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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숨진 노동자들의 명단…정말 정부 기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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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숨진 노동자들의 명단…정말 정부 기록인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이미 너무 늦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장면1: 좋은 일 하십니다

    시민단체인 노동건강연대에서 대기업 대표이사를 고발했다. 하청 노동자가 죽었으니 위험한 기업 시스템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가서 만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일 하십니다.", 여러 번 원청 기업을 고발 했고, 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가서 만난 검사나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아니, 좋은 일이라니, 당신들이 당연하게 해야 일 아닌가? 고발 결과는 늘 "혐의 없음"이었다.

    #장면2: 말단 말고, 도대체 이 상황의 책임은 누가 지나요?

    월성원전에서 경력 30년의 베테랑 잠수사가 죽었다. 원전 아래 취수구에 뻘이 쌓였는지 사전조사를 위해 바닷물로 들어갔던 그는 월성원전의 2차 도급업체 노동자였다.

    고인이 들어가기 전 1차 도급업체에게 프로펠러 가동을 멈춰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5분 만에 사망했다. 그 해에만 4명의 잠수사가 한국수력원자력 일을 하다가 죽었다.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그 상황을 컨트롤 한 한국수력원자력은 왜 도의적인 책임만 진다는지 동료를 잃은 잠수사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물었다. "말단 말고, 도대체 이 상황의 책임은 누가 지나요?"

    결국 국회까지 찾아간 그들은, 간신히, 한국수력원자력의 사과를 받았다. 그날 선배 잠수사의 죽음에 오열했던 한 잠수사는 몇 년 후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도급 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하청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을 목격한다.

    #장면3: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데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죽는다. 어떤 해에는 하청 노동자가 한 달에 한명 이상씩 계속 죽었고, 너무 심해서 고용노동부가 감독 하는 중간에도 하청노동자 사람이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빠져 죽고 질식해 죽었다.

    현대중공업에 배를 발주한 노르웨이 선주사에 몇 년 동안의 죽음의 구조를 정리해서 보냈다. 한국에 찾아온 그들은,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 만든 자료 말고 공식적인 정부 문서를 보여 달라고 한다.

    사람이 죽은 기록이 빼곡하게 적힌 정부 문서가 이미 그들 앞에 있었다. "이게 정말 정부 문서라구요? 도대체 정부는 뭐하는데요?"

    기업도 기업이지만, 애초에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는 왜 없냐는, 뼈 때리는 질문이었다.

    #장면4: 우리가 거짓말 하면 어떡할건데?

    작은 공장(3차 하청)에서 일 하던 20대 노동자 8명이 실명을 했다. 다섯 번째 피해자 김영신씨 보도가 나간 다음 날, 1차 하청업체 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슬슬 잘 정리 되고, 원청으로부터 새로 투자도 받았는데, 왜 일을 그르치냐는 호통 그리고 당당한 질문, "그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일 안했다고 거짓말 하면 어떡할건데?"

    김영신씨는 자신의 사건이 개인의 비극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래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역사상 첫 피해당사자 증언을 한다. "당신들의 핸드폰을 한번 보라, 그리고 빛을 잃은 나의 눈을 봐 달라"

    그는 핸드폰에 들어가는 유심 거치대를 만들던 사람이었다. 삼성과 엘지는 노동건강연대의 공식 질의서에 대한 답변에서 3차 하청까지는 원청에서 안전 책임을 안진다고 말 했다. 그러나 UN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물었다. "에이, 설마, 삼성과 엘지가 국제 표준을 모른다고요?"

    이미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발주자는 반인권적인 환경 속에서 일 하지 않게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 개선 해 나가자고 기업들끼리 약속 했단다. 한국에서만 그 약속을 안 지켜도 된다. 어차피 저 멀리에 하청 주면 되니까.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전화가 한 통 왔다. "화성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 하는 남편이 죽었어요. 어디에 연락을 할지 몰라 노무사님께 전화 드렸어요."

     

    이 장면들엔 그 사람이 죽고 다친 해를 명시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한국에서 재생되고 있으며, 육체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다. 다단계 하청, 도급구조는 이미 그냥 한국사회다.

    원청이 하청, 도급을 선정 할 때, "너네 위험하면 안 써, 나도 불이익 받아" 한마디만 해도 달라질 거다. 지금 우리는 그걸 강제할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그 법을 드러나게 하고, 원청 최고 책임자를 움직일 강한 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하루라도 빨리 필요하다. 매일 네다섯명의 사람이 죽고, 수십, 수백의 사람이 팔다리가 잘리거나 시력을 잃고 있으니까. 지금 국회 앞에서 유족이, 예정된 수천의 죽음과 부상을 예방해달라고, 혹한 속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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