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자 입찰 시스템의 서버에 접속해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수법으로 특정 업체를 공사업체로 선정하고 130억 대의 대가를 수수한 한전 입찰 비리 주범들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형사 12부는 6일 한전 입찰 비리 사건과 관련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가 된 입찰비리 전산조작 총책인 한전 KDN 파견업체 전 직원인 박모 씨에게 징역 9년을, 전산 조작자 이모 씨에게 징역 5년을, 정모 씨에게 징역 3년을, 그리고 강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알선 브로커 총책 주모 씨에게 징역 7년이, 또 다른 알선 브로커 양모 씨에게 징역 3년이, 소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내려졌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들로부터 한전 입찰 낙찰가를 뒷돈을 주고 알아낸 뒤 공사를 낙찰받은 공사업자 정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여모 씨 및 심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범행이 10여 년에 걸쳐 조직적,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불법으로 낙찰받은 공사가 120회, 편취한 공사대금이 1,809억 원, 전산조작자들과 입찰브로커들이 공사업자들로부터 110억 원의 뒷돈을 받은 점 그리고 한전의 전자조달시스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입찰에 참여한 다른 건설업체들이 낙찰을 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박탈한 점을 고려해 이 같이 선고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전산조작자, 입찰 브로커, 공사업자들은 순차적인 의사연락을 통하여 사기, 입찰방해 범행에 필요한 행위를 분담함으로써 사기, 입찰방해,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죄의 범행을 공동으로 수행한 공동정범으로 인정해 이 같이 선고한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한전 KDN 파견업체 전 직원인 박 씨 등 전산조작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낙찰하한가를 사전에 알아내거나 조작하여, 알선 브로커 주 씨 등을 통해 공사업자 정 씨들에게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는 투찰가를 미리 알려주었고, 공사업자들은 이런 투찰가로 입찰에 응하여 공사를 낙찰받은 일련의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하고, 입찰방해행위에 해당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공동의 사기 등의 범행으로 인해 얻은 부당이득을 공범자끼리 수수한 행위는 공동정범들 사이의 그 범행으로 취득한 부당이득의 내부적 사후분배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그 수수행위가 따로 배임수증재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전산조작자들과 브로커들에 대한 배임수재, 배임증재는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전 입찰비리 전산조작 총책인 박 씨 등 한전 KDN 파견업체 전. 현 직원인 지난 2005년 9월부터 지난 2014년 11월까지 전국에 걸쳐 83개 전기공사업체 총 133건에 계약금액 기준 2,709억 원 상당의 한전 계약공사를 주 씨 등에게 불법 낙찰하게 한 뒤 그 대가로 134억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가 됐다.
검찰 수사 결과 박 씨 등은 외부에서도 한전 입찰 시스템 서버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업체들이 써낸 입찰가 정보를 모두 분석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업체가 낙찰받도록 시스템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