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활동가들이 21일(현지시간) 로마 트레비분수에 먹물을 뿌리고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이탈리아 유명 관광지에서 여러 차례 문화유산 훼손 시위를 벌여온 환경 운동가들이 이번에는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트레비 분수를 검게 물들이는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통신은 21일(현지시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마지막 세대'라는 뜻) 소속 활동가들이 트레비 분수에 들어가 식물성 먹물을 부으며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 등을 외쳤다.
이들은 특히 최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에밀리아 로마냐를 가리키며 "이 끔찍한 비극은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지난 16~17일 이틀간 기록적 폭우가 쏟아져 14명이 사망했다.
현지 경찰은 시위대를 분수대에서 끌려낸 뒤 물품을 압수했다. 주변에 있던 일부 관광객들은 이들을 향해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 요구 시위를 벌이는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활동가들. 연합뉴스이들의 시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 유산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시위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달 초에는 로마 유명 관광지인 나보나 광장 피우미 분수에서 비슷한 시위를 벌였고 지난 4월에는 로마 중부 바르카치아 분수에서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우리의 예술 유산에 대한 터무니 없는 공격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에 쓰인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주장에 대해서는 "30만ℓ의 물을 버려야 한다"며 "시간과 노력, 물이 든다"고 비판했다.
1762년 완성된 트레비분수는 후기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로마의 명소로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과 '달콤한 인생'에도 등장한 장소다.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활동가가 경찰에 의해 끌려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