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검찰이 소환한다면 10번이라도 100번이라도 응하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총선을 앞두고 대정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 강한 의지로 추진"…대정부 공세 강화 위한 포석
이재명 대표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이재명을 다시 포토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인가"라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연설문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던 내용이다.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은 이 대표 본인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이 대표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표연설 하루 전 이 대표가 연설 원고를 받아보더니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서 말했다. 최고위원회에는 연설 당일 오전에야 알렸다"며 "최고위 내에서도 만류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 대표가 강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도부 소속 의원도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2월쯤부터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주변에서 많이 말려왔다"며 "이제 시점이 됐다고 보고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표 시점이 하필 교섭단체 연설이었던 이유는, 지난 윤석열 정부 1년을 공식 평가하는 동시에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대정부 기조를 밝히는 자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강도 높은 비판을 위한 포석으로 특권 포기라는 카드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국민포기정권'이라고 규정하며 "눈 떠보니 후진국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 위해서 본인의 팔 하나를 내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정부 비판 메시지에 힘을 싣기 위해 본인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법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표가 검찰에 정면승부를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체제 들어 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접수될 때마다 방탄 논란과 내홍이 이어지자,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출범하는 당 혁신기구에도 힘 실릴까…20일 첫 회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동료읭원들과 인사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조만간 출범할 민주당 혁신기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대표부터 특권 내려놓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혁신기구 입장에서는 당 윤리규범 재정비 과정에서 이 대표의 방탄 논란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공약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다가 당 대표가 된 뒤 이를 번복해 논란이 일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통화에서 "발표 시점이 적절했다는 의견이 많다"며 "혁신기구를 두고 당내 의견이 갈라지려던 상황에서 적절하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혁신기구는 20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민주당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회의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김은경 위원장의 인사말, 혁신위원 소개와 간단한 인사가 공개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