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여야 의원들이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25일 국회 상임위원회에 복귀했지만, 여야는 상임위 곳곳에서 강하게 충돌하며 파행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을 비롯한 격한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방송법 등 쟁점법안 추진을 밀어붙였다.
법사위서, 정청래 "법 공부 하라" vs 유상범 "내가 공부 더 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이른바 '방송3+1법'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 의결에 반대하며 법안 2소위로 넘겨 추가로 심사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앞서 야당이 21대 국회에서 추진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돼, 22대에서 재추진한 것이다.
여야는 회의 시작부터 강하게 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날 첫 상임위에 참석한 국민의힘은 여당 몫 간사 선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국민의힘 사보임 됐는데 간사 선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정 위원장은 "지각한 국민의힘 탓"이라며 수용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위원장(왼쪽)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방송3법)을 상정해 심의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법사위 진행 등과 관련해 문의하는 도중 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유 의원이 계속 항의하자, 정 위원장은 느닷없이 "잠깐만요. 의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라고 물었고 유 의원은 "위원장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라고 되물었다. 정 위원장은 "저는 정청래 위원장"이라고 했고 유 의원도 "저는 유상범 의원이다"고 답하기도 했다. 두 의원은 구면이다.
국민의힘의 항의가 거세지자 정 위원장은 결국 회의 시작 6분 만에 정회했다가 재개됐다.
정 위원장은 정회 후 "국회법대로 할 것"이라며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시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정 위원장 바로 옆에서 항의하던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하지 않았나"라고 되받아쳤다. 해당 발언을 들은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고등학교 때 공부 잘했던 걸 환갑이 넘어서 자랑하고 있나"라며 "한심하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과방위 이훈기 "'MBC 소송' 김장겸 빠져야" vs 金 "최민희, 민주당 어머니냐"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앞서 여야 의원들이 거수 투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여야가 시작부터 충돌하면서 여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민주당은 MBC를 상대로 소송 중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제척을 요청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김 의원은) MBC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1, 2심을 패소했고 지금 손해배상 상고 의사를 밝힌 상태다"라며 "과방위원으로서 공정을 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이 의원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회의 시작부터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보니 2017년이 다시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작성된 방송장악 문건이 그대로 실현돼 제가 쫓겨났다"라며 "최 위원장님을 보니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고 부르던데, 조금만 더 있으면 최 위원장이 '어머니'로 등장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간사 최형두 의원은 "심각한 모독을 받았다"라며 정회를 요구했고, 최 위원장을 정회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최형두 간사와 김장겸 등 의원들이 야당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항의를 표하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나며 파행을 빚었다가, 15분쯤 후 복귀하며 회의가 재개됐다.
한편 최 위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KBS 박민 사장을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편파 진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국토위 '반쪽' 진행…여야, 청문회 일정 두고 '씨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같은날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과 관련한 입법청문회를 열었지만, 여당의 불참으로 '반쪽'으로 진행됐다.
상임위에 복귀한 국민의힘 측은 청문회 일정을 협의 후 추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연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간사 권영진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며 "국회 복귀 전 야당이 일방적으로 청문회 일정을 정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제 들어왔으니 일정을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간사 문진석 의원은 "기차가 떠난 뒤에 와서 기차를 세우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청문회 강행을 주장했다. 두 간사는 회의장 바깥에 나가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분위기가 격해지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 참석을 거부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권 의원은 "현안질의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국무위원 강제 출석을 위해 청문회를 강행했다"라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퇴장했다.
한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3일 전세사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한 '덜렁덜렁 전세 계약'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박 장관은 "예전에는 전세를 얻는 젊은 분들이 경험이 없다 보니 덜렁덜렁 계약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제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라며 "결과적으로 어쨌든 제 말씀으로 상처받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