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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청년 문제 실마리, 왜곡된 교육·노동시장 변화에 있다"



서울

    [인터뷰]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청년 문제 실마리, 왜곡된 교육·노동시장 변화에 있다"

    서울 자치구25 인터뷰-동대문구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 인터뷰를 갖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집무실에서 CBS노컷뉴스 인터뷰를 갖고 있다. 동대문구 제공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정말 고통을 겪으며 망할 지경인데, 이에 비하면 우리는 그래도 나은 것 아닌가요."

    3차 대유행까지 1년 넘게 몰아쳐온 거리두기와 코로나19 방역, 팍팍해진 구민 삶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산적한 구정과 씨름하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이 안쓰럽다는 말에 무거운 한숨과 함께 넘어온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의 첫마디다.

    민선7기 임기 후반을 맞은 유 구청장은 올해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응과 동대문형 뉴딜사업에 중점을 둔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등 코로나19 피해 회복과 고용 강화를 통해 지역경제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소, 맞춤형 복지서비스 강화를 통해 지역 발전과 주민 생활 안정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 경자년이 저물고 근면과 풍요를 상징하는 우직한 황소의 해 신축년을 맞았다. 민선5ㆍ6기에 이어 7기 후반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무엇이 기억에 남나

    = 오랜 장정 속에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작년 1년의 첫 출발이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는 한 해였다. 지금도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전 구민들이 힘들어하고 계신다. 현장을 나가보고 실태를 살펴보면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모든 행정력이 여기에 집중되다보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환경에 있는 분들이 더 어려워지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 중 우리 관내에 노숙인 13분이 계신데, 이중 12명은 2개월여 간 설득해 고시원ㆍ여인숙 등에 임시거처를 마련해 겨울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딱 한 분만 노숙을 고집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분의 나이가 70이 다 됐는데 영하 15도의 한파에도 여전히 다리 밑 등 거리에서 노숙을 한다. 폐쇄공포증이 있어 보온침낭을 제공해도 들어가려 하지도 않고 건물 안으로도 들어가려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구에서 사고가 없도록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

    또, 지난겨울은 우리 관내에 유독 화재가 많이 발생해 인명피해가 여러 건 있었다. 이처럼 복지사각지대와 취약계층 안전망 보강에 집중하면서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보호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극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희망하면서 2021년 새해에도 변함없이 구민 여러분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 제공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 제공
    - 지난 1년은 코로나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방역에 대한 세계적인 찬사, OECD국가 중 최상위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어려움 호소도 계속되고 있다.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 사실 자치구가 주민의 삶을 보호하고 어려운 지역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업무 최 일선에 있지만 예산이 한정적이라는 제약이 크다. 중앙정부, 광역정부의 지원 없이는 시급한 재난지원을 방역과 함께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례없는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맞선 지난 한 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확진자 방문에 따른 휴업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가맹점 사업자에게 휴업기간 발생한 임대료ㆍ인건비를 업체당 최대 195만 원까지 지원했고, 점포 재개장에 필요한 공과금과 재료비 등을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했다. 관내 중소기업·소상공인에 경영안정자금과 은행융자금 이자 지원, 영세상인을 위한 착한 임대료 인하 릴레이 운동, 임대료를 인하하는 임대인을 위한 소득세·법인세 세액 공제 등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육성기금 131억 원을 투입해 768개 업체를 저리로 대출했고, 관내 2만1천여 개 업체에 서울시 자영업자 생존자금 각 140만 원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100~200만 원을 지급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3월 할인 폭을 20%까지 확대한 동대문구사랑상품권을 7월과 9월에도 7% 할인된 금액으로 총 150억 원 상당을 발행해 소상공인과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우리 구는 115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상 긴급대출을 시행해 1월부터 접수를 시작했고, 2월엔 10% 할인된 150억 원 규모의 동대문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올해 총 266억원 규모의 동대문사랑상품권을 발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행정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을 되찾더라도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보는데, 디지털 뉴딜과 사고 전환의 시대에 동대문구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달리 이제는 확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는 비대면 행정 서비스 비중을 높이고 있다.

    우선 동대문구는 지난해 12월 도입한 비대면 민원서비스 중 하나로 예약 후 방문하면 대기 시간 없이 여권을 신청할 수 있는 여권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 올해 안으로는 젊은 세대와 어르신 모두가 편리하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동대문구 카카오톡 공식 채널을 통해 알림톡으로 구정 소식을 신속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오랫동안 휴관 중인 도서관을 대신해 답십리역, 용두역 등 지하철 역사 내에 무인 자동화기기 스마트 도서관을 운영한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를 위한 다양한 학습‧진로‧진학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고, 학생들의 온라인 학습을 강화하기 위해 수업용 태블릿PC 구매 예산 4억2700만 원을 관내 학교에 지원했다. 아이와 부모를 위한 놀이키트 제공, 동네배움터 문화·교육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비대면 학습ㆍ상담ㆍ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마련한 국가 프로젝트 '한국판 뉴딜'이 제시됐는데,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세 개를 축으로 2025년까지 분야별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계획이다. 지방정부인 동대문구도 중앙정부만 바라보지 않고 작년 전 간부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며 방향의 실마리를 깨우쳐가고 있다. 파격적이고 과감한 방식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 동대문구 올해 예산이 전년대비 6.6% 늘어난 6856억 원으로 확정됐다.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뉴딜과 복지, 교육, 경제, 안전망, 문화체육 분야에 골고루 편성됐는데, 특히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구정 방향은?

    = 민선7기를 맞아 경제, 교육, 복지, 성장도시, 문화, 환경, 안전과 주민자치 등 7개 분야에 대해 핵심과제를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는 다가올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응 및 구 여건에 맞는 동대문형 뉴딜사업 정책 발굴과 추진에 무게를 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 코로나19 피해 회복 추진, 고용 강화를 통한 지역경제 안정화 추진,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소와 맞춤형 복지서비스 강화 등 지역 발전과 주민 생활안정을 위한 사업을 충실하게 이행하려고 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재난에 대한 사전예방과 신속 대응,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동대문형 뉴딜사업 발굴·추진과 업무혁신에 집중하고, 지난해 대비 168억 원 늘어난 3617억 원 규모의 복지분야 예산을 투입해 어려움에 처한 가정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날 계획이다.

    변화된 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융합적 미래인재 양성과 교육환경 내실화를 다지고, 중·고등학교 입학생에게 교복과 온라인 학습 기기 등의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교육경비보조금에 71억 원을 편성하고 무상급식 및 교육 예산을 투입한다.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전통시장 활성화, 다양한 일자리 사업 추진,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안전을 위하여 생활 안전과 환경 분야와 함께 코로나19로 피로한 구민에게 휴식을 주는 문화·예술·체육 정책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 제공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동대문구 제공
    - 유 구청장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온 분야가 교육이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서울시 자치구 중 2번째로 많은 교육경비 지원을 하고 있는데,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

    = 그동안 사교육에 따른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 강화에 역점을 두고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서울시 자치구 중 2위 규모인 71억 원의 교육경비보조금을 각 급 학교에 지원한다.

    동대문구에는 유치원 28개, 초등학교 21개, 중학교 15개, 고등학교 13개 등 총 49개의 학교가 있고, 총 77개 유치원 및 학교에 2021년 지원하는 총 교육경비는 141억 원에 이른다. 올해부터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교육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중‧고등학생에게는 입학준비금 30만 원, 온라인 수업용 태블릿PC 356대 등을 지원해 자녀교육 시키기 좋은 동대문구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동대문구는 대한민국 으뜸교육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해서 학력신장, 공교육 정상화, 평생교육의 기회 제공 등 아낌없는 지원을 펼쳐 나갈 것이다..

    -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확산하던 지난 연말 청년 주거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과거 세대와 달리 학업과 취업은 물론 결혼 출산 육아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청년들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청년 문제는 어디서부터 보듬어야 한다고 보나

    = 우리나라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어렵지 않은 세대가 없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중년, 노년 어디 간단한 것이 없다. 중앙정부를 비롯해 광역정부, 지방정부가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구 관내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만나면 다들 하는 말이 사람이 없다는 거다.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대기업만 바라보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인재가 적재적소에 쓰여야 하는데 취업자가 특정한 직군이나 대기업에만 몰리면서 다른 직종이나 산업은 인력 기근이 발생한다. 교육ㆍ노동시장은 물론 임금격차가 불러오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원인이 있는 셈이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만 84만 명(2020년 5월 통계청 기준)을 넘어선다. 이들은 국내 제조업과 건설업, 숙박·음식업 등에 주로 종사하는데 청년들은 정작 이 같은 곳을 기피하며 취업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너도 나도 대졸이지만 임금도 적고 인식도 썩 좋지 않으니 다들 사무직만 찾는다.

    은행을 일례로 들면 고등학교 졸업만 해도 충분히 은행창구에서 일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학이나 대학원 나온 고학력자가 찾을 일이 아니라 전산능력과 계산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고졸자도 할 수 있는데, 왜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자들이 여기에 몰리는지 들여다보면 노동시장이 왜곡되고 결국 임금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다.

    올해 42살인 한 지인은 캐나다에서 보일러공으로 일하고 있는데 한 달 수입이 우리 돈으로 약 700만원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비슷한 나이 대에 비슷한 일을 하면서 연봉 1억 가까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기술직에 대한 대우나 사회적 위치도 결코 낮지 않다.

    정부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자기 능력과 관심사를 찾아 적재적소에서 일하고,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만 청년 문제의 기본이 해결되리라 본다. 더불어 이 같은 상황을 일부 양산하는 과잉교육으로 내모는 사회적 분위기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낟.

    - 어떤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 그 동안의 일련의 과정들과 앞으로의 구정 운영을 통해 제가 동대문구의 변화를 이끌어 낸 구청장, 동대문구의 새로운 꿈을 열어준 구청장, 그리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한 구청장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무엇보다 우리 동대문구 주민들이 "이번 4년도 맡기길 참 잘했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 보다 감사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더불어 임기 마무리 후 선후배들을 만나 "그동안 동대문구를 돌보느라 고생이 많았다. 참 잘했다", "수고 많았다"며 정다운 담소와 함께 자유롭게 소주 한 잔 편히 기울이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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