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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에 혈세 투입…대학들 책임은 어디로?



사회 일반

    등록금 반환에 혈세 투입…대학들 책임은 어디로?

    [노컷 딥이슈] 대학 등록금 반환 논란 끝에 정부가 간접 지원 결정
    10% 반환 자구책 마련이 조건…대학들 '복지부동'에 이미 불신 팽배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불가'만 반복…"회계자료 공개·책임 선행돼야"
    반환 소송 참여한 학생단체 측 "대학들 또 불공정거래 책임 안져"
    "몇십만원 받으면 만족? 코로나19로 드러난 대학 모순 해결해야"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학들의 '복지부동' 끝에 결국 정부가 대학생 등록금 반환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29일 대학 등록금과 관련된 지원금으로 모두 2718억 원을 증액했다.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직접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등록금 10% 반환 자구책을 마련한 대학들에 한해 '간접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국회 교육위 여당 간사인 박찬대 의원은 '대학 등록금 환불'에 정부가 나선 이유에 대해 "대학생들의 환불 요구에 국가가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다. 자구 노력에 충실한 대학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2학기 대학 미등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학생과 대학 사이 등록금 반환 갈등이 장기화하면 대학 교육의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반발도 거세다. 지금까지 "여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등록금 반환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지 않은 대학들에 왜 재정 지원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설상가상, 수천억 적립금 등 재정이 여유로운 서울 및 수도권 유명 사학들만 배불리는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대학들 중 학생들의 거센 등록금 반환 요구에 응답한 대학은 건국대학교, 한성대학교 단 두 곳이다. 대다수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 등으로 오히려 비용이 초과돼 반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제는 여기에 반환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명확한 근거 제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코로나19로 등록금 환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학생 단체들은 꾸준히 대학에 회계자료 등 공개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됐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활동가 역시 대학들, 그 중에서도 사학들이 정부 지원을 받기 전에 재정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30일 CBS노컷뉴스에 "대학은 코로나19 이전과 똑같은 수준의 등록금 수입을 유지했다. 그렇다면 그쪽에서 주장하는 방역, 온라인 강의에 대체 비용이 얼마나 들고, 남았는지 학생들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지금만 봐도 온라인으로 성적 평가가 제대로 안돼서 관련 장학금이 나갈 게 없는데 등록금 반환 가불가를 따져보기는 했나"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희망본부 간사 역시 "등록금 환불할 여력이 안된다면 회계 관련 자료라도 제공해서 설명을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지금 대학은 무조건 '환불 불가'라는 입장"이라며 "대학의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다른 업계도 자구책을 마련하면 그 후에야 공공재원이 투입되는데 대학은 고통분담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고,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역시 일회성 재정 지원에서 끝날 게 아니라 대학에 장기적인 개선책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이번 기회로 기본적인 공공성과 투명성이 부족한 사학들 전체에 '대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간사는 "교육부가 손을 놓게 되면 2학기에는 대규모 휴학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재정 여력이 없는 지역 사립대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고, 통폐합될 수도 있다. 결국 이게 지역사회 경제, 고용 등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라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피해를 언급했다.

    이어 "지금까지 사학 비리가 횡횡해 기본적인 불신이 있다. 재정구조의 투명성, 학교 운영의 공정성 등이 수반되지 않고,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만 지원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코로나19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번 기회에 교육부는 사학 개혁 로드맵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예술대학생 네트워크 회원들이 '코로나19 예술대학생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예술대학생의 무의미한 차등등록금 납부를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버티기' 들어간 주요 사립대들…"환불에 끝날 문제 아냐"

    그렇다면 왜 대학들은 학생들의 반발에도 정부 지원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소수의 국립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등록금 문제는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는 성격이 강했고, 주요 사립대들은 반작용으로 대거 휴학 사태가 생겨도 충분히 재정 확보가 가능하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대들은 물론 예외다.

    김 연구원은 "민주화 이후에 대학들이 자율 명목으로 굉장히 힘이 강해졌다. 정부에서 강제로 등록금 반환을 지시하기도 어렵다. 결국 예산을 확보했으니 이제 움직이라는 식으로 압박은 할 것"이라며 "실제 학생들의 반발이 산발적이라 대학들은 아직 강하게 압박을 느끼고 있지 않아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대학별로 재정이 천차만별이라 정말 지원금 없이는 등록금 반환 등을 할 수 없는 대학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간사는 "일단 교육부 압박이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니 대학들도 딱히 거기에 응답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약소한 지방대들은 아니지만 서울 주요 사립대들은 주요 수입원인 학생들이 대거 휴학을 해도 적립금이나 토지로 충분히 재정 여력이 확보돼 있다.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지방대들이 통폐합되면 오히려 이들 대학 중심으로 학벌이 공고해지기에 굳이 환불에 응답할 이유가 없다"라고 전했다.

    등록금 반환 대상자인 대학생들 역시 대학들의 이같은 책임회피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몇십만원 환불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학들 중심으로 곪아 오던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터졌다는 주장이다.

    대학들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에 참여한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신민준 공동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사립대들은 필요할 때는 자율성 보장을 주장하고, 지원을 받을 일이 있으면 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의사결정 과정에서 늘 학생들은 배제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매번 '교육은 서비스'라고 한 건 대학이다. 우린 애초에 함께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 구성원이 아니었다. 불만족한 고객들이 환불 절차를 진행하겠다는데 무작정 안된다고만 한다. 일반 사기업이었다면 가능했겠나. 이건 명백한 불공정거래다. 갑자기 등록금이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이런 모순들이 쌓이다가 코로나19로 드러난 것"이라고 대학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이번에도 대학들을 달래기만 하고 끝낸다면 근본적 해결 없이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등록금 반환 사태를 거치며 소비자인 학생들 사이에는 이미 대학의 '절대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신 위원장은 "예산이 지원돼도 등록금의 10% 정도, 몇십만원 환불이 될 거다. 그 금액에 학생들이 만족할 것인지, 이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불합리한 대학들의 각종 구조를 이번 등록금 반환 문제로 체감했다. 그런데 또 다시 대학들 책임은 실종될 상황이다. 학생들에게 '전권'을 행사하는 사립대의 진정한 공공성을 확보해 이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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