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르포]"담장 낮추니 탁 트여 북악산도 한눈에"…송현동 부지 개방 첫 주말



사건/사고

    [르포]"담장 낮추니 탁 트여 북악산도 한눈에"…송현동 부지 개방 첫 주말

    9일 비오는 날씨에도 송현동 부지 관람 발길 이어져
    4m 장벽, 1.2m 돌담으로 낮아져
    관람객들 "담 없어져 탁트인 풍경 보기 좋아"

    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
    "흉물 같던 높은 담이 없어지니 인왕산과 북악산이 아우러지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아요"
     
    한 세기가 넘도록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던 '금단의 땅'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지난 7일부터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됐다. 연휴 이튿날이자 일요일인 9일, 새롭게 단장한 '열린송현녹지광장' 관람을 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내내 굵은 빗줄기가 떨어져 쌀쌀한 날씨에도 시민들은 두꺼운 니트 등 따뜻한 옷차림으로 우산을 쓴 채 삼삼오오 광장을 찾았다.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부터 연휴를 맞아 유아차를 끌고 나온 가족, 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시민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높던 담이 낮아지니 탁 트여 좋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입구. 시민들은 우산을 쓴 채 광장으로 삼삼오오 입장하고 있다. 백담 기자9일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입구. 시민들은 우산을 쓴 채 광장으로 삼삼오오 입장하고 있다. 백담 기자'열린 송현'이라는 구조물이 있는 광장 입구로 들어서면 돌길을 따라 양쪽으로 코스모스와 백일홍 등 가을 들꽃이 가득 심어져 있다. 길을 따라 50m가량 쭉 걸어가면 나오는 잔디광장에는 크고 흰 달 모형 풍선과 작은 노란 달 풍선이 여러 개 놓여있다. 송현동 부지 이곳 저곳에는 피어있는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용인에서 왔다는 40대 김수진씨는 "서울에 놀러 왔다가 개방했다고 하길래 산책 겸 찾았다"며 "이전에는 높은 담이 있어 내부가 늘 궁금했는데 와서 보니 꽃이 예쁘게 조성돼 있어서 아이들이랑 오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저 멀리 한눈에 보이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동행한 지인의 사진을 찍어주던 서지현(58)씨는 "이 근처 도서관도 다녔었고 경복궁도 자주 왔었는데 늘 담장 안에 뭐가 있을까 늘 궁금했다"며 "오픈한다고 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밝혔다.

    서씨는 "서울의 역사를 아우르는 이 장소를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게 빼앗겼었다"며 "이제 다시 온전히 시민에게 돌아온 느낌이 든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서씨와 같이 동행한 조현숙씨도 "항상 있던 흉물 같던 높은 담이 사라지니 인왕산과 북악산이 아우러지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밝혔다.
     9일, 약 11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시민이 광장에서 북악산·인왕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백담 기자9일, 약 11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시민이 광장에서 북악산·인왕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백담 기자
    송현동 부지 개방 소식을 듣고 어린 손자,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문성수(68)씨는 "서울 중심부에 있는 좋은 공간을 이렇게 시민들에게 공개해 줘 일부러 찾았다"며 "서울 시민으로서 특수한 사람들만 볼 수 있었던 이곳을 모든 서울 시민들이 다 볼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점심시간에 주변 직장인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산책하는 공간이 될 것 같다. 하여튼 정부에서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함께 산책 중이던 이재승씨는 "아직 심어놓은 꽃들이 영글지 않았고 인위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일부러 찾아올 것 같지 않고 나중에 이건희 박물관 생기면 그때는 목적지로 해서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복궁 바로 옆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일제강점기부터 100년이 넘도록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1910년 조선총독부 신청사와 함께 일본인들의 북촌 침투의 상징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면서 4m가 넘는 담이 쌓였다. 해방 직후에는 미군정이 양도받아 1997년까지 주한미군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다.
     
    이후 소유권이 한국 정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다시 대한항공으로 넘어가며 20여 년간 방치되다 서울시가 2020년 6월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뒤 다시 공공 부지로 돌아왔다.
     
    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10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방치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가운데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편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2024년 12월까지 2년간 임시 개방한다. 이 기간동안 다양한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 5~10월 사이에는 '서울건축비엔날레'를 개최하며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도 내년 이곳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후 2025년부터는 '이건희 기증관'(가칭)을 품은 송현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