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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에게 '내가 죽던 날'은 운명이자 위로였다



영화

    김혜수에게 '내가 죽던 날'은 운명이자 위로였다

    [노컷 인터뷰]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현수 역 김혜수
    ② 김혜수를 위로한 '내가 죽던 날'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현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을 두고 "운명 같은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감정적으로 자신과 닮은 현수(김혜수)를 만났다. 현수는 자신과 어쩐지 닮은 세진(노정의)을 만났다. 이들은 비슷한 아픔을 겪었고, 심정적으로 벼랑 끝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내가 죽던 날' 속에서는 자신만의 상처로 벼랑 끝에 놓인 이들이 운명처럼 엮인다. 현수는 사건으로 마주한 세진의 흔적을 뒤쫓는 과정에서 어느새 사건이 아닌 '사람'을 좇게 된다. 그렇게 세진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사이 세진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과 닮은 세진의 삶을 좇으며 현수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세진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순천댁(이정은)과의 만남은 사건의 이면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그렇게 현수는 그토록 되찾고 싶었던 자기 자신도 찾아간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상처받았던 현수는 세진을 뒤따르는 과정에서 위로를 얻고, 묶여 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김혜수는 제작보고회에서부터 '내가 죽던 날'을 운명 같은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가 현수와 '내가 죽던 날'을 통해 마주한 것은 무엇이었길래 운명이라 말했을까.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신기하게 현수, 세진, 순천댁의 말에 제가 했던 말이 있어요. 현수가 민정(김선영)에게 '난 정말 몰랐다. 내 인생이 멀쩡한 줄 알았다'고 말하는데 제가 진짜 한 적이 있는 말이에요. '아무것도 몰랐던 것도 잘못이죠. 난 바보 같이 왜 아무것도 몰랐을까요.' 제가 그 이야기도 했었어요. 제가 했던 말이 대본에 있더라고요. 순천댁이 한 이야기 중에 '인생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어'라는 게 나오는데, 비슷하게 '인생이 길어'라는 말도 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책(시나리오)을 보고 글을 쓴 작가가 누군지 정말 궁금했어요."

    그렇게 신기한 경험을 하며 만난 영화가 '내가 죽던 날'이다. 영화는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리고 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영화는 많은 설명을 하려 들지 않는다. 각자가 상처를 받게 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아픔을 받은 현재의 인물들이다. 그리고 영화는 현수가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그가 좇는 것은 사건이 아닌 세진의 마음이다. 결국 현수가 따라가는 건 사람이자 마음이다.

    김혜수는 현수를 연기하며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영화 밖 촬영 현장에서도 이러한 '마음'을 느꼈다.

    "묘하게 이번 작품은 그런 게 있었던 듯해요. 제일 마지막 촬영에서 노정의 배우를 그때 한 번 만났어요. 그런데도 계속 연결된 감정이 있었어요. 정의도 그랬다더라고요. 순천댁은 말을 잃은 사람이고 실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픔을 품어주는, 정말 무언의 손길을 내미는 게 느껴졌죠. 정말 이정은 배우에게 인간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건 아주 많이 특별하고, 저도 처음 경험하는 거였죠. 무척 소중한 순간이었어요. 실제 우리 영화의 결과물과 상관없이 이 작품을 한 커다란 의미가 생겼어요."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현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 현수와 김혜수는 '위로'를 얻었다

    극 중 현수와 세진은 단순히 '절망'이라는 감정만으로 엮인 것이 아니다. 절망과 인생의 위기에 빠져 있지만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도 현수와 세진은 닮은꼴이다.

    그래서인지 현수는 세진을 통해 정체돼 있던 자신을 일깨우고, 또 세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면서 어떤 위안과 확신 같은 걸 느끼고자 한다. 현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보고 싶어 세진을 끝까지 뒤쫓았던 것일까.

    "결국 현수는 세진이란 아이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싶었을 거예요. 내 삶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면서 말이죠. 마지막에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어찌 보면 모든 게 괜찮아졌고 복직해도 상관없지만 다른 길을 선택하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세진을 확인하고 싶었던 거죠. 결과적으로 나를 맞닥뜨리고 싶은 거였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하는데요. 이렇게 살아줘서, 웃는 얼굴 보여줘서 나도 그럴 수 있을 거 같다는 마음인 거죠."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현수가 세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까지 과정에서 확인한 건 '자기 자신'이자 타인의 손길에서 느낀 따뜻한 마음과 연대감이다.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 속 메시지라 할 수 있는 따뜻한 연대감을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느꼈다. 현수를 따라간 곳에서 만난 건 '위로'였다.

    그는 제작보고회나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고, 촬영하면서 연기하면서 함께 만나는 배우들을 통해 실제로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이라는 게 지나고 보면 나름 운명적인 게 있어요. 이 작품은 기묘하게도 저 스스로 굉장히 절망감에 휩싸여 있을 때 만난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그런 절망을 경험했다고 해서 절망을 잘 연기하는 건 별개 문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적으로, 시기적으로 그냥 이 작품이 내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실제 시나리오를 읽을 때 뭔지 모르게 묵직한 위로가 느껴졌죠. 그렇기에 나를 위해서도, 또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해서도 이 영화를 제대로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현수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 김혜수는 자신이 받은 '위로'를 관객에게도 전하고 싶다

    '내가 죽던 날' 속 현수나 세진은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모든 것을 잃고 순식간에 곤두박질친다. 이는 현수나 세진 스스로 정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픔을 치유한 것 역시 타인 덕이었다.

    김혜수는 "그런 불행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당장 내 눈앞에 없지만 그러한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억지로 힘을 내라고, 반드시 상처를 이겨내고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현수는 세진의 흔적을 하나하나 더듬어가며 세진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동시에 현수는 애써 외면하려 했던 자신의 내면도 하나씩 마주해 가며 받아들인다. 마주하고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과정에서 그저 위로를 얻는 게 전부다. 그리고 그 작은 손길들이 전한 위로가 용기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말이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김혜수는 "힘든 순간에도 말 없는 손길 하나의 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떤 용기와 희망을 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극복했다기보다 그 시간을 잘 버텨낸 것이죠. 순천댁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죠. 그 상처를 아직도 갖고 있지만, 자신과 닮은 상처가 느껴지는 사람을 보듬으면서 다르게 치유를 받은 거죠. 물론 현수 위주로 많이 보이기에 현수가 세진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극복하기보다 자신을 좀 더 제대로 맞닥뜨린 거예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용기를 낸다고, 저는 그렇게 봤어요."

    영화는 벼랑 끝에서 시작해 벼랑 끝에서 끝난다. 그러나 끝과 시작, 벼랑이 지니는 의미는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현수와 세진처럼 절망에서 구원 내지 새로움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결국 '내가 죽던 날'은 위로의 영화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바는 타인의 마음과 연대로 빚어낸 '위로'다. 김혜수가 전하고자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마음이다.

    "'내가 죽던 날'이라는 제목은 과거형이죠. 내 마음이 완전 죽은 날. 죽었었죠. 죽었지만 다시 살아갈 날들, 다시 살기 위한 날. 저한테는 그런 의미로 와 닿았어요. 관객분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갈지 사실 모르겠어요. 우리가 정해놓은 주제와 메시지도 있지만, 그런 건 받아들이는 분에 따라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영화를 보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따뜻한, 조용한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3부에서 계속>
    영화 '내가 죽던 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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