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북

    김흥국 해병께!

    [밸런스칼럼 - '突直口']

    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 
     
    "야, 한일 월드컵 유치를 누가 이뤄낸 줄 알아?"
    "누군데? 정몽준?" 
    "아니…. 바로 김흥국이야"
    "축구광인 것은 알지만 그 정도였어?, 어떤 역할을 했는데?"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서 피파(FIFA) 평가단이 왔을 때 김흥국이 특유의 쓰러질 듯한 모션과 함께 '호랑나비'를 불렀거든. 그랬더니 평가위원들이 '에이~ 유치해!'라고 해서 월드컵이 유치된 거야" 
    "에이 씨~~~"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2002 한일 월드컵 유치가 확정되면서 저는 이런 아재개그(아마 어느 방송에서 조영남 씨가 썰을 풀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를 주변에 곧잘 써먹곤 했다. 그뿐인가, 친구나 동료들과의 저녁 모임이 노래방으로 이어질라치면 '59년 왕십리'를 목청껏 불러대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라디오 진행자로 등장한 김흥국 씨는 UCLA를 "우크라 대학"으로 명명한 것을 비롯해, "남편과 사별하셨는데 혹시 성격 차이 때문이었나요?", "귀한 분과 인터뷰인데 시간이 아깝네요(아쉽네요)" 등등 의도인지, 실수인지 모를 수많은 어록들로 귀를 익살스레 간지럽히며 필자를 팬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김흥국 씨가 해병대 출신임은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거의 다 알 정도로 그의 축구 사랑과 해병대 사랑은 남달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치 바람을 타는가 싶더니 보수 연예인임을 자임하면서 대선판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함께 어퍼컷 세러머니를 날렸다. 또 최근 총선 이후에는 그동안의 업적을 인정받아 국민의힘으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고 하니 '축구', '해병대'에 더불어 '국민의힘'이라는 '트리플 연예인'으로 기억될 듯 싶다. 물론 누구나 정치 성향을 띠고서 목청 높여 자기주장을 펼 권리가 있고 그 누구도 이를 막을 권한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주장을 폄에 있어 상대방의 입장도 염두에 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간과했다는 것이고, 더욱 큰 문제는 아예 드러내 놓고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나와 다르면 가짜이고 좌파"라는 말은 결국 휴일에 이처럼 키보드 자판 앞으로 필자를 끌어냈다.
     김흥국 씨. JTBC 캡처.김흥국 씨. JTBC 캡처.
    최근 채상병 특검 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흥국 씨는 "가장 가슴 아픈 게 대한민국 해병대에 가짜 해병이 있고 좌파 해병이 있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여기에 "죽은 후배 채 상병에 대해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렇게 오래 질질 끌면서 해병대 선후배가 열심히 나라를 위해서 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들이댈 거냐"고 추가로 한마디를 얹었고…
     
    이어 연단에 오른 해병대 예비역 장성 출신은 "군사작전에는 언제나 위험과 실수가 동반된다. 군의 작은 실수를 이용해 청문회를 열고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외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김흥국 씨 말부터 짚어보자. 언제부터 대한민국 해병대를 논함에 있어 김흥국 씨의 판단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었고, 좌파를 색출하는 척도가 됐나? 그리고 적어도 필자가 느끼는 해병대는 '우파', '좌파'가 아닌, '정의파'여야 되는 것 아닌가? 김흥국 씨 말대로라면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가짜 해병이고, 좌파 해병인가? 그리고 일개 해병대 대령이 대통령과 맞서는 지금의 형국이 진실 규명 차원이 아닌, 색깔론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것인가?
     
    "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열혈 해병대를 정쟁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야당 의원들의 행태와 해병대 장성들이 국회 청문회장에 불려 다니며 의원들에게 치도곤을 당하며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귀신까지 때려잡으며 이 나라를 지켜온 대한민국 해병대를 지속해서 정쟁에 이용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밝히지만 저는 특검에 반대합니다"
     
    김흥국 씨의 발언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대한민국 대표적 보수 연예인으로서 현 정권에 추임새를 넣어도 이 정도면 충분했을 터였다. 특검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누구나 자유다. 김흥국 씨가 특검을 반대하는 것 역시 그의 자유다. 그런데 그의 자유스러운 입장과 반대편에 섰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모두 다 가짜이고 좌파는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들은 그럴 자유가 없어야 하는가?
     
    다음으로 해병대 장성 출신의 발언을 살펴보자.
     
    "군사작전에는 언제나 위험과 실수가 동반된다. 군의 작은 실수를 이용해 청문회를 열고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외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좋다, 그러면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군사작전에는 언제나 위험과 실수가 동반되지만, 지휘관은 그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대비해야 하고, 실수로 인해 부하가 사망했을 경우 지휘관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럼 채 상병은 위험과 실수로 인한 희생양으로 그냥 덮고 넘어가야 하나? 그렇다면 육군 훈련소에서 희생된 병사와 관련해 왜 중대장이 구속된 걸까?", "그리고 만약 채 상병이… " 감정이 격해지는 부분이니 추가적인 질문은 알아서 받아들이시길 바란다. 하지만 예비역 장성이 주장하는 내용 중 이번 청문회를 대통령 탄핵의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행태를 지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일정 부분 공감한다. 트검에 대한 찬, 반 여부를 떠나 관련 조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탄핵'이란 카드부터 들고나오는 행태가 과연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공감을 얻울 수 있을까? 물론 이건 필자만의 뇌피셜이지만…
     
    이래저래 말이 길었다. 더 이상 긴말할 것 없이 김흥국 씨에게 묻는다.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Once a Marines always a Marines")'이라는 해병대 슬로건에 가짜 해병과 좌파 해병도 들어있을까?". 필자가 보기엔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그리고 그 해병 안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서로 생각과 입장이 다른 해병들도 존재해 있을 뿐, 가짜 해병은 없다. 부디 당신의 각별한 해병대 사랑이 더 이상 퇴색하지 않길 바란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