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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반값에 알코올로 운전해요" 브라질의 바이오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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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발유 반값에 알코올로 운전해요" 브라질의 바이오 실험

    [자원전쟁 특별기획 2-1]한 달 6만 원 절감···"불편한 건 주유소 자주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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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의 상파울로에 사는 아나 플라비아(사진)씨는 지난 2006년 자신의 휘발유 차를 알코올(에탄올) 차로 바꿨다. 2003년 이후 브라질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알코올 차로 갈아 탄 것.

    차를 바꿀 때가 되자 평소에 마음먹었던 대로 경제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차를 바꾼 뒤 그녀는 한 달에 6만 원씩을 덜 쓰고 있다. 계산은 이렇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휘발유 값으로 1주일에 150헤알, 우리 돈으로 9만 4천 원을 지불했다. 1리터에 2.99헤알인 휘발유를 50리터씩 사용한 결과였다. 그러다 알코올차로 바꾼 뒤에는 1주일에 62리터의 알코올을 넣고 있다. 알코올이 휘발유보다 25% 가량 연비가 나쁘기 때문이다. 대신 알코올은 1리터에 1.99헤알로 휘발유 보다 월등히 싸기 때문에 그녀가 1주일에 지불하는 연료 값은 7만 8천 원이다. 휘발유를 쓸 때보다 1주일에 1만 6천 원이 적게 들어가는 셈이다. 불편함은 없냐고 물었다. "불편함이라면 주유소에 자주 들러야 하는 점이다. 그러나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만족스러워서 좋다"고 그녀는 대답했다.

    현재 브라질에는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이건 휘발유건 아무 연료나 넣을 수 있는 이른바 플렉스(Flex) 자동차를 몰고 있다. 2006년 한해에 브라질에서 생산된 차량 가운데 83.5%가 플렉스 차량일 정도로 브라질에서는 알코올 차량이 보편화 됐다. 브라질에 알코올 차량이 도입된 것은 오일쇼크가 기승을 부리던 70년대.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산유국이 아니었던 브라질로서는 휘발유를 대체할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궁리 끝에 과거의 ''경험''을 살려 사탕수수에서 나오는 알코올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실 알코올은 20세기 초부터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됐다. 인류 역사상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처음으로 연 포드의 ''T-카''가 바로 알코올을 연료로 사용한 차였다. 따라서 알코올은 휘발유보다도 먼저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된 물질인 셈이다. 그러던 것이 휘발유가 발견되면서 자연스럽게 알코올은 자동차 연료의 지위를 휘발유에 넘겨주게 된다. 이와 동시에 사탕수수로 알코올을 만드는 것보다는 설탕을 만드는 것이 더 수지가 맞는 사업이 되면서 사탕수수 알코올은 인류의 기억 밖으로 밀려났다. 결국 오일쇼크가 역사 속에 머물러 있던 알코올을 자동차 연료로 되살려 놓은 것이다. 역사의 또 다른 아이러니다.

    [BestNocut_L]그렇다면 문제는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상파울로 주정부 에너지·위생국 제안 네그리 국장은 "30년간 사용하고 있다. 알코올 연소 메카니즘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차 관리를 잘 못한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겨울철에 시동을 걸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바이오에너지 생산자 협회 주제 똘레도 회장은 브라질에서는 알코올을 연료로 한 비행기 100여 대가 운용되고 있는 사실을 들며 "비행기 연료로 사용됐다면 안전성 논란은 끝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엠브라엘(Embraer)이라는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든 ''이빠네마'' 라는 모델의 비행기가 알코올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농사지을 때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100대 정도가 지상 4미터 높이에서 씨를 뿌리고 농약을 할 때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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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에서는 폭스바겐이나 피아트 등 외국의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지난 2006년에 플렉스 자동차를 1350만 대를 생산했다. 특히 2003년 플렉스 자동차를 브라질에서 처음 개발한 폭스바겐의 경우 전체 플렉스 차량의 31.5%를 점유하고 있으며 첫 모델인 Gol 1.6 Flex 의 경우 지금까지 100만대를 팔아치웠다. 브라질의 경우는 지난해 이 플렉스 엔진을 처음으로 프랑스에 수출하기까지 했다.

    알코올 자동차는 현재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국가와 미국에서도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브라질과는 달리 옥수수에서 짜낸 알코올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옥수수 곡창 지대인 중부 내륙지방에서만 휘발유에 섞인 알코올이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받은 알코올을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

    상파울로에 주재 중인 관련 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2년 전에 브라질에 알코올 차량 이용 실태를 조사해 가는 등 알코올 도입방안이 논의됐지만 국내의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매번 좌절돼 오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알코올 차량을 이용은 알코올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다.

    바이오에너지 생산자 협회 주제 똘레도 회장은 "당장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화석 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를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알코올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탕수수 농사를 짓던가 아니면 브라질에 투자 하던가 한국의 선택은 둘 중에 하나인 것 같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후원: 한국언론재단, 취재도움: 코트라 상파울로 무역관 지윤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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