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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유보부 이첩' 그대로 사건사무규칙에 넣은 공수처



법조

    논란의 '유보부 이첩' 그대로 사건사무규칙에 넣은 공수처

    공수처 "입법 과정에서 대통령령→규칙으로 수정…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
    사건 처분 시 수사와 공소 분리·이첩 기간은 2주
    검찰 '불수용' 기류…"공수처 규칙이라 대외적 구속력 없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이한형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의 접수와 수사, 처리 등 전반적인 업무 관련 사항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만들어 4일 발표했다. 지난 1월 출범한 지 104일만이다. 공수처는 이로 인해 본격적인 수사체제로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자평하지만, 검찰이 반발했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그대로 포함돼있어 두 기관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

    공수처는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이 담긴 사건사무규칙을 이날 공표했다. 이는 대통령령에 준하는 법적 효력이 있다고도 밝혔다. 당초 공수처 법을 제정할 때 이같은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규칙으로 정하도록 수정했기 때문에 규칙이지만 대통령령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의 제도적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수사처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는 수정안이 나와 그대로 의결됐다.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국민의 권리 의무를 규정할 수 있지만, 규칙은 단순 행정 절차만을 규정할 수 있다.

    사건사무규칙의 주요 내용으로는 △사건의 구분·접수, △피의자 등의 소환·조사, △사건의 처분·이첩 절차 등이 담겼다. 우선 사건을 '수사처수리' 사건과 '내사' 사건 등으로 구분하고 이를 분석조사담당검사가 분석해 ①입건 ②단순 이첩 ③불입건으로 각 분류해 처리하도록 했다. 피의자, 참고인 등의 소환 요구시 피의자 등은 물론 변호인과도 협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피의자 등에 대한 면담 시 그 진행경과를 서면으로 작성해 기록하도록 했다.

    사건을 처분할 때는 수사와 공소를 분리했다. 수사 담당 검사가 수사를 마친 경우 공소 담당 검사가 해당 사건의 공소 여부를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객관적 공소권 행사를 담보해 국민이 소추권 남용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는 게 공수처의 설명이다.

    사건의 이첩에 대해서도 '기준'과 '기간' 등을 명시했다. 공수처장은 규칙 제23조 1항에 따라 △사건에 대한 수사의 진행 정도와 수사 기간, △사건의 중대성, △사건의 수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있는지 여부 및 그 내용,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건에 대한 공소 시효 만료의 임박 여부 등을 고려해 공수처에서 수사하는게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사건을 이첩하는 기간은 14일(2주)로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협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 규칙 25조 2항 '유보부 이첩' 담겨…공수처 "다소 순화한 것"

    가장 논란이 됐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도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포함됐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란,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해 검찰과 경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수사를 마치면 모두 공수처로 사건을 재이첩해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대검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공수처는 이를 규칙 제25조 2항에 담았다. 수사의 공정성 및 사건의 규모 등을 고려해 이첩할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검에게 유보부 이첩에 따라 사건을 보내야 한다고 명문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의무를 부여한 게 아니"라면서 "규정에 나온대로 수사가 끝나면 넘겨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다소 순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의 해석·적용과 관련된 혼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공수처, 검찰, 경찰청, 해경 등으로 구성된 수사기관 간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수용할 뜻이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법조 관계자는 "공수처 규칙이기 때문에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걸 규정하더라도 다른 기관에 의무를 부여하거나 할 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규칙 제정 근거를 설명하며 규칙이 대통령령에 준한다고 한 것에 대해 "대통령령이면 대통령령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지 대통령령에 준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면서 "가령 옛날에 파마를 하려고 했는데 실제로는 단발머리를 했다, 그런데 파마머리로 봐달라고 하면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따져물었다.

    수도권의 한 부장급 검사도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려면 최소한 법으로 해야 한다"면서 "검사에게 기소 권한이 있는데 그 기소 권한을 공수처의 사무규칙으로 제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이규원 검사 사건을 기소한 것도 법원에서 판단을 할 것"이라면서 "판사가 기소 자체를 무효라고 할 이유가 없다. 사건사무규칙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 측은 사건사무규칙이 관보에 게재되면 이를 확인한 뒤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애초에 규칙으로 밖에 만들 수 없어 공수처로서는 '요청할 수 있다'라는 정도 밖에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 점을 이해하지만, 타 기관에 규범력이 없는 이상 어떤 법적 효과가 있을 지 매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승 연구위원은 "현안인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권한심리에 들어간다면 지금 요청한다는 규칙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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