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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이지 말라"…택배노조 '반성 없는' 택배업체들 규탄



사건/사고

    "더 이상 죽이지 말라"…택배노조 '반성 없는' 택배업체들 규탄

    24일 한진택배 본사 앞서 민주노총 등과 연대집회 열어
    '새벽 4시반 카톡' 언급하며 "사측 전혀 개선의 기미 없어"
    "재벌택배사들, 공짜노동으로 매년 수천억 이윤 남겨" 비판

    전국택배연대노조와 민주노총 등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택배회사들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올 들어 코로나19로 폭증한 업무로 '과로사'한 택배노동자들이 13명에 이르고 있지만, 택배회사들은 여전히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경기본부, 진보당과 함께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주범은 재벌택배사"라며 택배사들에 대한 규탄에 나섰다. 한진 본사 앞 2개 차로를 점거한 80여명의 참여자들은 "재벌택배사 규탄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등의 구호를 소리 높여 외쳤다.

    이들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김모(36)씨가 사망 나흘 전(8일) 동료에게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들어 "'저 너무 힘들어요'라는 카톡 메시지를 남긴 시간이 무려 새벽 4시 28분"이라며 "그가 이 시각에 퇴근하며 동료들에게 카톡을 남겼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것이 택배자본, 재벌택배사의 민낯"이라고 밝혔다.

    전국택배연대노조 등이 24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과로사로 숨진 택배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는 "추석 때 굉장히 많은 죽음들이 연이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책위가 '과로사의 악순환 사슬을 끊자'고 호소했고, (사측에서) 약간의 응답하는 시늉이 있었다"며 "다행히 추석 특송기간에는 과로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추석이 지나고 나니 줄줄이 과로사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죽음 이후 '지병에 의한 사망'이라는 입장을 전해온 한진 측에 대해 "처음에 사측은 '과로사가 아니고 지병이 있었다', '동료들보다 훨씬 작은 물량만 배송했다' 등 사인을 은폐·조작하더니 진상조사 결과 이런 카톡과 증언이 나온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도 회사 쪽에선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책위 등은 한진 측이 뒤늦게 내놓은 사과문이 경영진 명의의 공식입장이 아니라 '임직원 일동'으로 발표된 점, 구체적인 근로환경 개선책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 등을 짚으면서 "사회적 감시가 허술해지는 틈을 타 (사측이)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한진 측과 달리 지난 22일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직접 허리를 굽힌 CJ 측의 사과 역시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4일 오전 전국택배연대노조 등이 개최한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 택배사들을 규탄하는 내용의 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민주노총 김재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당장 (추가)인력을 투입해도 과로사를 막을 동 말 동한데, 돌아가신 분들뿐 아니라 전국에 계신 택배노동자들이 정말 걱정"이라며 "만약 CJ가 1년 전에만 이 대책을 발표했다면, 만약 CJ가 수천 억을 남기는 그 이윤에서 조금만 자신들이 양보를 했더라도 여기 계신 분들이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CJ대한통운의 사과에 대해) 아주 전향적 발표라 했지만 저는 단언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그렇게 분류인력을 (앞으로) 투입한다 해도 그동안 수십년 간 '공짜노동'으로 가져갔던 착취 이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루에 4~5시간이 넘는 택배노동자들의 공짜노동을 모아 한진과 CJ, 쿠팡이 매년 수천억의 이윤을 남기고 이런 빌딩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평균) 하루 14시간을 일하는 등 택배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고강도 노동'도 지적됐다.

    대책위 김태완 공동대표는 "한진에서 돌아가신 분의 사례는 (하루 노동시간이) 22시간인데, 정말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며 "저도 이렇게 일해본 적이 딱 한 번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김 대표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2시까지 '까대기'(분류작업)를 하면 진이 다 빠진다. 이 상태에서 배달이 시작되고 저녁 6~7시가 되면 배가 고파 배고픔과 싸운다"며 "밤 9~11시가 되면 몽롱해진다. 새벽 2시가 되면 호흡이 제대로 되질 않는데,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면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실제로 든다"고 밝혔다.

    또한 "CJ대한통운의 엊그제 사과를 보며 '분류인력 4천명 투입'이 믿기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한편으론 분노도 했다. 3년 전에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공짜노동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개선했었다면 어땠을까"라며 "CJ 측은 여전히 노조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형식적으로 대리점을 내세워 교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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