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누구 말이 맞을까" 제주-이스타 M&A 6가지 쟁점 정리



기업/산업

    "누구 말이 맞을까" 제주-이스타 M&A 6가지 쟁점 정리

    이스타노조, 양사 대표 간 통화 녹취·회의록 공개…제주항공 "셧다운하는 게 맞다"
    "제주항공, 구조조정에도 개입" vs "구조조정은 이스타가 결정" 정면 반박
    이스타항공 체불 임금 문제에 제주항공 전 대표 "저희가 할 거에요"
    국토부 장관 면담 '변수'…정부 나서서 포기 힘들 것 vs 갈등 커져 성사 힘들 것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지시 여부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지난 6일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면서 그 근거로 양사 대표 간 통화 녹취와 경영진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구조조정은 애초 이스타항공이 계획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외에도 이스타항공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지시하고, 이스타 직원 체불 임금도 제주항공이 맡겠다는 발언도 담겨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금까지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녹취파일 공개로 경영에 개입한 증거가 드러나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은 7일 이같은 의혹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다섯 달째 진척이 없다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는 제주-이스타 M&A 6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논란 1. 서로 안 했다던 '셧다운' 공방 '제주항공 이석주 전 대표 "셧다운 하는 게 맞다"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공개한 통화 녹취는, 지난 3월 20일 제주항공 이석주 전 대표(이석주 AK홀딩스 대표)와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가 대화를 나눈 내용이다. 통화는 6분 35초 분량이다.

    통화 내용에 따르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국내선이라도 운항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이에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 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최 대표는 "국내선 슬롯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게 없어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며 오히려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같은 대화로 미뤄 "전면 운항 중단과 희망퇴직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었고 기업결합심사를 위해 의도된 것이었다"는 게 조종사 노조 측 주장이다. 결국, 전면운항중단 지시 등 제주항공 측이 임금체불에 일정한 책임이 있지만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셧다운하면서 매출이 사실상 '제로'가 됐다. 체불 임금 규모는 약 25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까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이런 비용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떠안기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제주항공은 "그런 의무가 없다"고 맞서왔다.

    이런 가운데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는 도덕적 비난과 함께 그 책임에서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 2. 서로 떠넘기던 '체불 임금'… 제주항공 "저희가 할 거예요. 우선 순위는 임금이죠"

    해당 녹취록에는 "희망 퇴직한 사람들한텐 체납 임금을 다 주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에서 다 줘야 한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는 최 대표에게 이 전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라고 답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어 그는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죠. 그건 제가 사장님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죠"이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의 이같은 답변은 "체불 임금 문제는 사전 계약과 다르고,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는 제주항공 종전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최 대표는 이어 "협력업체에도 미지급이 많다. 셧다운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라고 우려했으나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수준으로 협조해달라고 레터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논란 3. 이스타항공 "제주항공이 구조조정 개입"…제주항공 "이스타가 결정" 반격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개입 여부'다.

    이날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양사의 경영진 회의록도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양사 경영진 간담회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기재 축소(4대)에 따른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제주항공이 추가 대여금 50억 원을 지급할 때에는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집행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3월 10일 실무 임직원 간담회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인력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양사 인사팀이 조속히 실무 진행하기로 의견을 나눴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3월 9일과 10일, 제주-이스타 경영진 회의에서 제주항공이 인력감축과 셧다운을 요구한 회의 기록이 나온 모니터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또 다른 문서에 따르면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직군별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액이 상세히 적혀 있다. 총 405명에게 총 52억 5천만 원을 보상하는 방안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결국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라 희망퇴직 인원과 보상액을 50억 원에 맞춘 것"이라며 "4월에 구조조정을 전체 직원의 45%로 정했다가 이를 다시 절반으로 줄이며 고통 분담을 운운했지만 이미 계획이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6일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관련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항공 노조 주장과 달리 이스타 구조조정은 이스타항공에서 SPA(주식매매계약서) 체결일인 3월 2일 이전부터 기재반납 계획에 따라 준비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결정과 구체적인 숫자, 방안 등은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의사결정 한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3월 9일 오후 5시경에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에 보내준 메일의 첨부 파일의 최초 작성일이 올해 2월 21일"이라며 "SPA(주식매매계약)가 체결된 3월 2일 이전 이스타항공에서 기재 조기반납을 결정한 시기에 이미 작성된 파일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이스타항공 측에서 결정·추진한 구조조정 계획의 진행 상황을 매수인으로서 확인한 것뿐"이라면서 "이스타항공 측에 요구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 측에서는 마치 제주항공이 이를 지시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 4. 기업 M&A에 국토부 장관이 왜 나와요?

    양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을 차례로 만나 M&A 성사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토부는 나아가, "양사 M&A가 재개되면 당초 지원하기로 한 1700억원 이외에 추가적인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산업은행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인다는 전제에서다.

    양사의 M&A가 무산되면 약속했던 1700억 원의 지급도 취소될 전망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그런 것들(M&A)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정부에도 인수합병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감독권을 가진 국토부가 개입한 것은 사실상 제주항공을 압박하는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추가 지원을 받을 경우 특혜 시비가 일 수 있고 이상직 의원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며 정치적 이슈화하는 분위기여서 제주항공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고, 향후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노딜을 선언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5. 이스타항공 대주주 이상직 의원은 뭐해요?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의 위기는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도 있지만, 이스타홀딩스 대주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M&A 잡음을 키웠다. 의원 자녀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이스타홀딩스가 자본금 3천만원으로 100억원을 빌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가 되는 과정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의혹이 일자 이 의원은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헌납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지분 헌납은 제주항공과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 발 빼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무엇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계약 해지 가능성을 통첩한 것은 '이 의원의 지분반납이 역효과를 부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의원이 일가 보유 이스타홀딩스 지분 전량 반납을 선언하며 제주항공에 인수지연 책임을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SPA) 선행조건 이행을 통보하며 긴급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의원의 형이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의 지분(7.49%)은 여전히 내놓지 않아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논란 6. 제주-이스타항공 M&A 무산되면 어떻게 돼요?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일(10영업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다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스타항공이 열흘 내에 해결해야 하는 금액은 800억∼1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사실상 이행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계약 파기 수순을 밟는 것이고, 이 경우 이스타항공은 파산이 유력하다.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은 일터를 잃게 된다. 실제로 파산하면 직원들은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어도 미지급 임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희박하고, 사실상 국가의 체당금 제도를 활용한 지원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상직 의원은 어떤 손실도 보지 않는다. 지분 전량을 반납하면 이번 M&A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된다. 매각차익이 없다던 이스타홀딩스 설명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금전적인 손해도 없다. 오히려 M&A 따른 비용부담을 이스타항공이 모두 떠안게 되니 대주주에겐 어떤 피해도 돌아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 부처 장관이 사실상 M&A를 빨리 마무리하고 인수하라고 주문한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제주항공 입장에서 섣불리 인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녹취록까지 공개될 정도로 갈등이 커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M&A가 성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이스타항공 M&A가 무산되면, 하반기로 미뤄진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M&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조는 향후,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제주항공과 애경그룹을 규탄하는 데 이어 7일 국회에서 정의당, 참여연대, 경제민주주의21 등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7일 이스타항공 경영 개입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M&A와 관련해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을 이행해야 재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변함이 없다. 다만, 셧다운 지시 등의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제주항공이 사실상 최후통접을 통보해, 인수 파기 수순을 밟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국토부 장관의 면담도 당장 무시할 수 없고, 도덕적 비난 등도 피하기 위해 의혹을 해명하되 인수 의지는 밝힐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이 시각 주요뉴스


    NOCUTBIZ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