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선거개표 상황실에서 당선확정된 광명을 이언주 후보의 사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4·13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거둔 성적은 선거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드라마틱했다.
안방인 호남을 국민의당에게 내줬지만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을 석권하면서 되레 제1당으로 부상했다.
지역기반을 호남에서 수도권으로 갈아탔으며 부산 지역 등 적진에서도 선전했다. 지금의 야당이 제1당이 된 것은 지난 17대때 열린우리당 시절 이후 12년만이다.
역동적인 선거 결과만큼 대권주자들의 위상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호남에 공을 들인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적 타격을 받겠지만, 대구에서 당선된 김부겸 전 의원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안방 내주고 적진 빼앗아…새누리 꺾고 제1당 부상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안방인 호남 지역을 국민의당에 내주면서 호남 지역의 기반을 잃게 됐다.
제1야당이 호남 민심과 결별한 것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의 탄압에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가 2년만에 귀국한 85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후 30년만에 처음이다.
더민주는 총선 이후에도 호남을 놓고 국민의당과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최대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압승하면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맞게 됐다.
새누리당(122석)보다 1석 많은 123석을 얻어 최대의석을 가진 제1당이 된 것이다. 국민의당 출연에 따른 야권불열로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막상 결과를 보니 가장 많은 의석수를 건졌다.
이는 이변 중의 이변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었던 강남을, 송파을·병, 용산, 양천갑, 경기 광주갑·을 등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그래픽=스마트뉴스팀)
18개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 지역에서도 5곳에서 승리하면서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화에 성공했다.
전재수(북강서갑) 김영춘(부산진갑) 최인호(사하갑) 박재호(남구을) 김해영(연제) 후보는 적진에서 수십년만에 승전보를 울렸다.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를 만들었다는 점은 야당사에 남을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우려됐던 총선 패배에 따른 후폭풍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목표 의석인 107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했었다.
당분간 김 대표 체제가 유지되면서 고질적인 계파 갈등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해 대권 밑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대권지형도 지각변동…문재인 '흐림' 김부겸 '맑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8일 광주 충장로 거리에서 광주시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총선 결과와 달리 더민주의 대권 주자들은 명암이 엇갈렸다. 우선 유력한 야권 대권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선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총선 직전 호남을 두번이나 찾아 호남 성적에 정치운명을 걸었지만 호남 민심을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야권 지지층을 향해 전략투표를 호소한 게 어느정도 효력을 봤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 전 대표는 대권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거론됐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당장 대권행보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손 전 고문은 총선 지원 요청에 선을 그으며 칩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여당 철옹성인 대구에서 배지를 단 김부겸 전 의원은 '대권 직행 카드'를 떼논 당상이다.
차기 당권에도 가장 근접했다. 김 전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할 경우 당내 중도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