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 모습. 연합뉴스총선 패배로 표류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4‧10 총선의 민심은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회초리를 맞은 여당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이다.
그러나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각에선 변화의 시점을 미루거나 궁극적으로 변화하기를 두려워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전당대회 연기론'이 그렇다. 논리의 핵심은 "당이 아직 전대를 치를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원칙적인 전대 시점은 6월 말 7월 초이다. 그런데 비대위 체제를 존속시키는 방식으로 최장 12월까지 연기할 수 있다. 늦어도 9월 정기국회 개회 전인 7월 말까지 새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주장과 비대위를 계속 이어가자는 주장이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 연장론'의 설명은 이렇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난 11일 퇴진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했고, 임기는 6월 말까지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전대 개최 시점은 한 전 위원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 6월 말, 7월 초가 맞다.
비대위원장 궐위 사태에 대한 규정은 당헌 96조에 규정돼 있다. 8항에 "비대위원장의 사퇴 등 궐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내대표, 최다선 의원 순으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적시돼 있다. 6월 말의 시점까지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는 근거 규정이다.
그런데 윤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다. 제22대 국회가 같은 달 30일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29일 이전의 시점에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문제는 원내대표 임기인 5월 말과 비대위원장 임기인 6월 말 사이 시간적 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당선자 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 자연스럽게 '권한대행' 보직까지 넘겨주는 방법이 존재하고, '권한대행' 보직만 윤 원내대표가 맡는 방법도 있다.
후자의 경우 윤 원내대표를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 비대위원장 임기는 1차례에 한해 6개월 연장할 수 있는데,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연장하면 임기는 12월 말까지다.
결국 새 원내대표가 '권한대행' 보직까지 겸해 전대 시점을 정하는 방식과 윤 원내대표를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뒤 의결 절차를 거쳐 전대 시점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나뉘게 된다. 누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지에 따라 전대 실시 시점에 대해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는 셈이다.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영남권 의원들은 전대를 당장 실시하는 것보다 당분간 비대위를 이어가다가, 당이 안정된 특정 시점에 실시하자는 의견이 다수다. 반면 총선에서 참패한 여론의 심판을 즉시 반영하기 위해선 7월 안에 새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당선자들도 있다.
3선에 성공한 한 당선자는 통화에서 "전대 시점은 오히려 빠를수록 좋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실기하게 될 것"이라며 "전대를 치를 여력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선에 성공한 다른 당선자는 "당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 잘 안 보인다. 쇄신? 정리? 잘 안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당 대표의 성격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당의 주류가 '친윤, 영남권'이었던 만큼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비윤, 수도권'이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현재도 주류인 '친윤, 영남권'은 정체성과 무관한 컨셉을 선호한다.
현재 새 당 대표 혹은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3선 이상 의원들로는 영남권에서 주호영(6선)‧김도읍‧김태호‧윤재옥(이상 4선) 의원이 있고, 비(非)영남권에선 권성동(5선)‧권영세‧나경원‧안철수‧윤상현(이상 4선), 이양수‧이철규(이상 3선) 의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