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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 뛰어든 공무원"…동물 1200마리 살렸다



영동

    "불길 속 뛰어든 공무원"…동물 1200마리 살렸다

    강릉시 공무원들 소방차보다 먼저 현장 도착
    방역차량에 물 채워 밤새도록 동물농장 사수
    엄청난 불길에 말렸지만 목숨걸고 현장 진입
    곰, 사슴, 타조 등 1200마리 동물 화마에서 구해

    지난 4일 밤 강풍을 타고 확산하고 있는 옥계 산불. (사진=전영래 기자)

     

    "엄청난 불길에 말렸지만, 목숨 걸고 뛰어 들어 농장에 있는 동물 1200 마리의 목숨을 살렸어요. 정말 생명의 은인같은 분들입니다"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 밤 강원 강릉시 옥계면 천남리에서는 강릉시청 축산과 공무원 2명이 동물농장에 있는 1200 마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11일 취재진이 만난 동물농장 주인 남우성(29)씨는 "워낙에 큰 대형 산불이라서 손도 못쓰고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만 보던 상황에 소방차보다 먼저 강릉시청 축산과에서 최두순 계장님 백현빈 주무관님께서 방역차량에 물을 싣고 오셨다"며 "우리도 포기한 농장을 두분께서 지켜주셨다"고 긴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화재 당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옥계지역에 불이 번지고 있을 당시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최두순 계장이다. 불이 난 인근에 1천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는 동물농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최 계장은 전화로 상황부터 물었다.

    이에 남씨는 "불길이 번지면서 동물들만 남긴 채 대피했다"고 전했으며, 이 말은 들은 최 계장과 백 주무관은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다급한 나머지 이들은 소독할 때 쓰는 방역차량에 물을 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강릉시 옥계면의 한 동물농장 주인이 지난 4일 밤 발생한 산불이 농장 바로 옆 민가까지 내려왔던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영래 기자)

     

    이들이 도착했을 당시 동물농장 인근에 있는 대나무 숲과 주택까지 불이 번지면서 자칫하면 농장까지 확산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불길이 워낙 커 진입조차 어려웠지만 이들은 불길을 뚫고 진입해 대나무 숲 불을 끄고, 인근 주택에 옮겨 붙은 불까지 진압했다.

    이후에도 불길이 농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도록 방역차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며 끝까지 동물농장을 사수했다. 이와 함께 이동희 주무관은 30분 단위로 남씨와의 통화하며 인근 지역으로 소방차를 보내는데 힘을 보탰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남씨는 "농장에서 대피해 옥계 IC에서 바라봤을 때는 농장이 불에 타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며 "솔직히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곰과 같은 맹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생할 생각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 두분이 도착했을 때 너무도 위험한 상황이라 강하게 말렸지만, 두 분께서 목숨을 걸고 현장에 진입했다"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마에 목슴을 잃을뻔한 동물들을 바라보며 아찔했던 상황을 떠올리고 있는 농장주인 남우성(29)씨. (사진=전영래 기자)

     

    남씨가 운영하는 동물농장은 30년 전 아버지가 사슴 농장으로 시작했다. 이후 30년 동안 가꾸면서 현재 1만2000평 규모에 곰, 사슴, 타조, 햄스터, 조류 등 63종 1200 마리의 동물이 생활하고 있다.

    남씨의 어머니 조명순(63)씨는 "정말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두 분이 없었다면 지금 이 농장은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라며 "동물들의 목숨과 함께 30년 농장을 운영해 온 우리 가족의 목숨도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남씨는 "덕분에 동물과 시설물 등 모든 것이 무사했다"며 "발빠른 초동조치와 실시간 상황판단으로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이 같은 사실은 남씨가 강릉시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고, 보는 이들에게 귀감을 주고 있다.

    최 계장은 "불이 천남리쪽으로 번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근처에 동물농장이 있다는 것이 문득 생각나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공무원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연쩍은 미소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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