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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항에 빠진 해경부두 건설 계획…9·19 남북합의 이행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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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항에 빠진 해경부두 건설 계획…9·19 남북합의 이행 포기?

    2021~2030년 정부 항만기본계획에 연평항 해경부두 건설 계획 제외
    평화운동단체 "공동어로구역 안전관리 포기하나"
    서해5도 "어민 군사통제 강화 의도 의심" 반발
    해수부 "예산 부족 때문인데…반발 예상 못해" 당혹

    서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에 관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시행된 첫날인 2018년 10월 1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기동훈련중인 고속정의 포신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21~2030년 국내 항만개발의 청사진을 담는 '제4차 항만기본계획' 가운데 서해 북방한계선(이하 NLL) 인근 연평항 개발 계획에 해양경찰부두 건설이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연평항은 2018년 남북 정부가 맺은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이하 남북 군사합의)에서 정한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과 관련한 핵심지역이기 때문이다.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막고 서해 평화수역내 남북어선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연평항 해경부두의 건설이 제외된 것을 두고 우리 정부가 남북 군사합의 이행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 "연평항 해경부두 건설 예산부족 이유로 제외"

    23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서 연평항의 해경부두 건설을 제외했다.

    당초 계획에는 해경부두 건설이 포함됐지만 기획재정부와 예산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빠졌다.

    항만기본계획은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관리 어항에 대한 개발·발전 방안을 10년 단위로 수립해 실행하는 사업이다. 이번 4차 항만기본기획은 2021~2030년의 개발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항만기본계획에서 연평항 해경부두 건설안이 빠진 것은 2030년까지 연평항에 해경부두를 지을 계획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8일 해수부가 항만기본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열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서해 5도 인근에서 불법조업하다 해경 서해5도 특별경비단에 단속된 중국어선. (사진=서해5도 특별경비단 제공)

     

    ◇ "문재인 정부 임기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 의지 없는 것"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경과 남북 평화운동 관련 단체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평항 해경부두는 앞으로 남북정부가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 어로구역'의 안전관리를 위한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앞서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부는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서해 NLL 일대에 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운영하기로 했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이 합의에 대해 "분쟁과 갈등의 서해 바다가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전환되고 나아가 남북 어민들의 안전한 어로활동과 공동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들 구역을 항행하는 어선 등 선박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은 군(軍)이 아닌 비무장선박으로 구성된 남북공동순찰대를 만들기로 했다.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의 선박 안전관리 역할을 맡을 기관으로 해경이 가장 유력하다. 또 NLL에 가장 가까운 섬이 연평도였다.

    이 섬에는 현재 해경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배치돼 활동하고 있지만 낮은 해수면 등의 문제로 대형 함정은 정박할 수 없다. 소형보트 등이 해군부두와 행정선부두 등을 오가며 경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해 평화운동본부 허선규(57) 공동대표는 "평화가 경제라고 말했던 현 정부가 예산과 예비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전용부두하나 만들지 못하는가"라며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내 안전을 책임질 해경 함정은 배치했는데 주차장은 만들 계획이 없다는 건 사실상 현 정부가 임기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경 관계자 역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낼 사안이 아니다"라면서도 "서해5도 특별경비단의 역할이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과 더불어 서해 평화수역 내 선박안전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어민 "해군부두는 확장하면서 해경부두는 제외…어민 군사통제 강화 의도냐"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5도 어민들도 이번 4차 항만기본계획에 불만을 드러냈다. 연평도 해경부두 건설이 제외된 것도 이유지만 그것보다 해군부두가 더욱 확대된다는 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연평도를 포함한 백령도와 대청도 등 서해5도 어민들의 입출항을 군부대가 통제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할 수 있는 어선안전조업법이 시행된다.

    이 법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해5도 어민들에게만 군부대의 통제를 받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정했다. 군부대장이 어민들의 출입항을 통제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이 법의 시행 소식이 전해지자 어민들은 성명을 내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 현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어민을 군사통제 대상이자 형사처벌 대상으로 인식하는 현 정부와 정치권을 강력 항의한다"고 반발했다.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막강한 힘'을 군부대장에게 줘 어민들을 통제하려는 현 정부가 해군부두마저 확장할 계획을 발표하자 어민들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연평도 어민 박태원(60)씨는 "이런 악법을 만들면서도, 이번 항만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도 어민들의 제대로 의견을 묻지 않은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어민들에 대한 군사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인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해당 계획을 수립한 해수부는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하기 어려워지면서 벌어진 일인데 연평항 해경부두는 2025년 이후 임시시설로 짓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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