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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길이 막막" 목숨 끊은 장애인 가장의 기구한 삶



사회 일반

    "살 길이 막막" 목숨 끊은 장애인 가장의 기구한 삶

    '재개발 이주 비용' 마련 못 해 극단적인 선택…거동 불편한 딸 혼자 남아

    장애 가장이 딸과 함께 살던 집 (사진=동래경찰서 제공)

     

    세 들어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한 장애인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버지에게 의지해 함께 살던 몸이 불편한 딸은 결국 혼자 남게 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에 살던 A(51)씨는 지난 1998년 건강이 나빠져 장애 판정을 받은 뒤부터 허리 통증을 안고 살아온 지체장애 3급이었다.

    불편한 몸이지만 자동차 도색 업체를 운영하며 부인과 함께 세 남매를 키워낸 가장이었던 A씨.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불행이 찾아온 건 지난 2004년이었다.

    운영하던 사업체가 어려워지더니 결국 파산했고,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 가정도 흔들려 부인과 이혼까지 이르렀다.

    두 아들도 성인이 되어 품을 떠나자, A씨는 딸 B(31·여)씨를 데리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건강까지 나빠지자 가족과 친지들도 점차 왕래가 뜸해졌다.

    결국, 두 부녀는 지난 2012년부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주택에서 외딴 섬처럼 사회와 멀어진 삶을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 B씨도 어느 날부터 허리와 하반신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A씨는 자택에서 컴퓨터를 수리하는 소일거리로 간신히 생활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고, 결국 두 부녀가 한 달 동안 살아야 할 고정 수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으로 지원받는 94만 원이 전부였다.

    근근이 살아가던 A씨 부녀에게 또 한 번의 고난이 찾아왔다.

    A씨가 살던 지역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며 집을 비워야 할 처지가 된 것.

    세 들어 살던 A씨에게 재개발에 따른 금전적인 이득이 없는 건 물론이고, 거주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이주 비용도 받을 수 없었다.

    철거를 앞두고도 이주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사이, 딸 B씨의 허리통증은 더욱 심해져 이달 초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하는 신세가 됐다.

    딸 B씨가 입원한 지 1주일쯤 지난 8일 오후.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자 B씨는 이상한 생각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A씨의 집을 찾았지만,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이 본 것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A씨의 시신이었다.

    착화탄을 피운 흔적

     

    방 바닥에서는 착화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고, 창문 틈은 외부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RELNEWS:right}

    무거운 짐을 이기지 못한 A씨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이웃 주민들로부터 'A씨가 주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했다'라고 진술했다"라며 "A씨가 발견되기 10시간 전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의 사연과 혼자 남게 된 B씨의 소식에 주변에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A씨가 살던 주민센터의 한 직원은 "A씨가 비록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소일거리와 지원금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라며 "이미 주변에 30여 가구가 떠나는 등 집을 비워야 할 시일이 가까워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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