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첫 단추로 꼽히는 'VIP(대통령) 격노설'을 꿰기 위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21일 동시에 소환한다. 박 대령은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김 사령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 사령관은 지난 4일 1차 조사 당시 변호인 조력 없이 홀로 공수처에 출석해 15시간 가까이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사안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김 사령관에게 추가 출석을 요구했다고 한다.
김 사령관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8월 1일 박 대령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내용을 경찰에 이첩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특히 박 대령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나'라며 화를 냈다는 VIP 격노설을 김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사령관이 'VIP의 격노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됐고, 이 전 장관이 지시를 내려 이첩이 보류됐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윤창원 기자그러나 김 사령관은 앞서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VIP 격노설에 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또 박 대령을 겨냥해 "자의적인 법 해석과 본인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내세웠다. 항명 사건이 없었다면 이미 진상은 규명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과 VIP 격노설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박 대령 역시 이날 오후 불러 조사를 벌일 것으로 파악됐다. 경우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대질 조사하는 방식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수사팀 판단이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 이어 김 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끝낸 공수처는 향후 외압 의혹의 '윗선'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 전 장관 등을 본격적으로 겨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