기범 전씨의 항소심 법정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10월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한 기자에게 "저는 남자가 맞아요. 신분증이 1, 남자는 1 아닌가"라며 위조한 주민등록증을 내보였다고 합니다.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지난 9일, 피고인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人定訊問)에서 전씨는 주민등록번호를 빠르게 읊었습니다. 뒷자리는 숫자 '2'로 시작했습니다.

    "일상이 사기" 전청조…1심 "소설 상상력 뛰어넘는 막장 현실"

    잠시, 전씨의 1심 선고 날로 가봅니다. 전씨의 사기 행각은 온갖 형사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판사가 보기에도 기상천외했나 봅니다.  

    재판장은 '일상이 사기'였다고 자인한 전씨의 범행이 소설가의 상상력도 뛰어넘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2024.02.14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 전청조 1심 선고기일 中
    재판부: 중국 작가 위화라는 사람이 쓴 '형제'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소시민들 고단한 삶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남자주인공 한 명이 작품 속에서 가슴을 넣었다 뺏다 합니다. 가슴이 커지는 가짜 크림 팔아서 먹고살고자 하기 위해서였던 것입니다. 그 작품을 읽으며 위와 같은 대가(大家)가 그런 소재를 썼다는데에 굉장히 의아했습니다. 그러다 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슴은 물론이고, 성별까지 왔다 갔다 하는 막장의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어 버렸습니다. 재판을 마친 저희 재판부로서는 이 사건으로 그저 인간의 탐욕과 물욕을 경계하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씁쓸한 소회가 들 뿐입니다.

    (중략) 앞서 말씀드린 소설 속 인물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했습니다. 선하고 착한 사람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행위를 한 겁니다. 먹고 살아남는다는 기본적 욕구 앞에 무릎 꿇은것 뿐입니다. 그런데 전청조는 일상이 사기였다는 본인의 재판 중 말처럼 범행을 돌아보고 피고인 스스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반성 하시길 바랍니다.
    1심 재판부는 10년 6개월인 양형 기준 상한을 넘어서는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전씨 예상도 뛰어넘은 걸까요. 선고 직후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오열했습니다.  

    "다른 사기범과 특별히 다르지 않아"…징역 12년은 너무 무겁다

    전청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전청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전씨는 물론 검찰 역시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9일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심리로 전씨의 2심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명품 옷으로 '재벌3세' 행세를 하며, 경호원까지 대동해 다녔던 전씨는 이날 녹색 수의 차림으로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피고인석에 자리했습니다. 재판 내내 조금은 어깨가 말린 자세로 위축된 모습이었습니다.

    먼저 검찰 측이 전씨가 저지른 범행에 비해 선고된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했습니다. 검사는 "27명이 피해를 봐 피해금만 30억원 상당이다. 피해 회복이 전혀 되지 않았고 그 가능성도 없다"며 "호화 생활을 위한 계획 범행이며 재벌과 남성을 행세하는 등 범행 수법도 불량하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전씨 측은 통상적인 '사기' 범행과 다르지 않음에도 지나치게 무거운 형을 받았다고 맞섰습니다.
    2024.05.09 서울고법 형사13부 전청조 항소심 첫 공판 中
    재판부: 쌍방 양형부당으로, 검찰은 사유를 간략히 밝혔는데 변호인도 간략히 말해주십시오.

    변호인: 우선 검사님 말씀한 사정들은 원심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고려됐습니다. 원심에서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한 것을 보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로서 범죄 성부(成否) 판단이 될 요소인데 가중 요소로, 즉 불리한 정상으로 적용돼 양형부당의 위법 있다는 주장입니다.

    재판부: 양형 사유가 통상 사기 범행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내용을 평면적으로 서설 한 것이 가중해야 할 양형 사유로 원심이 보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나요?

    변호인: 네, 그것이 하나의 예시입니다.

    재판부: 다른 사기범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는 취지로 이해되는 데 맞는가요?

    변호인: 네
    전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실제 투자에 사용하지 않은 사실관계들을 사기죄 성립을 판단하는 요소로만 봐야지, 그 자체로 불리한 정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전씨가 받은 형량은 그가 저지른 범행에 맞지 않는 부당한 형량일까요. 

    피해 회복은 요원…피해자 "남현희 벤틀리는 내 돈으로 산 것"

    검찰 수사를 보면, 전씨의 범행에 당한 피해자 90%는 20~30대 사회초년생이었습니다. 전씨는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이를 또 다른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사치품 구입 등에 썼습니다. 전씨가 호화생활을 하는 동안 피해자 일부는 고리 대출까지 받아 매달 수백만원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죠. 현재 전씨 수중에는 피해 회복을 할 만한 돈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날 법정에는 전씨에게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 A씨가 배상명령을 신청해 그 대리인이 참석했습니다. 해당 피해자는 전씨의 범행으로 11억원이란 거금을 잃었다고 합니다. 구치소에서 출소하고, 특별한 재산이나 직업 없이 생활하던 전씨가 해외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돈을 불려주겠다며 A씨에게 접근했던 거죠.
    2024.05.09 서울고법 형사13부 전청조 항소심 첫 공판 中
    배상신청인 측: 1심에서 배상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2심에서) 추가로 신청하게 됐습니다. 기존에 전씨를 상대로 기존 민사소송을 진행했지만, 민사는 취하했고 간소화 절차로 빨리 구제 받기 위해 배상신청을 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금 등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별도로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배상명령을 통하면 특정 범죄에 한해 형사 재판을 하면서 피해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청은 수사 단계에서는 불가하고, 기소 이후 1심 또는 2심 법원에 할 수 있습니다.

    A씨 측은 펜싱 국가대표 출신 남현희씨가 전씨로부터 받은 벤틀리 차량은 "사실상 자신의 돈으로 구매한 것"이라며 돌려받을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A씨는 2심 법원에 탄원서까지 냈습니다. 

    이처럼 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할 겁니다. 법정에서 만났던 한 분양사기 피해자가 떠오릅니다. 그날 재판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속일 의도는 없었고, 되레 재판받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가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진짜 불행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사기당해 아파도 병원비 낼 돈조차 없는 그게 불행이다"라고요.

    항소심 재판부…"향후 재판에서 전청조 얘기 더 듣겠다"

    전청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전청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전씨는 본인의 경호실장 역할을 해준 이모씨와 함께 재판받고 있습니다. 이씨는 전씨의 실체를 알면서도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습니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선고 받고, 구치소에 있는 이씨는 이날 법원 착오로 소환이 누락돼 법정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1심에서는 이씨를 전씨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의 이야기를 더 듣겠다고 했습니다.

    2024.05.09 서울고법 형사13부 전청조 항소심 첫 공판 中
    재판부: 양형 자료가 없다면 재판부는 직권으로라도 피고인 신문을 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1심에서는 이모씨의 공모 부분에 대해 심리가 많이 할애됐습니다. 전청조는 본인의 양형 사유가 있다고 반성문 많이 냈는데 심리가 충분했는지 모르겠고, 남현희씨에 대해서 많이 얘기했는데, 그런 부분은 심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변호인은 그 부분은 변론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까.

    변호인: 전청조 본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전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재판부: 양형사유로는요? 물건이 남현희에게 물건이 많이 가 있어서요.

    변호인: 관계가 있는데 제출할 자료가 따로 없습니다.

    재판부: 지켜보고, 변론 종결 기일에 피고인 신문을 양형 차원으로도 재판부 직권으로라도 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변호인이 피고인 신문 방법으로 하고 싶은 말 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현재 경찰은 남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다시 공범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경찰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전씨는 이날 법정에서 "최후 변론 때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할뿐 별다른 말은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씨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다는 재판부, 그는 1심에서 못다 한 말을 항소심에서 풀어놓을까요. 2심 재판부는 두 차례 정도 기일을 진행한 후 선고가 날 예정입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30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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