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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리 공무원들은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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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우리 공무원들은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

    정장선 경기 평택시장. 평택시 제공정장선 경기 평택시장. 평택시 제공
    "우리 집 앞 버스정류장을 없애든가 버스가 덜 다니게 해달라."
     
    일선 공무원들은 기상천외한 민원과 마주한다. 버스를 늘리고 집 근처에 정류장을 만들어 달라는 다수의 민원이 있는가 하면, 소음을 이유로 위와 같은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난감한 민원이라 하더라도 차분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대화가 오간다면 그나마 괜찮을 터다. 하지만 민원을 제기하는 상당수는 이미 화나 짜증이 난 상태다. 나아가 어떤 이들은 고성과 욕설로 얼룩진 언어로 공무원들에게 비수를 꽂는다.
     
    민원인이 다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정신적인 린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담당자의 이름, 부서, 사무실 전화번호가 일단 공유된다. 이른바 '좌표찍기'다. 이후부터는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화가 폭주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담당 공무원을 괴롭힐 수 있는지 매뉴얼까지 등장한다. 국민신문고를 악용하는 방법, 시청 홈페이지를 악용하는 방법 등등 괴롭히는 종류는 다양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담당 공무원의 정신이 온전할 리 없다. 다수의 사람이 내뱉는 거친 언어를 매시간 듣고, 인터넷에는 본인의 신상이 돌고, 아무개들이 자신을 험담하는 글이 게시되는 경험은 공무원들의 영혼까지 갉아먹는다.
     
    종종 우리 직원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사무실 문 열리는 소리만 들려도 떨려요."
    "전화벨 소리가 무서워졌어요."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어요."
    "공공장소에 가면 낯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요."
     
    악성 민원을 겪은 공무원들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기고, 적지 않은 직원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공무원들이 민원에 시달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는 남 일 같지 않다. 우리 시에도 죽음의 그림자는 드리워져 있다.
     
    공무원은 우리 공동체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일꾼이다. 그렇다고 하인은 아니다. 시민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대상도 아니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다.
     
    공무원도 우리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들이고, 어머니이자 아버지다. 평택 공동체의 구성원들로서 모든 시민들이 이들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최소한의 도덕적 선을 지켜 주시길 당부드린다.
     
    평택시장으로서도 이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악성 민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요령과 지원책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우리시 직원들을 보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 공무원들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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