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조혜영, 손희정, 심혜경 평론가. 최영주 기자손희정, 심혜경, 조혜영. '영화' '페미니즘' 그리고 '소수자'라는 세 가지 단어를 연결했을 때 이 세 사람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영화계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시각을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연구자이자 평론가다.
이들 셋이 뭉쳐 만든 미디어연구 및 영상문화기획 집단이 있다. 바로 '프로젝트38'이다. '프로젝트38'에 관해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를 연구하고 영상문화 이벤트를 기획하는 단체입니다. 여성과 소수자의 관점에서 비판적 지식과 신체들을 연결하고, 역사와 지리, 제도와 플랫폼을 가로지르는 활동을 합니다."
공통의 관심사로 모여 만든 '프로젝트38'을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고, '전쟁과여성영화제'는 그중 하나다. 세 연구자가 별다른 의미 없이 이름 붙인 '프로젝트38'은 3명의 연구자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영화제까지 확장했고, 앞으로는 더욱더 무한하게 뻗어나갈 예정이다.
전쟁과여성영화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프로젝트38'의 시작점을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프로젝트38 홈페이지 화면 캡처기자> 프로젝트38은 어떻게 시작된 집단인가?
조혜영 평론가(이하 조혜영)> 중앙대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만났다. 연구도 하고 중간중간 영화제에 들어가서 프로그래머 일도 하고, 나는 영화 제작도 했다. 공통점이라고 하면 '페미니즘, 퀴어, 소수자'라는 관점을 갖고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거였다. 각자 프리랜서로서, 불안정 노동자로서 일하는 와중에 같이 무언가를 일을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코로나 중인 2020년에 결성하게 됐다.
손희정 평론가(이하 손희정)> 각개전투처럼 각자 플레이하고 살던 중에 느슨한 테두리 안에서 협업하는 공동체가 있었으면 좋겠다, 기댈 언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한 번 같이 협업했는데, 또 새롭게 시작하면서 기댈 언덕이 되는 거 같다.
심혜경 평론가(이하 심혜경)> 먹고 사는 자구책 중 하나이기도 했다. 다들 자기가 가진 영역이 있지만, '영화학'이라는 게 아카데미에서 탄탄하게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같이 갈 수 있을까, 그 사이에서 서로를 지탱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은 친구이자 동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삶의 여러 가지를 가이드해 주는 선생님 같은 친구들이라서 단체로서 같이 활동하는 것 같다.
조혜영> 사실 요즘 예술이나 영화를 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정규직 자리가 많지 않다. 불안정 노동자라고 하는 프리랜서 업계는 은퇴라는 게 딱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지금 안 하면 은퇴가 되어 버리나?'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더 지속 가능하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협업하면서 같이 더 끌고 나갈 수 있을까 싶었다. 어느 날 갑자기 타의에 의해 끊기는 게 아니라.
심혜경> 어?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시작이랑 거의 같은데?
조혜영> (웃음) 중심점이 필요했다. 생계도 중요하지만, 그거와 별개로 중심점이 필요했다.
기자> '프로젝트38'이라는 이름에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혜영> 우리가 이름 지을 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웃음) 사람들이 물어볼 줄 모르고 아무렇게나 직관적으로 지었다. 프로젝트별로 움직이니 '프로젝트'로 하자. 남들도 숫자를 붙이니 우리도 붙여볼까? 의미가 크게 있는 건 아니고, 3으로 할까? '38여성'(*참고: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은 진짜 아니다.
손희정> 38광땡이냐는 말도 들었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웃음)
조혜영> 그건 아니고 앞의 3은 3명이니까 뒤는 무한대로 할까 봐.(웃음)
심혜경>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바이러스 이름이 '프로젝트 2501'인데 그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손희정> 무한한 가능성, 무한한 확장성. 이걸 의미하는 게 뫼비우스(뫼비우스의 띠)인 것 같다. 그런 말이 나오긴 했다. (이름을 짓고 나서) 나중에 이 이야기를 되게 많이 했다.
조혜영> 무한대(∞)로 정리하는 걸로 하자.(웃음)
<상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