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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벼랑끝 정치'에 꼼짝 못하는 제1야당



국회/정당

    김종인 '벼랑끝 정치'에 꼼짝 못하는 제1야당

    비대위원 심야 면담에서도 거취 문제 언급 안해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명단과 순번 확정이 일부 중앙위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데 반발해 비대위에 불참하는 등 당무 거부에 돌입 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없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사퇴압박에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자 결국은 비대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더민주 비대위원들은 22일 김 대표를 설득하러 한밤 중에 구기동 김 대표 자택을 찾아 한시간 동안 읍소하며 대표직 복귀를 간곡히 요청했지만 가타부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앞선 비대위회의에서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 자리는 비워두라"며 회의장을 떠나고 난 뒤였다. 대표직을 그만두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시였다.

    우윤근 박영선 표창원 김병관 비대위원과 김성수 대변인은 22일 밤 김 대표 자택을 찾았지만 김 대표는 이미 이들을 피하기 위해 집을 나간 뒤였다.
    비대위원들은 비례대표 명부 2번에 김 대표를 배정한 뒤 추인을 받아야 했다.

    김 대표가 당초 스스로 비례 2번에 자신을 배정했고 비대위원들이 역풍을 우려해 14번을 제의했지만, 김 대표가 강력히 거부하자 이 번에는 비대위원들이 2번을 간청하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집을 나선 김 대표가 귀가한 건 두 시간뒤인 10시 30분쯤. 미리 자택안에 들어가있던 비대위원들은 한 시간 동안 "우리가 잘못했으니 대표직에 복귀해달라", "총선을 끝까지
    이끌어달라"며 자신들이 비대위원직에서 전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나 '자신은 비례대표 하나 차지하려고 온게 아니다, 무슨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수권 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이대로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며 거듭 서운함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왜 당신들이 사의를 표하느냐"면서도 대표직 복귀 여부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따라 김 대표의 대표직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로 더민주는 또다시 불안한 하루를 맞게 됐다.

    제1야당인 더민주가 김 대표의 '벼랑끝 정치'에 총체적 위기에 내몰린 형국이다.

    김 대표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내 스스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나를 욕보게 하는 그런 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위기에 몰린 야당을 살려놓으니 비례대표 자리나 챙기려는 사람으로 몰았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또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당초 안과 달리 중앙위에서 명단이 상당부분 바뀐 부분에 대해서도 측근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금 바뀌나 했는데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사퇴 배수진에 더민주가 꼼짝 못하는 것은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둔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김 대표가 사퇴를 할 경우 다시 비대위를 꾸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김 대표가 당을 상당부분 안정시킨 것도 김 대표의 입김을 강화해준 요인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비례대표 공천 파동은 김 대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 특유의 '나를 따르라'라는 식의 리더십이 근본 문제라는 것.

    우선 애초의 비례대표 명단에는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후보들이 다수 있었던 데다가 상징성있는 인물도 거의 없었다.

    당내 인사는 "처음 명단으로는 어떻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며 "당 정체성에도 잘 안맞고 대중에게 흡인력있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를 정체성에 대해 문제삼는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 여론은 내용면에서 미흡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문제가 있는 후보들 면면에 대해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김 대표가 이해찬, 정청래 의원 등을 컷오프(공천배제)하면서 근거로 제시했던 '정무적 판단'을 자신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스로 비례대표에 '욕심이 없다'고 밝혀왔다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성 1번인 2번에 배정한 것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게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자신이 책임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한 측근은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서 비토 분위기가 강해 친노 색깔을 빼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런 결정은 예상대로 거센 역풍을 맞았다.

    제1야당의 운명을 볼모로 펼치는 '벼랑끝 정치'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공당(公黨)을 개인의 사당(私黨)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선 김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내홍으로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익명을 요구한 당직자는 "다른 사람에 대해 칼자루를 휘둘렀으면 본인도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총선 이후 대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욕심이 없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자신의 위상을 확인한 뒤 대표직에 복귀하면 당장은 당 장악력이 강화될 수 있겠지만 총선 이후 등 장기적으로는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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