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에서 자신을 보고, 담았다



연예 일반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에서 자신을 보고, 담았다

    [노컷 인터뷰]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현수 역 김혜수
    ① 김혜수가 말하는 현수 그리고 '내가 죽던 날'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현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형사 현수(김혜수)는 오랜 공백 이후 복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도,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도 여전히 힘들다. 무엇보다 힘든 건 현수 자신이다.

    정식 복직에 앞서 현수에게 수사 종결 보고서를 하나 처리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범죄 사건 주요 증인이었던 소녀가 실종됐고, 경찰에서는 이를 자살로 종결하라고 한다. 그렇게 현수는 소녀 세진(노정의)이 사라진 장소로 향한다.

    사건을 종결짓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어느덧 세진의 마음을 하나둘 뒤쫓는 과정이 된다. 그 과정에서 현수는 어느새 자신과 닮은 소녀에게 점점 몰입하게 되고,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목격자인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을 만나면서 또 다른 무언가를 손에 쥔다.

    김혜수 역시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속 현수를 통해 자기 자신을 마주했다. 그리고 자기 경험을 영화 안에 담았다. 그렇게 김혜수가 구현한 현수는 영화 속에서 자신을 닮은 세진을 마주했다. 그가 현수와 '내가 죽던 날'을 통해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 김혜수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낀 감정은 '닮았다'와 '두렵다'였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장르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뭔가 확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한 장 한 장 읽을 때는 이런 이야기구나, 현수의 스토리가 나의 스토리는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닮은 느낌이랄까요. 우리가 살다 보면 어떤 상처나 고통의 순간, 절망적인 순간을 경험하잖아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내가 시작하지 않았지만 맞닥뜨리는 그런 상황이요."

    시나리오를 읽고 김혜수는 자신이 읽고 느낀 감정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와 함께 두려움도 찾아왔다.

    김혜수는 "촬영 전에는 이 이야기를 잘 표현하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제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기 위해서 오히려 부차적인 것들을 많이 걷어냈다"며 "그런데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는 '즐겁다' '힘들다' 이런 것들보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자신이 느낀 두려움에 관해 그는 "시나리오 자체에서 느껴지는 게 너무 명확했다. 시나리오 전체를 다 보고 나면 분명히 마음으로 전해지는 게 있는데 글로 읽는 것과 구현해내는 건 간극이 크다"며 "내가 느낀 게 잘 전달 될까 하는 두려움이 굉장히 컸다"고 설명했다.

    박지완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쓴 캐스팅 1순위는 김혜수였다. 박 감독은 "절망에 빠졌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현수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동화된 김혜수의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현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 현수, 사건이 아닌 '사람'을 좇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타짜' '도둑들'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등은 물론 드라마 '하이에나' '시그널' '직장의 신' 등 매 작품마다 김혜수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믿음을 줬다.

    그동안 배역에 완벽히 몰입해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해냈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나 김혜수가 가진 힘이 중요했다.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지만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깊고 묵직하게 다가가야 했던 까닭이다.

    극 중 현수는 경찰대 출신 엘리트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자신이 믿었던 인생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며 몸도 마음도 피폐하고 초췌해진다. 그런 상황에서 현수가 만난 세진 역시 자신이 몰랐던 아빠의 범죄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된다. 현수는 세진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고, 사건이 아니라 '세진'이라는 인간을 뒤쫓는다.

    김혜수는 현수가 실종 사건 종결 처리 임무를 받아들인 건 괴로운 현실과 감정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서일 거라고 말했다.

    "사실 현수는 사건의 증거를 찾는 게 아니라 그냥 보고서만 쓰면 돼요. 그러나 사건 보고서를 위해 주변 인물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세진이가 아픔은 다르지만 사실 자신과 똑같다고 느끼는 거죠. 어찌 보면 사건과 동시에 그 인물에게 마음이 향해 있는 거 같아요. 특히나 본인의 현재가 고통스럽기에 사람에게 더 집중한 건 아닌가 싶어요."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현수가 인물을 인터뷰하고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초점은 사건의 정황이 아니라 인물과의 관계, 즉 '사람'에 맞춰져 있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세진과 주변 인물 사이 관계는 어땠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한다. 어쩌면 현수가 진짜 알고 싶었던 건 자신과 닮은 세진의 주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수가 얼마나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인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과거 회상 속 현수가 자해하는 장면이다. 이는 마치 현재 상황을 부정하며 어떻게든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인다. 김혜수도 해당 장면은 "살아보자고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혼이라는 건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겪는 일이지만 정작 나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일이죠. 고통이라는 건 고통을 경험한 그 사람 말고는 그 사람만큼 느낄 수 없어요.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데, 내 팔은 말을 듣지 않고 마음은 고장나 있고…. 사실 살아나기 위해서 더 심한 고통을 주는 가슴 아픈 신이죠. 연기할 때도 그 생각밖에 없었어요. '마비가 풀려라. 마비가 풀렸으면….' 과거 멀쩡했던 나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컸을 거예요."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현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 불안한 현수의 심리 대변한 악몽은 김혜수의 악몽이기도 하다

    극 중 현재의 현수가 여전히 벼랑 끝에 놓여 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자신이 꾸는 악몽에 관해 친구 민정(김선영)에게 말하는 부분이다. 꿈에서 현수는 자신이 죽는 걸 바라본다. 그걸 보며 '저걸 좀 치워주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 악몽은 실제 김혜수가 반복적으로 꿨던 꿈이기도 하다.

    "이게 처음부터 그 장면에 그 대사를 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계속 현수를 연기하다보니 현수가 지치고 불안정한 상황이고, 그의 무의식에서 드러나는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표현하기에는 그 꿈이 묘하게 현수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죠.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원래 있던 신에서 그 부분을 추가한 거예요."

    '내가 죽던 날'은 현수가 지닌 내면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다. 그리고 그의 감정을 관객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도록, 깊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클로즈업도 자주 등장한다. 클로즈업이 가져오는 부담감은 없었을까. 이에 대한 답변에서도 김혜수가 말한 '운명' 같은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내가 현수로서 집중하는 자체에만 충실했어요. 사실은 화면에 덜 보일까, 너무 가까워서 과하게 전달되지는 않을까 등의 생각을 아예 안 한 작품은 이게 처음이었어요."

    <2부에서 계속>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