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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에 군 장병 외출·외박 금지…접경지 '쑥대밭'



영동

    [르포]코로나에 군 장병 외출·외박 금지…접경지 '쑥대밭'

    소상공인들 "불경기에 코로나까지 두들겨 맞아" 한숨
    ASF에 이어 코로나 여파 '이중고'…상인들 "가혹하다"

    24일 취재진이 찾은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한 어르신이 평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군부대 장병들의 외출·외박이 전면 금지되면서, 가뜩이나 강원 도내에서 확진자 발생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시름하는 접경지역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더 커졌다.

    군부대 장병들의 외출·외박이 전면 금지된 후 이튿날인 24일 오전 찾은 강원 고성군 간성터미널. 거리에는 한두 사람만이 듬성듬성 보일 뿐 적막감이 맴돌았다. 문을 연 상가에서 틀어놓은 노래 볼륨이 유난히 작아 거리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까지 맴돌았다.

    터미널 인근에서 30여 년 넘게 군 장병 물품을 판매해온 윤모(57)씨는 취재진과 만나 "3주 전부터 군인들을 보기 어려웠는데, 그제 부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며 "보통 주말에 군인들과 가족 등 3~40명이 찾았는데 어제는 불과 2명이 와서 1만 5천 원 팔았다"면서 초라한 영수증을 내보였다.

    영수증을 보여주고 있는 윤모(57)씨. (사진=유선희 기자)

     

    근처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지난 12월에는 연말이기도 했지만 부대에서 한 번에 100판씩 주문이 몰려온 날도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현재는 아예 한 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더 큰 문제는 각종 식자재값이 다 올라서 예전에는 피망 1kg에 8천 원을 주고 샀는데 현재 1만5천 원으로 훌쩍 뛰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식자재값이 너무 오르니까 사재기하는 분들도 있어 최근 토마토를 구하려고 고성에서 속초 등지를 찾아 헤맬 정도였는데, 여기에 더해 최근 채솟값이 또 오른다고 하니 저희도 냉장고를 추가로 구매해서 양파와 피망, 토마토 등을 미리 저장해놔야 하나 고민이 든다"며 "코로나가 주는 영향이 너무 심각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간성터미널 인근 피자집이 텅텅 비어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천년고성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부부는 이른 점심을 먹고 있었다. 사장 곽모(62)씨는 "고성은 아무래도 군인과 군인 가족들, 노인들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국방부에서는 군인들을 못 나가게 하니 모든 경기가 '올 스톱' 됐다"며 "노인들도 자식들이 나오지 말라고 당부하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에는 장사꾼들밖에 안 다닌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어 "보통 경매를 진행하는 곳에는 속초에서부터 주문진 상인들이 다 모이는데 오늘은 상인들이 반밖에 오지 않았고, 저희는 일단 물건을 받아왔는데 정작 오전에 고등어 두 손만 팔았을 뿐"이라며 "원래 2월은 입학식도 있고 등록금도 내야 하는 등 불경기라 경기가 위축되는 시기인데 코로나19까지 터져 두들겨 맞으니까 완전 '쑥대밭'이 됐다"고 현실을 전했다.

    오지 않는 손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무작정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접경지역 소상공인들의 얼굴에는 심란함이 뚝뚝 묻어났다.

    24일 찾은 천년고성시장에는 청소하는 근로자만 보일 뿐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사진=유선희 기자)

     

    즐길 거리가 많아 군 장병들이 외출을 하면 주로 찾는 속초지역도 직격탄을 맞은 건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취재진이 찾은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꾸역꾸역'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닭강정을 판매하고 있는 최모(64)씨는 "군인들은커녕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기면서 매출이 90%로 떨어져 '바닥 수준'으로, 코로나19로 사람 많은 데를 가지 말라고 안내하는데 누가 오겠느냐"며 "닭을 받아도 팔지를 못하니 재고가 쌓여 이번 주 수요일부터 열흘 정도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맛집으로 방송에도 소개돼 항상 사람들로 붐볐던 한 떡볶이 집 사장 최모(64)씨는 "가뜩이나 관광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는데 엊그제 속초에서 확진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군인들은 아예 발걸음이 끊어졌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가게 관리비는 물론이고 직원들 월급도 못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안에 코로나19 확신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수칙을 준수할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타격을 입은 상인들은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10년 정도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42)씨는 "ASF가 터졌을 초기에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먹는 것을 꺼리면서 손님이 줄었는데 이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손님들이 돌아다니지도 않으면서 말 그대로 '직격탄'을 받았다"며 "그런데 정작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기다리는 것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소상공인이 받는 타격은 너무 큰 상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후유증'이 오래 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성토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하면서 국방부는 지난 22일부터 군 장병의 외출·외박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속초에서는 지난 22일 고성부대 소속 간부의 아내 419번과 양양부대 상근예비역 397번 확진자 등 2명이 발생했다. 강원도는 지난 23일 강릉에서 확진자 1명이 추가되면서 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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