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 NEW 제공※ 스포일러 주의
자칭 터프가이 재필(이성민)과 섹시가이 상구(이희준)를 본 사람들의 첫인상에 가까운 단어를 꼽자면 '공포'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경찰서 벽면 한쪽을 차지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른바 '범죄자상'을 지닌 재필과 상구의 핸섬한 용모가 '핸섬가이즈'의 시작점이다.
재필과 상구의 남다른 외모가 불러일으킨 오해는 의도치 않은 살인과 악마 소환까지 이뤄낸다. 이 대환장 파티를 넋 놓고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게 바로 '핸섬가이즈'가 추구한 최종 목적지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호러 코미디'라는 장르를 가지고 나온 건 신예 남동협 감독이다. '머니백' '티끌모아 로맨스' '베스트셀러' 등 여러 영화의 조감독을 거치며 내공을 쌓아 온 남 감독은 오래전 재밌게 봤던 호러 코미디 '터커 & 데일 vs 이블'(감독 일라이 크레이그)을 리메이크한 '핸섬가이즈'를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
코미디 영화를 사랑하고 언젠가 연출 데뷔를 한다면 코미디 영화로 하고 싶었던 남 감독의 오랜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 감독은 "관객분들이 '핸섬가이즈'를 다 봤을 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남으며 미소 지어지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NEW 제공 코미디? 호러? 오컬트? 중요한 건 '균형'
남동협 감독은 연출 데뷔를 제안받았을 때 불현듯 과거에 자신이 재밌게 봤던 '터커 & 데일 vs 이블'이 떠올랐다. 미국적인 정서가 강한 영화를 리메이크 하기 위해 설정이나 이야기 스타일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끔 각색해 나갔다. 여기에 보다 넓은 관객층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기존 호러 코미디에 오컬트라는 장르를 결합하게 됐다.
남 감독은 "원작 자체가 미국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비튼 영화"라며 "보통 '산장'이라 하면 악령이 나오는 공간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그렇다면 산장에 귀신 내지 악령이 잠들어 있고, 원작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악령까지 깨어나서 마지막에 대환장 파티로 간다면 좀 더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남 감독이 오컬트 장르를 가미하며 영화에 소환한 악마는 염소의 모습을 한 '바포메트'다. 처음에는 염소라는 동물이 오컬트의 단골 동물인 만큼, 클리셰로 비칠까 고라니나 멧돼지 등 다른 동물들을 후보군에 올렸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낙점된 건 '염소 악마'였다. 그는 "이게 아니더라도 영화에는 특이한 게 많았다. 그래서 익숙한 것들은 익숙한 대로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NEW 제공한국형 호러 코미디로 각색을 마친 후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캐스팅이었다. 코미디 장르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배우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모든 영화 장르에서도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일맥상통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코미디 연기야말로 진짜 연기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담 샌들러나 짐 캐리도 우리에게는 코미디 배우로 각인돼 있지만, '펀치 드렁크 러브'나 '이터널 선샤인' 등을 보면 로버트 드 니로나 알 파치노 뺨치게 연기하잖아요." 과장된 상황 안에서도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주려면, 그 상황을 실제처럼 표현해 줄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이성민, 이희준 그리고 공승연의 연기와 배우 간의 호흡은 남 감독에게 뿌듯함마저 안겼다.
남 감독은 "이성민, 이희준 배우도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거 같다"라며 "연극을 할 때 더 망가지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오히려 매체 연기를 하면서 그럴 기회가 잘 없다가 '핸섬가이즈' 시나리오를 보고 반가웠다고 말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이성민, 이희준이라는 두 기둥이 있으니까 과감하게 미나 역할을 영화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얼굴로 가보자고 접근했다"라며 "공승연 배우는 기대치가 있었다면 그 기대치를 뛰어넘는 안정된 연기로, 명연기자 두 사람 사이에서 정말 쪼는 것 없이 자기중심을 잡고 연기를 되게 잘해줬다. 기대 이상으로 굉장히 잘해줘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NEW 제공 제2의 '핸섬가이즈' 발판을 마련하다
남 감독은 '호러 코미디' 장르가 낯선 국내에서 관객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스플래터와 오컬트, 호러와 코미디, 대중성과 B급 사이에서 '핸섬가이즈' 톤에 맞는 밸런스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라는 영화 안에서 호러, 오컬트, 스릴러 등 여러 다른 장르를 결합한 만큼 각 장르가 잘 표현되길 바랐다"라며 "코미디를 유지하되 그냥 단순히 필요에 의해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호러를 좋아하는 관객,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이 봐도 신경 써서 찍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원작 팬들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남 감독은 "그렇기에 원작의 좋은 점을 최대한 많이 가져와서 원작 팬들이 봐도 원작을 잘 활용하되 또 다른 개성이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영화 '핸섬가이즈' 스틸컷. NEW 제공
한국 코미디 장르의 폐습이라 할 수 있는 비속어를 영화에 넣는 데도 고민을 거듭했고,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재필과 상구에 대한 첫인상은 험악했어도 내면만은 핸섬하고 따뜻한 인물이었던 것처럼 영화 역시 장르적으로는 피와 살이 튀고 악령이 튀어나와도 보고 나면 사랑스러워 보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게 대본에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애드리브처럼 나오게 된 부분도 있다. 또 '병X'이라는 비속어의 경우, 사실 나도 고민을 전혀 안 했던 건 아니다"라며 "다만 결국에는 소위 나쁜 말을 쓰는 빌런과 악마를 처단하는 엔딩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또 너무 가벼운 표현을 하게 되면 악당스럽지 못 하게 되는 느낌도 있어서 여러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민과 우려 뒤편에 존재하는 건 낯설고 드문 장르를 선보인다는 일종의 '책임감'이다. 국내에서 '호러 코미디'라고 하면 아직도 '조용한 가족' '시실리 2㎞' 등을 떠올릴 만큼 자주 나올 수 있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핸섬가이즈'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호러 코미디 장르 활성화의 발판이 되는 셈이다.
"'핸섬가이즈'가 엄청 특별하거나 새로운 영화는 아닐 수 있지만, 한국에서 자주 보기 힘든 남다른 영화일 수 있거든요. 운 좋게 '핸섬가이즈' 지지자를 만나서 힘들게 들어온 만큼, 잘 찍어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가 되어야 또 다른 '핸섬가이즈'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