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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징계' 두 달간 헤맨 집권여당의 무력한 리더십



국회/정당

    '설화→징계' 두 달간 헤맨 집권여당의 무력한 리더십

    與, '설화' 김재원·태영호 논란 두 달만에 징계
    최고위원 2명 유고에 "조기 수습 못한 리더십 아쉬워"
    설화 리스크 아닌 '리더십 리스크' 지적도
    "정치적 해결 못하고 윤리위…정치력 떨어지기 때문" 비판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의원에 대해 각각 당원권 정지 1년과 3개월의 징계를 내리면서 여당을 내리 흔들었던 '설화 리스크'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그러나 두 달간 이어진 진통 끝에 결과적으로 최고위원 두 자리가 공석이 된 셈이라 지도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주요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지도부가 엉뚱한 선택을 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설화 리스크'가 아닌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를 보여줬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출범 이후 두 달간 리스크에 묻혀 아무런 성과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10일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태영호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자꾸 반복되는 설화는 내부적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켜 민심을 이탈하게 하는 심각한 해당행위"라며 "당 지도부 리더십을 손상시키는 자해행위"라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의 경우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 취지 발언 △전광훈 목사 우파진영 천하통일 발언 △4·3 기념일은 격이 낮다는 발언 등이 논란 대상이었고, 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을 JMS에 빗댄 페이스북 게시글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지시에 의한 것이란 발언 △대통령실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 등이 사유가 됐다.

    그러나 사태가 진행된 지난 두 달간을 돌이켜보면 당 지도부가 오히려 문제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태 초기엔 별다른 대응 없이 무시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섰는데, 그 해법조차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지면서 진압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초반에 김 최고위원의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 취지의 발언이 터졌을 때 김기현 대표는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개헌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사과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다른 지도부들 또한 라디오 등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논란 덮기에만 급급했다.

    결국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월25일 미국 애틀랜타를 방문해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는 발언까지 하기에 이른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김 대표가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 그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제서야 김 최고위원은 공식 사과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전광훈과 결별해야 한다'며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무시했다. 오히려 홍준표 대구시장을 돌연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는가 하면, 김 대표가 직접 "전당대회에서 전광훈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은 있다"고 해명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특히 전광훈 세력과 '손절'하겠다며 논의 끝에 내놓은 방안이 '전광훈 추천으로 들어온 당원에게 탈당 권유 안내 문자 보내기'라는 점은 논란을 더 부추겼다. 일각에서는 "전광훈이 국민의힘의 실세라고 인정한 셈"이란 해석도 나왔다.

    태 의원의 설화 논란에 대한 지도부 대응도 부실했다. 태 의원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발언해 제주도민들에게 상처를 줬던 이력이 있기 때문에 출범 이후 첫 제주 4·3 추념식에는 지도부 다수가 참석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날 서울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강행했다.


    이에 태 의원은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4·3 유가족 등이 항의한 것을 두고 "어떤 점에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나'라는 질문에는 "4·3 사건에 대한 용어부터 동의할 수 없다"며 적반하장식의 발언까지 했다.

    논란이 커진 뒤에야 김 대표는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원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태 의원은 이후 SNS에 'Junk(쓰레기) Money(돈) Sex(성) 민주당'이라고 올리는가 하면,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하는 등 실언을 이어갔다. 급기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더니, "여론조사 3%라는 꼴찌로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엄한(애먼)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며 김 대표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설화 논란 초기부터 대표가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무능한 리더십'을 보여줬고, 이로 인해 권위가 추락하자 논란의 당사자들이 오히려 대표를 공격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김 대표의 경고성 발언들조차도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의 명패가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열흘간 열리지 않기도 했다. 윤리위 징계 결과가 있기까지 약 두 달간 집권여당이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마비됐던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김 대표는 윤리위 결과 이후 "우리당 일부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당 대표로서 무척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징계가 됐는데 지도부에서 좀 더 빨리 결단을 내렸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징계를 지도부가 결정하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김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여당 관계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때는 내부 인사 실수 하나에도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엄하게 처벌했다"며 "김종인이 판단 하나는 명확하게 내렸다. 이번엔(설화 논란) 처음부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끌려갔다"고 말했다.

    실제 김종인 비대위원장 당시 당 중앙청년위가 온라인 홍보물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자 김 비대위원장은 "옛날 사고에 사로잡힌 것은 당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며 즉시 비대위를 열어 관련 청년들을 면직 처분하는 등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리위 결정 이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위원 두 명의 유고가 있기까지 조기에 논란을 수습하지 못한 당내 리더십도 아쉽다"며 "이 때문에 불필요한 혼란과 내상만 남았다는 당원들의 지적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보여준 것은 '설화 리스크'가 아닌 '리더십 리스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사태가 이렇게 까지 커지게 된 것의 가장 큰 원인은 지도부에 있다"며 "결국 이건 리더십의 문제로 '리더십 리스크'인 것이다. 당 대표가 다른 데 눈치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지도부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해결 못하고 윤리위 징계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지도부의 정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당사자들을 제주도에 데려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는 등 방법도 있는데, 지도부에는 그만한 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설화 논란 관련 징계를 마무리 지은 국민의힘은 오는 5·18 때 광주 행사에 의원 전원이 참석하고, 전야제에도 지도부가 참석하는 등 국민 통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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