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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에 비밀연구소? 불안감 노린 유튜버들의 '공포 마케팅'



사회 일반

    우한에 비밀연구소? 불안감 노린 유튜버들의 '공포 마케팅'

    신종 코로나 확산 틈타 유튜브에선 '공포 마케팅' 성행
    공포 조장하는 콘텐츠로 구독자·조회수 늘리기 급급
    가짜뉴스 확산에 음모설 제기도…혐오 발언도 거침 없어
    전문가 "공포 마케팅, 사회적 불안 가중…정부·언론 발표 신뢰해야"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튜브에선 '공포 마케팅'이 한창이다. 전문가도 아닌 일개 유튜버가 공포를 조장하는 각종 의혹들을 사실이라고 단언하는가 하면, 온갖 음모설을 퍼트리며 정부와 언론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56만여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 A씨는 지난 27일 '중국정부가 감추는 것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SNS에 떠돌고 있는 영상 속 중국인들의 말을 통역하면서 "이 간호사에 따르면 확진자가 9만명이라고 한다. 어떤 중국인 전문가도 영상을 올렸는데 상하이가 일주일 안에 붕괴된다고 했다. 나는 그들의 말을 무조건 믿는다. 거짓말이면 중국 공산당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3일 동안 신종코로나와 관련한 콘텐츠를 7개나 게재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중국 유학을 다녀와 중국어에 능통할 뿐, 영상 속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은 없다. 그런데도 해당 콘텐츠는 조회수 251만회를 돌파했고, 댓글에는 A씨의 주장을 믿는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공포 마케팅 덕인지 해당 채널의 구독자는 하루 사이 4만7000명이나 늘었다.

    각종 의혹을 단순히 확대 재생산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음모설을 제기하는 유튜브 채널도 있다.

    구독자 5만명을 돌파한 한 보수 유튜브 채널은 지난 25일 "생물학전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음모설을 내놨다. 생물학전이란 사람, 동물, 식물을 살상하거나 물자에 피해를 주기 위해 미생물이나 생물에서 나오는 독소를 고의적으로 운용하는 전쟁 형태를 의미한다.

    스스로를 군사 전문가라고 밝힌 진행자 B씨는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어 미국이 북한 진입을 위한 군사행동을 코앞에 두고 있는 이때 갑자기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며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인위적인 생물학전을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우리나라 뉴스를 보면 온통 의학적∙보건학적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군사 평론을 하는 제 눈에는 생물학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초 이 병이 발병했던 곳이 우한 수산시장인데, 이 시장 30km 거리 안에 중국우한국립생물안정성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는 인류에 치명적인 살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생물학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런 시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냐. 감염자가 확산되면 미국은 당분간 군사행동을 못한다. 중국이 전 세계를 향해 도발한 걸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음모설을 확실시했다.

    해당 진행자는 정부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말만 믿지 말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많은 정보들이 있으니 조언을 구해라"며 "신뢰성 없는 정부 말만 믿다가 큰 코 다친 일이 지금까지 많지 않았냐"는 말로 영상을 마무리했다. 해당 콘텐츠는 게시된 지 3일 만에 조회수 5만회를 돌파했다.

    공포 마케팅과는 별개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동영상도 성행 중이다.

    유튜버 C씨는 진위 여부도 불확실한 한 사진을 보여주며 "중국은 아주 X순이 국가다. 이 중국인들도 '정부를 믿는다. 그래서 마스크가 필요 없다'라고 하고 있지 않나. 이 나라는 싱크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람 구출 안하고 그냥 모녀를 생매장시켜버린 그런 나라다. 인명이란 개념이 없다. 이런 나라가 다른 국가 인명 신경 쓰겠냐"며 중국과 중국 시민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해당 콘텐츠는 조회수 4만회에 달해, 조회수 몇 백을 맴돌던 해당 유튜브 채널의 다른 콘텐츠들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공포 마케팅에 대해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유튜브가 정보 습득의 주요 창구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이런 일이 터질수록 대중이 더 냉정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 문화평론가는 "기존에도 유튜버들이 자극적인 콘텐츠로 조회수를 올리려고 해 비판을 받아왔다. 대중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슈인 신종 코로나 사태는 그들에게 기회다. 대중이 가지는 공포나 혐오 심리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튜브도 매체다. 이런 매체들에서 자꾸 공포를 부추기면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사태는 더욱 수습하기 힘든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잘못된 정보가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할 때는 언론 보도와의 비교가 필수"라며 "정부나 언론 기관은 정보를 조금 늦게 발표할 순 있어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발표하진 않는다. 반면 유튜브 채널들은 사실 확인 없이 추측만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 및 언론 기관 발표에 상반된 이야기, 혹은 과장된 이야기를 접한다면 우선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문화평론가는 "혼란스러운 국면이거나 중대한 사안일수록 유튜브에선 사실 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정보가 나도는 경우가 많다. 되도록이면 그런 정보는 멀리하고, 공신력이 검증된 대형 매체의 보도나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기준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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