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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빛과 소금 되랬더니 ''빚지고 소금 쳐야 할 판''

기자수첩

    교회, 빛과 소금 되랬더니 ''빚지고 소금 쳐야 할 판''

    [변상욱의 기자수첩] 더 늦기 전에 소금 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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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서울시가 체납 세금 독촉에 나섰는데 교회가 그 주요 대상 중 하나여서 고민스럽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종교 단체의 체납된 세금은 모두 백여 건, 53억 원 규모이다. 대부분이 기독교이다. 교회 체납 세금이 50억 원에 이른다.

    ◇사우나, 식당…임대사업하는 교회?

    세목 상으로는 80%가 부동산 취득세·등록세이다. 교회가 들어설 목적으로 건물이나 땅을 사면 당연히 부동산세는 면제된다. 그러나 부동산을 매입해 목적에 맞게 활용하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서울시는 교회들이 비과세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서구 모 교회는 지난 2006년 340억 원 규모의 건물과 토지를 사들여 비과세 적용을 받았다. 그러나 지하 1층에 사우나, 지상 층의 식당은 개인사업자에게 임대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발각됐다. 내야 할 세금이 18억 원이었으나 미루다가 가산금이 붙어 지금은 27억 5,700만 원이 됐다고 한다.

    세금 낼 돈은 없어도 새 예배당 건축에 들어가 150억 원 예산을 들이고 있고 목회자들 사택으로 쓰는 빌라도 10채가 있다한다. 거의 부동산개발업자 수준으로 자금과 부동산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서울시는 체납액 규모가 큰 교회들부터 재산을 압류하고 공매에 붙이는 등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는데 헌금을 압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상의 빛 되랬더니 빚이 되고 있어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상호금융권(농수축협, 새마을 금고)에 대한 감사를 벌이다 보니 교회에 대출해 준 현황이 밝혀졌다. 4조9천억 원 규모이다. 1금융권도 조사했더니 4조원 대라고 한다. 합치면 금융권 교회대출 규모는 9조원에 이른다. 제 3 금융권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한 달에 성도들 헌금 중에서 금융권 이자로만 600억 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교회 신도들이 은행들 먹여 살리려고 헌금하는 게 아니다. 교회 재산은 비영리단체로 공익적 성격이 강해 담보를 잡아도 처분하기 난감하다. 그래서 시중은행들은 담보대출을 꺼리는 데 상호금융은 장로 등 교인들 연대보증과 교인들 규모를 보고 대출을 해준다. 교인들이 담보인 셈이다.

    교회가 대출받는 이유는 주로 교회 건축이다. 무리하게 대출 받아 건물 짓고 원금 이자 갚기 어려우니 선교 사역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부도·경매·매매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헌금 강요나 특정 목적의 헌금 관리 문제로 분규를 겪는 교회도 생긴다. 꼭 건물을 지어야 할 교회도 있지만 성장 극대화를 위한 수단이나 이웃 교회와의 경쟁심으로 크게 짓는 건 좋게 봐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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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늦기 전에 교회에 소금 뿌려야

    세금을 내고 안 내고의 문제를 떠나 정말 중요한 문제가 있다. 교회에 깊게 뿌리 내린 ''천민자본주의''를 털어내는 일이다.

    교회 세습을 생각해 보자.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세습 풍조가 어디서 왔을까? 재벌들이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하는 과정 그대로이다. 우리가 흔히 봐 온 재벌들이 편법 상속 행태로 ▲자식을 고속으로 승진시켜 사장으로 만드는 방법 ▲돈을 빼내 문화예술 공익재단을 만들어 가족들을 앉히는 방법 ▲계열사를 떼어주거나 협력기업을 만들어 주고 특혜수의계약 등으로 키우는 방법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담임 목사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교회를 직접 물려주기도 하고, ▲물려주기 곤란하면 재정을 지원해 새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복지재단을 만들어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고, ▲일간 신문사를 만들어 교회가 지원해 키운 뒤 회장·사장 자리를 물려주는 방법 등... 대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또 하나는 정치권력과 자본의 결합이다. 장로교 모 교단의 예를 들자면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 준 대형교회가 4곳인데 공통점은 그 목사들이 모두 그 교단의 최고 지위인 총회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다른 교단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대형 교회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교단의 실세가 되어 교단 교권을 장악하고 다시 그 교권을 바탕으로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는 금권유착 세습이다.

    세습이 아니고 대를 이어가며 선교사역에 헌신하는 거라면 농촌의 가난한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며 여기서 가난한 이웃들과 살며 죽기까지 충성하라고 상속했다는 사례도 나와야 한다. 왜 꼭 도시 대형교회에서만 상속이 되는 걸까?

    [BestNocut_R]담임 목사만 우대해 원로 목사제를 두고 은퇴 후에 퇴직금, 승용차, 주택까지 지원하지만 전도사는 어느 때고 고용/해고가 가능한 비정규 계약직으로 불안한 신분에 묶어두고 있다. 담임 목사에게 쓰이는 일부를 떼어 부교역자들의 안정된 자립을 넉넉히 지원할 수도 있건만 저임금 보조역할로 떠밀어 놓는 것도 자본주의 속에서의 고용차별 체제와 흡사하다.

    80%에 이르는 미자립교회와 전국 곳곳에 체인망처럼 지교회를 늘려가는 대형 교회의 양극화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구조나 마찬가지이다. 왜 자본주의의 폐해를 교회가 가져다 쓰는가?

    <마가복음 6장="" 7절="">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역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직접 당부하는 장면이 있다. "여행을 위하여 지팡이 외에는 양식이나 배낭이나 전대의 돈이나 아무 것도 가지지 말며 신만 신고 두 벌 옷도 입지 말라 하시고…"

    이 말씀에서 한국 교회가 얼마나 멀리 떠나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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