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유족이 당시 손씨와 동석했던 친구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변사사건 심의위원회 개최를 일단 미루기로 했다.
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전날 서울 서초경찰서에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폭행치사'는 사람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을 말하고, '유기치사'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방치해 숨지게 한 범죄를 말한다. 둘 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유기'의 경우 '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에는 부모, 경찰·소방관, 계약에 의한 사람 등이 해당할 수 있다. 형법상에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노인·유아·환자 등만 해당하지만, '극심한 기아' 상태에 있거나 '술에 몹시 취한 사람' 등도 넓은 범위에서 포함된다.
유족의 고소는 경찰이 손씨 사건을 '변사사건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에 회부하려고 하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에서는 '보강 수사' 또는 '종결' 결정을 내리는데, 종결 결정이 날 것을 우려한 유족이 수사를 계속해 달라는 취지로 A씨를 고소한 것이다.
최근 손현씨는 본인 블로그에서 "심의위 개최를 막아보려고 (시민들께) 탄원을 부탁드리려고 했다"며 "하지만 경찰의 의지는 확고부동하고 내일 개최해도 이상하지 않아서 의미가 없고 말만 많아질 것 같아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으니 수사로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초기 시간을 놓쳐서 어렵게 됐다"며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저희는 우리나라에서 보장된 모든 걸 행사할 것이고 그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당초 경찰은 이날 외부 위원 4명 등으로 구성된 변사사건 심의위를 열어 수사 종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경찰은 내부 회의 끝에 일단 심의위 개최를 미루고 고소 사건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설령 심의위가 예정대로 열려서 '종결' 결정이 나왔다고 해도 이는 '변사 사건'에 국한된다. 유족의 고소 사건은 형사과에서 새로운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고소인 조사 등 처음부터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든 손씨는 실종됐다가 닷새 후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잠이 들었던 A씨는 중간에 깨어나 귀가했으나,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찰은 강력 7개팀을 동원해 두 달 가까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범죄 혐의점 등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고, 뚜렷한 사망 경위 또한 파악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