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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채우려 양푼비빔밥에 컵라면…단축수업에 친구집 신세도



사건/사고

    배 채우려 양푼비빔밥에 컵라면…단축수업에 친구집 신세도

    일부 근로자 일터 복귀… 첫날보다 다소 줄어
    일부 학부모, 파업 장기화 걱정도

    학교 비정규직 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2500여명이 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파업대회를 열고 있다.(사진=김영태 기자)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 이틀째인 4일 일부가 일터로 복귀하면서 급식 차질을 빚는 학교는 첫날보다 줄었지만 혼란은 이어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도시락 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 대신 비빔밥 재료를 챙겨 단체로 양푼 비빔밥을 조리해 먹게 하는가 하면 전기포트를 마련해 컵라면을 끓여 먹는 상황이 벌어졌다.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학부모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전국 각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든 이날 전국 1만454개 학교 가운데 20.8%인 2177곳에서 정상적인 급식이 이뤄지지 않았다.

    급식 미운영 학교 중 1194곳은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제공하고 377곳은 도시락 지참, 91곳은 외부 도시락을 제공했다. 109곳은 급식이 필요 없도록 단축수업을 하고 406곳은 기말고사 기간이라 급식을 하지 않는다. 기말고사 기간 학교를 제외하면 급식 중단 학교는 전날 2803곳에서 1032곳 줄었다.

    돌봄교실은 전체 5980개 초등학교 중 5888곳이 운영돼 거의 정상화됐다. 파업참가자 수도 전날 2만2004명에서 이날은 1만7342명으로 4662명 줄었다.

    파업 규모가 줄었지만 이날도 전체 학교의 20%가 넘는 학교에서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은 이어졌다.

    자녀의 부족한 식사량을 챙기기 위해 학부모가 학교 쉬는시간에 잠시 들려 햄버거나 김밥 등을 전해주는 등 광경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허기를 채우려 학교 인근 매점을 오가는 학생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맞벌이 부모 대신 상경한 조부모가 손자들의 하굣길을 맞기도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지난 3일 급식이 중단된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과 주스 등을 먹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대체급식으로는 부족한 자녀의 식사량을 채우기 위해 삼삼오오 비빔밥 재료를 나눠서 준비한 뒤 자녀들이 학교에서 함께 모여 양푼비빔밥을 만들어 먹게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학교 학부모 김모(50대·여)씨는 "어떤 학생은 학교에 전기포트를 갖고 와 대체급식과 함께 컵라면을 끓여서 먹었다고 하더라"며 "부모 입장에서는 갑자기 아이들에게 식사를 챙겨줘야 하는 상황인데 제대로 끼니를 준비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단축 수업으로 급식을 제공 받지 못한 일부 맞벌이 자녀들은 밥을 먹지 못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이웃의 도움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40대·여)씨는 "단축수업으로 학교가 일찍 끝난 뒤 아이가 친구를 데려왔는데 시간이 늦어도 집에 안 가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일 나간 부모님이 아직 집에 돌아올 시간이 안되서 그런다고 했다"며 "마음이 아파 대신 밥을 챙겨주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40대·여)씨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아이들 밥 문제뿐만 아니라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거나 혼자 집에 있을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은 걱정이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급식조리원과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속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는 △전 직종 기본급 평균 6.24% 인상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해소 △정규직 대비 근속급 차별 해소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적 차별 해소 △교육공무직제 법적 근거 마련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전날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조합원 1000여명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급식이 중단돼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하는 등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파업은 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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