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전면휴진 디데이(D-day)'인 18일, 정부는 진료를 중단하고 거리로 나선 의사들을 향해 면허제도로 유지되는 독점적 권한에 상응하는 직업 윤리를 지킬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의대 교수에 더해 동네 병·의원 등의
집단행동을 이끈 의협을 향해, 협회의 설립 목적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를 계속할 경우 임원 변경 및 '법인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엄포를 놨다.
이날 오전 개원의들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한 정부는 불복 사실이 확인된 의협 회원 등에 대해 면허 정지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의사들, 독점적 권한에 상응하는 직업적 책무 지켜야"
개원의들이 소속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하루 총파업 휴진에 돌입한 18일 오전 서울시내 한 의원을 찾은 환자가 '휴진'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권은 그 어떤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전 통제관은 전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무기한 휴진 돌입에 이어 이날 하루 전국적인 집단휴진에 나선 의협의 '진료 거부'를 두고 "우리 사회가 그동안 쌓아올린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 보호 등 공공복리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부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업도 마찬가지로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될 수 없다"며 특히
의사면허제도를 통해 공급 제한과 독점적인 권한 보장이 이뤄지는 의사들은 그 혜택에 걸맞게 '직업적·윤리적 책무'와 '의료법에 따른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지자체와 함께 전국 3만 6311곳의 의료기관에 진료 명령을 내린 정부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모든 개원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우선 진료현황을 모니터링한 뒤
시·군·구 단위 휴진율이 '30%'를 넘기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불법 휴진한 병원들에 대해선 채증 등을 거쳐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및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사전에 경고한 대로, 환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예약된 진료 일정 등을 일방적으로 취소·연기하면 의료법 제15조상 불법 진료거부로 판단해 전원 고발할 방침이다.
전 통제관은 "진료를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는 미리 휴진 신고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그 경우는 예외가 될 것"이라며 "휴진 신고 명령과 진료 명령도 내렸는데, 이를 따르지 않으면 오후에 가서 현장 확인을 하고 채증을 통해 행정처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날 집단행동의 주된 주체인)
개원의는 기본적으로 '1인 1의원'이라 봐야 된다. 휴진을 하고 오늘 행사(집회)에 참여하면 불법적인 진료 거부 내지는 휴진이 되는 것"이라며 "(대학병원 등은) 병원 자체가 지금 휴진을 하겠다고 한 곳은 없다. 비대위를 구성한 교수 중 일부가 휴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개원의와는 다르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선 병원 문은 열지 않은 채 당국의 '확인 전화'만 받는 류의 꼼수가 가능하단 지적도 나온다. 전 통제관은 "기본적으로는 (진료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한다. 지자체 공무원 9500명이 3만 6천 개의 의료기관에 대해 한 사람당 4~5개를 담당해 필요한 조치를 하기 때문에 확인(판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극단적인 경우 의협 '법인해산' 가능"…전공의 행정처분 '완전취소' 요청 일축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도로 개원의와 일부 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이와 함께 정부는
사실상 집단 진료거부를 '종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과 관련, 경찰 수사를 의뢰해 강력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회장 등 의협 집행부 17명에 대해선 지난 14일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고, 전날에는 사업자단체인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들을 담합에 동원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전 통제관은 정부가 의사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까지 취할 수 있는지 묻는 질의에 "(법령) 위반에 따라 단계적으로 여러 조치를 할 수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그렇게 해도 따르지 않는 경우는 임원의 변경,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과 관련해서도 각 대학병원장에게 참여 불허를 요청했다. 향후 진료 공백이 장기화돼 병원 손실이 발생하게 되면 각 병원에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하고, 병원이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건강보험 선(先)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서울의대 교수비대위와 의협 등 의료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및 처분 소급 취소를 두고는 '수용 불가'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4일 '복귀 전공의'에 한해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등에 따른 행정처분을 철회한 것을 놓고,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전공의들을 향한 각종 행정명령을 완전히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통제관은 "기본적으로 '적법한' 행정행위는 취소를 못 한다. (그 행위가) 불법적인 경우에 취소하거나 무효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내린 여러 가지 명령은 취소 자체는 할 수가 없고, 정부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철회란 것은 명령 위반(의 사실)이 있지만 앞으로는 그 효력을 더 이상 발생시키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며 "복귀하는 경우엔 과거 잘못한 부분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많이 복귀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를 계속 해왔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병원 밖에 있는 대다수의 전공의들을 어떻게 돌아오게 할지에 대해선 "고민 중"이라며 "(의료계에서) 큰 틀에서 의견을 주시는 것들은 다 '리스트업'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