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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법원에 제 운명 맡긴 집권여당의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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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뒤끝작렬]법원에 제 운명 맡긴 집권여당의 파국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이준석 손들어준 법원 "비대위 출범할 비상상황 아니다"
    충격의 도가니 국민의힘, 현실 부정하고 희망회로 돌려
    선거 3연승 이끈 당대표를 극우 유튜버 주장 근거로 징계
    권력자와 그 측근들에 대한 '괘씸죄'가 근본적인 원인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법원 손에…"당 지도부 책임져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직후 법조인 출신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윤리위 징계 처분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이준석이라는 한 정치인을 '성상납을 받은 당대표'로 규정해 퇴로를 완전히 막아버렸습니다."

    퇴로가 막힌 이 전 대표의 선택지는 결국 법원이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이 전 대표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고, 그를 내치는 과정에서 '정치 실종'을 몸소 보여준 집권여당은 혼돈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


    "비대위 출범할 비상상황 아냐. 이준석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가운데 26일 오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가운데 26일 오후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26일 이 전 대표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주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만큼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었나에 대해 "'당 대표 6개월간 사고'는 당 대표 직무수행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하여 당 대표 궐위에 해당하지 않음"이라며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 대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을 대표하는 의사결정에 지장이 없으므로 당 대표 궐위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국위 의결로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 기간이 도과되더라도(지나더라도)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완승이다.

    해당 판결이 나오자 국민의힘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러자 가장 먼저 나온 반응은 '현실부정'이다. 당사자인 주 비대위원장(?)은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어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겠다며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설사 주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이 정지되더라도 비대위 체제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주 위원장만 직무를 정지 당한 것이고, 비대위원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유상범 당 법률지원단장은 "법원 본안 판결에서 비상상황이 잘못된 것이라는 최종 확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비대위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성상납으로 당 명예훼손? 권력자와 그 측근에 대한 '괘씸죄'!




    향후 이의신청이나 본안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판결을 통해 국민의힘, 특히 이준석 몰아내기를 주도한 소위 '윤핵관'은 그들이 우습게 알던 만 37세의 '새파랗게' 젊은 청년 정치인에게 제대로 한방 먹었다.

    사실 이준석을 내친 명분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기업인으로부터 성상납을 받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극우 유튜버의 주장이 발단이 됐다. 그러나 사건을 몇달째 수사중인 경찰은 성상납을 했다는 기업인의 진술만 확보했을 뿐 이 전 대표를 소환 한번 못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 전 대표가 "당 윤리규칙 제4조 제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어겨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백번양보해 당 대표가 성상납 의혹에 연루된 자체가 당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그리고 5년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낸 대선과 곧바로 지방권력까지 되찾아온 지방선거까지 3연승, 그것도 대승을 이끈 당 대표를 내칠 명분이 되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권력자와 그 측근들에 대한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윤핵관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도 사사건건 충돌했고,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모양이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 하나로도 더이상 상황 설명이 필요없다.


    이준석 몰아내기 골몰하다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법원 손에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한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로 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런데 정치인 선배, 혹은 인생의 선배인 윤핵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설득하거나 보듬기 보다는 어떻게 내칠지만 골몰했고 이 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쌓였던 앙금, 그리고 정권 출범 초기 자기 정치가 문제라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했지만 그들은 손쉬운 길을 택했다. 그동안 정당 정치에서 존재감이 미비했던 윤리위를 정당내 '사법부'로 격상시키며 손안대고 코푸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 대표까지 역임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먼저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할 문제를 법원의 손에 맡겼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그가 법원을 찾아갈 수 밖에 없도록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아 '정치 실종'을 자초한 것은 바로 집권여당과 윤핵관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은 "이 장면은 대한민국 정치가 극적으로 실패하는 모습"이라며 "당연히 정치로 풀 수 있고, 또 풀어야 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의원도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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