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군장병 취업박람회'를 찾은 장병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고양=황진환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 훈련 때 사람 없어 옆 부대서 '품앗이'…조기전역 급증 ② 부사관은 더 심각…"봉급도 연금도 희망 안 보여" ③ "나는 이래서 정든 군을 떠났다" K-상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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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이달부터 사단‧여단급 부대로 인력획득담당관 제도를 확대해 연말까지 한시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참모총장 지휘서신에서 밝혔듯 초급간부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초급간부 중에서도 부사관 쪽 형편은 더 열악하다. 장교도 모집 경쟁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나마 아직은 정원을 채우고 있다.
육군의 올해 1분기 단기전환·임기제 부사관 모집에선 목표 달성률이 37%에 불과했다. 현역 부사관과 민간 부사관 등 다른 모집 경로도 남아있지만 그쪽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해군과 공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육해공군 전체 부사관 보직률은 지난해 91.8%까지 떨어졌다. 필요 인력이 100명이라면 8명이 빈자리인 셈이다.
이는 신규 모집 뿐 아니라 기존 인력인 중견간부까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 상사의 경우 희망전역이 2019년 50여명 → 지난해 100여명으로 2배 늘어났다. 해군 상사 희망전역은 같은 기간 45명 → 129명, 공군 상사 희망전역은 60여명 → 170여명으로 각각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방아쇠' 역할…상대적 박탈감
고양=황진환 기자부사관들은 장교나 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처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급여 및 수당체계, 주거 등 복지, 전투와 직접 상관없는 잡무 등 근무 환경이 두루 포함된다.
특히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별 이의가 없다.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전혀 살피지 않은 전형적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독자 제공올해 희망전역한 예비역 육군 상사 A씨는 "내년이면 병장 월급이 지원금까지 합쳐 205만원인데 하사는 세전(월급)으로도 200이 안 넘는다. 거기다 병사들은 식비도 공짜니까 (하사가) 사실상 30만원 정도 적게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역 직전 급여명세표에는 세전 350만 9900원, 세후 실수령액 288만원이 찍혀 있다. 세전 금액은 본봉 + 직급보조비 + 장려수당을 합한 것이다.
정부가 최근 초급간부용 당근책으로 내놓은 장려수당도 부사관들에게는 오히려 상처가 됐다.
장교는 기존 900만원에서 1200만원, 부사관은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해준 것까진 좋았는데 세금은 부사관들에게만 떼어간 것이다. 그 금액은 240여만원에 달한다.
2021년 부실급식 감사 때 '무전취식' 논란, 자존심에 큰 상처
감시초소(GP). 사진공동취재단GP‧GOP 등 경계부대에 한해 월 100시간까지 확대된 초과근무수당도 여러 허점을 드러내며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역시 초급간부 사기 진작책으로서 영내 상주 인력에 국한했다. 하지만 중견간부는 똑같이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단지 출퇴근한다는 이유로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사 진급을 앞두고 최근 희망전역을 신청한 B씨는 "우리는 해안경계부대라는 이유로 주 6일 근무를 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휴가 이틀이라는 게 마땅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계부대는 아니지만 '5대기'(5분전투대기) 같은 비상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부대 근무자들에서도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역인 C상사는 "5대기에 걸리면 한 달 동안 집에 못가고 하루 세끼를 부대에서 밥 먹어야 하는데 밥값도 비싸져가지고 근무할수록 마이너스가 된다. 진짜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후년 부사관 조기전역 거세질까 우려…연금 수령연한 대거 도래
병장 월급 205만원이 초급‧중견간부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면 2021년 말 감사원의 부실급식 감사는 군 생활에 결정적 회의감을 안겨 준 계기였다.
당시 감사원은 영외 거주하는 간부들이 영내식당에서 사실상 무전취식함으로써 병사들의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
예비역 상사 A씨는 "감사원이 11개 사단에서 하루 평균 간부 475명이 무전취식했다고 했는데, 11개 사단이면 그 밑에 부대가 200개가 넘고 (그렇다면) 1개 부대당 2~3명이 무전취식했다는 얘긴데, 잔반(먹다 남아서 버리는 음식)만 해도 그 정도는 될 것"이라며 부풀리기 감사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뒤늦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견간부들의 조기 전역은 당분간 지속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부사관의 경우 2026년 이후 조기 전역 바람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2006년부터 모집 정원이 대폭 확대된 부사관들의 군인연금 수령 연한(20년)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 전에라도 군인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안 그래도 울고 싶은 중견간부들의 등을 떠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