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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르포] 붕마띠 주민 "10명이 쌀 1kg 가지고 뭐하라는 겁니까?"



아시아/호주

    [네팔르포] 붕마띠 주민 "10명이 쌀 1kg 가지고 뭐하라는 겁니까?"

    무능력한 네팔 정부에 현지인들 '부글부글'

    "50명 이상이 좁은 천막에서 추위에 떨며 자고 있어요."

    29일 수도 카트만두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붕마띠(Bungamati) 지역에 사는 수먼타파(Suman Tapa)씨는 처음 만나자마자 네팔 정부부터 욕했다.

    지진으로 마을 전체가 부숴져 모두 천막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해주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붕마띠 지역은 산등성이를 두고 형성된 마을로 2만여명이 살고 있는데 이번 강진으로 대부분의 가옥이 파괴되거나 금이 갔다.
    붕마띠에 있는 대부분의 가옥은 철근과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아 강진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반파된 가옥 (사진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박지환 특파원)

     


    주민들은 밭이나 빈공터에 천막을 치고 비를 피하며 여진이 그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외국 관광객이 몰리는 수도 카트만두는 복구작업이 시작됐지만 이곳 붕마띠 지역은 복구는 엄두도 못낸다. 반쯤 무너진 건물들이 언제 쓰러질 지 몰라 자칫 추가 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강진 4일째인 28일 정부 공무원이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줬지만 주민 열명당 쌀 1kg이 전부였다. 주민 한 명이 한줌짜리 쌀만 받은 셈이다. 비를 피할 천막이나 텐트는 물론 하다못해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아줄 스트로폼도 지원되지 않았다.

     


    수먼타파씨는 "지진이 온 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지만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붕마띠 지역은 수도 카트만두와 비교적 가깝지만 외국 구호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정부 지원 물품도 보잘 것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국적 구조대가 네팔 현지에 속속 도착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생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구호품 지급은 더디기만 하다.

    네팔 정부가 몰려드는 외국 구조대를 조직적으로 지원할 여력조차 없어 구호품 지급과 건물복구는 아직 먼나라 얘기다.

    현재 650만명의 이재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텐트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음식이지만 구호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식수조차 구하기 힘들어 동네 연못에서 물을 가져다 끓여 먹는 실정이다.

    수먼타파씨는 "주민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종종 싸우기도 한다"며 "지진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지만 이런 상황은 모두 정부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마을 주민인 람 기스너 스레스너 기껀씨는 "24살 21살, 17살 된 딸들과 아직도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정부가 해주는 게 없어 이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카트만두 인근 붕마띠 지역에 사는 써민 머헐레(10)군이 반파된 자신의 집 앞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아빠 엄마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서 식기 등을 빼내고 있다. (사진 카트만두 = CBS노컷뉴스 박지환 특파원)

     


    기껀씨는 "아이들 보기가 미안하다"며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달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복구작업만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고 우울해했다.

    천막에서 밥을 먹고 있던 게노랄 샤케씨도 "어젯밤에도 여진을 여러차례 느꼈다"며 "언제 집으로 돌아갈 지 모르는데 정부대책이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10살배기 소년 부서진 집에서 위태롭게 집기를 빼고 있는 아빠 엄마쪽을 손짓하며 웃었다. 써민군은 "땅이 흔들릴 때마다 무섭다"며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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