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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프로스'가 포털 게시판인가



칼럼

    [칼럼] '이프로스'가 포털 게시판인가

    저주와 비난이 난무하는 포탈게시판 닮아가는 이프로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늑대싸움판
    무너지는 것은 법치와 국민적 신뢰
    검사동일체 원칙을 성숙하게 해석해야 할 때

    (사진=연합뉴스)

     

    이프로스는 검찰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올리는 검찰내부 게시판이다.

    따라서, 검찰가족들만 들어갈 수 있으며 주로 검사들이 의견을 올린다.

    최근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는 검사들이 많아졌다.

    검찰인사에 대한 의견은 물론 검찰개혁과 현재 진행중인 수사에 대한 의견이 많이 올라온다.

    떠나는 검사나 현직에 있는 검사나 모두 한마디씩 한다. 이프로스가 검사들의 해방구가 된 느낌이다.

    29일에는 대검찰청 정희도 감찰2과장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김오수 차관이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행간을 보면 인신공격성 글이나 다름없다.

    정희도 검사는 지난 13일에도 검찰인사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언론에 회자된 검사만 10여명에 이른다.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글도 있고 비난하는 글도 있다.

    그만큼 현재의 검찰을 바라보는 검찰 내 시선이 다양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그 시선 일부에는 적대감이 깔려있고 조롱과 모욕, 저주가 묻어 있다.

    서로를 격려하고 조언하던 이프로스의 공기가 문재인 정부들어 확 달라졌다는 지적이 많다.

    검찰(사진=연합뉴스)

     

    검찰 조직이 친정부, 반정부로 갈라져 싸움판을 벌이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정치판의 보수.진보 진영논리가 검찰 조직 내부로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는 포탈 게시판이 아니다. 포탈 게시판은 서로의 생각이 다르면 욕설과 저주, 조롱이 난무하는 곳이다.

    요즘 이프로스를 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포탈 게시판의 모습과 다를게 없어 보인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럴거면 정치판으로 가라" "치매이다" "사기극이다"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얼마전까지 동료였고 상사였거나 부하 검사였다는 사실은 새까맣게 잊은 것 같다.

    토마스 홉스는 "인간은 인간에게 있어 늑대라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고 말했다. 홉스는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법무부와 검찰의 모습이 딱 이렇다.

    법무부나 검찰의 유전자를 굳이 따지면 한 집안이다. 그런데 지금 양쪽 모두 늑대가 되버렸다.

    (사진=연합뉴스)

     

    어느 한쪽이 죽어야 한 쪽이 사는 늑대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권을 놓고 충돌하더니 이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 여부를 놓고 맞서기도 했다.

    감찰 얘기가 나오고 이의제기권이 거론되고 서로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로 얘기하면 되는 것이고 법무부는 법무행정으로 얘기하면 되는 것이다.

    검사들끼리 이전투구하는 와중에 법치는 무너지고 있다. 사법 정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깨지고 있다.

    토마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계약으로 국가, 즉 조직을 만든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조직과 관련된 문제를 조직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발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검찰 조직이 있는 것이고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이프로스가 정치검사의 알림판이나 개별검사의 배설구로 변질해서는 안된다.

    절제된 법무행정이나 절제된 수사도 중요하지만 검사 개인의 절제된 언어도 중요하다.

    검사들 스스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보다 좀 더 성숙하게 해석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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