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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우리를 지켜주세요"…양주시 광적 청소년들의 읍소



경인

    "어른들이 우리를 지켜주세요"…양주시 광적 청소년들의 읍소

    국방부 헬기부대 배치 계획에 직접 시위 현장에 참여해 발언
    국가·고위관료 무관심에 일침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귀감 주어야"
    대책위, 항의행진·헬기 모형 화형식 진행…강원도 양구시의회도 참여

    14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래비 3.1운동 기념비 앞에서 주민들이 '헬기부대 배치 철회'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우리는 아직 어린이입니다. 여기 광적에서 오랫동안 많은 친구들과 열심히 배우고 뛰어 놀고 싶습니다. 양주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14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의 3.1운동 기념비 앞. 헬기부대 반대 2차 집회가 열린 광장으로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른 주민 수백명이 모여들었다.

    주민들 사이로 그동안 시위현장에서 볼 수 없었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발언을 준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헬기부대 배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집단행동에 청소년들도 합류한 것이다. 이들은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가납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최모(5학년)군은 "열심히 배우고 뛰어 노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런데 어른들은 우리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으려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소음이 우리를 방해하고 분진을 가뿐숨을 쉬게 되면 우리는 우리 동네 학교를 떠나야 한다"며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부모님께서 그렇게 사셨던 것처럼 저희도 우리 동네를 지키고 사랑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달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마쳤다.

    조양중학교 2학년 유모군도 "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으로 생겨난 질별은 오롯이 우리의 몫인데 그 누가 이를 감당하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며 "국가는 책임만 주고 국민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 시대가 온다고 언론을 통해 보았지만 이곳에서는 평화가 아닌 생존권 위협으로 다가와 두렵다"며 "국가에서는 이렇게 학교와 비행장의 거리가 500m 내외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저희가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양주를 떠나지 않도록 어른들께서 저희의 작은 목소리를 들어 달라"며 "책임감 있는 행동과 목소리로 저희에게 귀감이 되고 양주의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며 읍소했다.

    14일 오후 양주시 광적 군 헬기부대배치 반대 대책위원와 주민 300여명이 육군 비행장까지 시위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고태현 기자)

     

    아울러 광적 군 헬기부대배치 반대 대책위원회는 원론적인 답변만 해온 국방부를 규탄하고 헬기부대 배치 철회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지금껏 군사시설로 인한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불이익을 받아온 것도 모자라 헬기부대까지 배치될 경우 헬기 소음으로 추가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며 반발했다.

    대책위는 3.1운동 기념비 앞에서 항공부대 앞까지 트랙터 동원해 시위행진을 벌였고, 부대 앞에서 헬기 모형 화형식도 진행했다.

    화형식에서 안동준 대책위 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행하는 것은 국가에 반하는 궐기가 아닌 안보를 위해 희생한 양주 시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것이고 지켜주기 보다 내놓으라고 하는 국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우리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잃어 버렸다"며 "60년 넘게 국가안보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참고 참아왔던 우리는 후손들에게 소음과 분진을 더 이상 물려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지가 있고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오후 양주시 광적 군 헬기부대배치 반대 대책위원회가 육군 비행장 앞에서 모형 헬기 화형식을 진해하고 있는 모습. (사진=고태현 기자)

     

    이날 집회에는 강원도 양구군시의회 의원들도 참석했다. 양구 지역에서도 국방부가 안대리 비행장에 헬기부대를 창설해 수리온 헬기 18대를 배치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귀남 양구시의회 부의장은 "양주와 양구가 공동으로 대처해 헬기부대 배치가 전면 재검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경기도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국가가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오랫동안 군사시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주 주민들과 함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정성호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대순 양주부시장, 이희창 양주시의회 의장, 대책위 관계자,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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