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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워싱턴 한복판에서 미국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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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이낙연, 워싱턴 한복판에서 미국 질타

    핵심요약

    방문연구 막바지, 미국대학 순회강연
    "탈냉전, 한국은 공산국가들과 수교"
    "미국은 北의 관계정상화요구 거부"
    "비정상적 관계가 북핵문제 싹틔워"
    "북한에 영향력 행사하려면 수교해야"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강의중인 이낙연 전 총리. 권민철 기자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강의중인 이낙연 전 총리. 권민철 기자
    미국 대학에서 한반도 평화 방안을 주제로 연구해온 이낙연 전 총리가 그 동안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대학 강단에 섰다.
     
    지난해 6월부터 워싱턴DC 소재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방문학자로 활동중인 이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이 대학 학생과 교원, 일반인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현실적-실용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2시간가량 영어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 전 총리는 한반도 평화의 장애물인 북한의 핵문제가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해결되지 않고 오늘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과 해법을 '북미관계'라는 키워드로 풀었다.
     
    그는 먼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간 협상이 실패한 주요 원인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해 온 북한의 요구에 미국이 응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1990년대 미국이 탈냉전 시대를 열자 한국은 적성 국가들인 중국, 소련, 동유럽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북한도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 전 총리는 북미간 관계 정상화의 실패가 "한국의 견제와 미국의 무시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전후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미국이 탈냉전 시대에도 불구하고 유독 북한과는 관계 정상화를 거부했고,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거부당한 북한이 '안보 피해의식'에서 또 '생존욕구'를 위해 핵 개발에 나섰다는 것이 이 전 총리의 시각이다.
     
    그는 "당시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냉전적 사고와 행동을 견지했다"며 "이는 북한이 70년간 지속된 경제 재재 끝에 붕괴될 순간을 맞이했다고 오판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대북 경제 제재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켜 오늘날 미국의 국익 손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 붕괴론은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한 북한과의 여러 합의안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막은 장애물 노릇도 했다고 봤다.
     
    제네바 합의나 수차례의 6자회담 합의 등 북미간 약속이 번번이 깨진 것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으려는 미국의 '완벽주의적 접근'이 중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총리의 강연에 조지워싱턴대학교 학생과 교수, 일반인 등 200여명이 운집했다. 권민철 기자이낙연 전 총리의 강연에 조지워싱턴대학교 학생과 교수, 일반인 등 200여명이 운집했다. 권민철 기자
    그는 이 같은 실패의 경험을 살려서 북핵 문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의 실마리 역시 '북미관계'의 개선이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북미관계' 개선과 '상호위협' 감소라는 두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을 극복하고 점진적, 동시적, 상호적 방식으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향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미국에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다고 보는 기류가 있다"며 "그런 생각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와 중국의존 심화를 초래했다. 그것은 미국이 바라는 세계질서에도,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가 증진되면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강하게 질타했다.
     
    "그런 인식이야말로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냉전의 종결이 독일 또는 일본 주둔 미군의 존재나 미국과 그 두 나라의 동맹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이후에도 지역의 평화를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믿었고, 나도 동의한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북한에 대한 그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계가 없으면, 영향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은 여러 기회에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합의했으나 그 합의는 이행되지 못했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촉구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어 더 이상 고립과 대결의 길을 가지 말고 남북 화해협력과 북미관계 정상화도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1970년대에 중국이, 1990년대에 베트남이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고 급속한 발전을 이룬 것을 북한도 할 수 있다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이 전 총리는 끝으로 "남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남북의 화해협력, 평화와 통일의 길을 함께 가자고 여러 차례 합의했다"며 "남북한은 전쟁의 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그 합의를 이행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남과 북은 다시 대화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과 다시 만나 조건 없는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이달 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강단에 서는데 이어 다음 달에는 텍사스의 휴스턴대학교, 4월초에는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이어 4월 말에는 UCLA에서 다양한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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