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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번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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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번만큼은 제대로 만들어야

    • 2020-12-23 15:10
    23일 민중공동행동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000인 하루 동조 단식 진행 기자회견에서 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 16일,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는 국회 본청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매서운 날씨 속에 6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그들은 고단하고 지쳐보였지만, 표정만큼은 밝아보였다.

    "오늘 아침에 이낙연 대표와 주호영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법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고(故)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와 고(故)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씨를 비롯한 농성자들은 들뜬 목소리를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이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한 논의는 조금씩이나마 진전되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의원총회 후 이번 임시국회 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 법안의 논의를 위한 여당의 의사일정 협의 제안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곧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고 법 제정을 위한 과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려는 남는다. 19대 국회 이후 발의된 산업재해 관련 법안들 31개 중 국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안 2건 뿐이었고, 안전관리의무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한 강화된 처벌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0대 국회에서도 임기내에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재계의 반발이 거센 탓이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경총을 비롯한 30개의 경제단체는 이 법이 "관리 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연좌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청년의 죽음이,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이 관리범위를 벗어난 어려운 안전의무규정을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을까?

    2인1조 작업 규칙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중대재해들 대부분은 기본적인 안전장비 혹은 안전시설의 미비로 인해 발생했으며, 사망사고의 절반가량은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법 제도로는 위험의 외주화도 막을 수 없으며, 안전관리 위반에 대한 책임도 제대로 물을 수 없다. 기업의 규정위반으로 노동자가 사망했어도 기업이 아닌 말단 직원 몇 명에게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는 일이 반복된다.

    앞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과 적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당의 원내대표는 법 제정에 미온적이며, 당내 많은 의원들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 '공무원 처벌' 규정,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등 주요 조항들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 나아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의 삭제나 원청 기업주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항목을 조정해야 한다는 단서까지 달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재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압력과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법제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안전관리 비용 대신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고작 몇 백 만원의 벌금을 선택하는 일이 지속될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에 대한 엄벌주의적 조치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은 큰 비용이 든다 해도 지켜져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조치이며,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제도적 정비를 위한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가장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쟁점중 하나로 논의되는 포괄적 의무 부여 등 위헌의 소지가 있는 조항들은 국내법에서 관련 법 조문을 정비하여 위헌소지가 없도록 보완이 가능하다.

     

    또한 시민재해도 포함시켜 반복되어 왔던 사회적 참사들도 예방해야 하며, 중소기업에도 유예 없이 전면 적용하여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그러니, 거대 양당은 과도하다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핵심 내용은 빼버리고 허울뿐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졸속 처리해서는 안된다.

    노동자들은 그저 일을 하다가 죽어갔다. 그것보다 더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현실이 또 있는가. 이 땅의 수 많은 김용균과 이한빛들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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