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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서 '아슬아슬' 시내버스 회차…해법 못 찾는 지자체



부산

    스쿨존서 '아슬아슬' 시내버스 회차…해법 못 찾는 지자체

    유치원 옆 좁은 도로로 시내버스 'T자형 회차'
    스쿨존 곡예 운전에 학부모·운전자 모두 "불안하다"
    부산시·사상구, "조정 논의했지만 다른 주민 반대로 무산"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스쿨존에서 시내버스가 회차를 위해 중앙선을 넘고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부산의 한 아파트단지 내 스쿨존에서 매일 시내버스 3개 노선이 '곡예 회차'를 하고 있어 학부모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지자체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 앞 왕복 2차로 도로.

    1개 차로 가장자리에 빈 시내버스 3대가 회차 시간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몇 분쯤 지나자 가장 앞에 있던 버스가 시동을 걸고 잠시 직진하다가 멈춰선 뒤, 상가와 유치원 건물 사이 좁은 이면도로를 향해 후진을 시작했다.

    후진한 버스가 차를 돌려 나가기까지, 마치 운전면허 기능시험 'T자형 코스'를 연상케 하는 운전이 천천히 이어졌다.

    그 사이 양방향 도로는 모두 막혀 통행하던 차량과 길을 건너려던 보행자 모두 멈춰선 채 버스가 차를 돌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버스가 돌아나가는 골목 바로 옆에는 유치원과 태권도장이 입주해 있는 상가 건물이 붙어 있고, 길 건너편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도로에는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글자 위로 매일 5분에 한 번꼴로 부산 시내버스 3개 노선이 회차를 위해 중앙선을 넘나드는 '곡예 운전'을 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스쿨존에서 시내버스가 회차를 위해 후진하고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혹시나 아이들이 버스에 치이는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유치원에 자녀를 데리러 온 학부모 A(39)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인데 큰 버스가 후진했다가 다시 돌아나가니 위험하다"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버스가 안전하게 다른 장소에서 회차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B(42·여)씨도 "등하교 때는 도우미 어르신들이 계시긴 하지만, 많이 위험한 게 사실"이라며 "평소 이 길로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버스가 후진할 때 애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아파트 주민 C(79)씨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버스가 돌 때 길을 막으면 지나가던 차량들이 버스를 피해 지그재그 형태로 다녀야 한다"며 "안전을 위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회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한 초등학교와 유치원 사이 스쿨존 모습. 시내버스들이 회차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진홍 기자)

     

    덩치가 큰 차를 돌려 나가야 하는 버스 기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13년째 버스를 회차하고 있는 기사 D(47)씨는 "차고지 이외 장소에서 후진한다는 게 굉장히 힘들고 위험한데, 이곳은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애로사항이 많다"며 "후방카메라를 보면서 후진하지만, 갑자기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미처 못 볼 수 있어 운행하기 매우 조심스럽다" 말했다.

    이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지자체에 회차지 조정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시와 구청은 또 다른 주민 불편을 이유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시와 경찰 등과 함께 해법을 논의했지만, 결국 회차지 조정이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며 "회차지를 조정하면 다른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버스 소음과 매연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지난해 현장 실사 등을 통해 노선 조정을 논의했으나 자녀를 둔 학부모와 버스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주민들 사이 생각이 달라 의견을 수렴하지 못했다"며 "만약 주민들 사이 의견이 수렴되면 시는 이를 토대로 노선조정심의 절차를 밟아 불편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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