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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뛰어내리려고요", "경찰 아줌마한테 얘기해줄래"



사건/사고

    "저 뛰어내리려고요", "경찰 아줌마한테 얘기해줄래"

    창설 63주년 112의 날 행사, 우수 사례 발표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저.. 너무 힘들어서요.. 뛰어내리려고요.."

    "경찰 아줌마가 도와줄게.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줌마한테 얘기해줄래?"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창설 63주년 112의 날 행사'. 112 대응 우수 사례들이 행사장에 발표됐다.

    강원청 112 종합상황실 홍성자 경위는 어느 날 고등학생 딸과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 출근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에 교대근무를 하느라 잘 챙겨주지 못해 엄마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면 잔소리부터 나와 답답했다.

    출근 후 시계가 정오를 가리킬 무렵, 접수벨이 울렸다.

    헤드셋 저편에서 들려오는 앳된 여학생의 목소리는 모든 걸 체념한듯 힘이 하나도 없었다.

    홍 경위는 "우리 딸이랑 비슷한 또래인 것 같은데, 어떻게든 잘못된 선택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딸에게 대화하듯 차분히 말을 건넸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줌마한테 얘기해줄래?"

    헤드셋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손가락은 바삐 움직였다. 위치추적을 실시하며 '코드0' 버튼을 누르고 관할 지구대와 강력팀을 출동시켰다. 소방에도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oo 아파트에 있어? 몇층이야?"

    "15층이요, 난간에 앉아있어요.. 여기서 뛰어내리면 아프겠죠? 이제 전화 끊어도 되죠..?"

    "경찰 아줌마도 너 같은 딸이 있어. 요즘 힘든 일 있었나 보구나.. 아줌마가 도와줄게. 이름이 뭐야? 우리 같이 이야기 나눠보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홍 경위의 마음이 통한 걸까. 이름을 불러주며 말을 걸자 다행히도 여학생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여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관계로 많이 힘들었고 중학생 때 왕따를 당해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우울증이 있어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아 점점 짜증만 늘어나고, 그런 문제로 부모님과 자주 다투게 되었다는 사연.

    "저만 없어지면 엄마, 아빠랑 싸울 일도 없고 우리가족도 더 행복해질 거예요.. 이 세상엔 절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친구도 없고 우리 엄마, 아빠도 절 이해 못해요,"

    "아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아줌마도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하나 있는데, 너처럼 중학교 때 친구 문제로 많이 힘들어 했었어. 그때 엄마인 내가 도와주려 했지만, 서로 생각이 달라 많이 싸우기도 했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많이 미안해"

    26분 정도 대화를 나누다 보니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소방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안전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여학생은 홍 경위와의 대화에 마음이 풀렸는지 극단적인 선택을 멈춰섰다.

    "이렇게 제 얘기 길게 들어준 사람 없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사진=연합뉴스)

     

    홍 경위는 "삶의 벼랑 끝에서 마지막 순간 112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헤어리며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가슴 따뜻한 112 요원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날 112 우수사례에서는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고 범인을 잡기 위해 은행 주변 순찰 지령을 내려 하루 동안 2명의 범인을 잡은 사연도 소개됐다. 이를 공개한 광주동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신현철 경위는 "앞으로 이 땅에서 보이스피싱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자세로 지령 마이크를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이날 행사 축사를 통해 "국민이 신뢰하는 '준비된 112'는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이 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112요원들이 업무에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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