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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413일 험로' 시작됐다…생살여탈권 쥔 오세훈과 시의회



서울

    TBS '413일 험로' 시작됐다…생살여탈권 쥔 오세훈과 시의회

    서울시의회 'TBS 지원 조례 폐지안' 본회의 통과
    민주당·TBS 양대 노조 반발…이강택 대표 사의 표명
    내년 2월 신임 대표 선임…TBS 내부 쇄신 공방위


    TBS(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 1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의 최종 심의를 거치면 TBS는 2024년 1월 1일부터 전체 예산의 70%에 달하는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TBS로서는 운영은 물론 400여 명의 직원 급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시의회는 이날 오후 제315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어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재석의원 73명 중 72명 찬성, 기권 1명으로 반대는 0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례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집단 퇴장했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찬반 토론에 나선 양당 간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조례안 처리 찬성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이효원 시의원은 "거짓·왜곡 방송으로 국민 피로가 쌓이고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적과 제재를 받았지만 TBS는 어떠한 개선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조례안 처리는) 자정 능력이 결여된 서울시 출연기관의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자인 민주당 박유진 시의원은 "TBS 재단은 독립된 지 고작 3년 차다.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400명 노동자의 생존권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행위다. 이것이야말로 언론탄압으로 가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함께 나선 민주당 유정희 시의원은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 없이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편향성과 공정성 시비를 시작으로 예산 삭감과 조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정치권력의 언론탄압, 규제와 간섭을 은폐하고 정당화 하려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례안 통과 소식을 시의회 앞 TV 전광판을 통해 지켜본 TBS 노동조합은 "대한민국의 지역 민주주의와 지역 공론장이 무너졌다"며 "TBS의 새로운 탄생과 투쟁을 선포한다. 이전의 조례안보다 더욱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TBS 조례안을 시민사회와 함께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은 앞으로 오세훈 시장이 의장인 서울시 조례·규칙 심의회를 거쳐 최종 공포·시행 된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조례에 명백한 하자나 집행기관의 권한 침해를 한 것이 아닌 이상 공포 절차를 중지하는 재의요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당초 원안에 조례 폐지 시행일을 2023년 7월 1일로 했지만 이날 오전 상임위에서 2024년 1월 1일로 6개월 더 유예했다. TBS 직원 고용승계 및 TBS 자산 정리 방식에 대한 부칙 1·2조는 삭제됐다.

    서울시는 시의회에 제출한 조례안 검토 의견서에서 "직원채용에 관한 부칙은 '평등 채용'의 원칙과 충돌 우려가 있으며, 자산 정리에 관한 사항도 서울시에 권리나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상임위 검토 과정에서 법령 위반 소지와 조례안에 서울시의 지원 근거만 명시된 점을 들어 이같은 내용이 반영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강택 TBS 대표까지 사의 표명을 한 상태에서 TBS는 앞으로 413일 간의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게 됐다.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시의원 전원이 7월 공동발의 했다. 사실상 독립법인인 미디어재단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퇴출시켜 운영지원 예산(출연금)을 끊겠다는 취지다.

    제11대 시의회 다수당을 탈환 한 국민의힘은 지난 6월 29일 오후 제3차 당선자 총회를 열고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시의회 개원 첫날인 7월 4일 발의안을 제출해 'TBS 퇴출'에 닻을 올렸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등 안건에 대한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TBS 구성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등 안건에 대한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TBS 구성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오세훈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며 TBS 운영 폐지가 아닌 편성이나 방송 성격을 교육방송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시의회와 다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교통방송 문을 닫겠다는 입장은 의회와 같으나 기능 전환이라는 목표는 결이 다르다. 저희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TBS 노조와 TBS 언론노조는 노조원 대상으로 이강택 대표의 퇴진을 주제로 찬반을 물었고 두 노조 모두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TBS 기자협회 등 사내 직능단체들은 조례를 발의한 시의회 규탄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국민의힘 조례안 발의 이튿날 의원총회를 열고 'tbs 언론독립을 위한 TF'를 출범시켰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36석을 거둔데 그친 민주당이 시의회 76석의 다수당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월 폭우로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재난안전 대응 부실 논란이 불거지자 불똥은 TBS로 튀었다. 재난방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시의원이 서울시 감사청구를 하면서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재난방송 부실 의혹' 감사에 착수하는 등 압박 공세가 커졌다.

    9월 20일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여야간 격론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TBS가 공영방송 기능을 상실했다며 조례 제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채용 특례 등 위법적 내용이 포함됐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상임위는 결국 이날 안건을 의결하지 않고 공청회를 열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26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외면한 T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과 "TBS에 대한 진단과 공론화 과정 없이 조례 폐지안을 먼저 논의하는 것은 합리적 의사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11월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TBS는 10월 7일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 및 TBS노동조합과 언론노조TBS지부 등 양 노조 대표자들로 구성된 '공영방송 TBS 지속발전위원회'(이하 발전위)를 구성했다.

    발전위는 △공영방송 TBS의 책무 등 미래 비전 정교화 및 시민사회 공유 △공적 재원과 자체 수입 감안한 재정 자립 방안 마련 △지역 공영방송 관련 법 제도 개선 등의 과제를 해결해나가기로 하는 한편,  TBS 양 노조가 사측에 제안했던 '공영성강화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방위는 △시사 보도 기능 전면 개편 △서울지역 특화 콘텐츠 기획, 제작 △콘텐츠 및 사업의 시민 참여 강화 △메가시티 서울에 걸맞는 다문화 방송 확대 △프로그램 및 콘텐츠 평가와 변화 등 TBS 제작 지침을 전면 재정비하게 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TBS의 자정을 촉구하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자 오 시장은 즉시 화답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감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TBS는 누가봐도 정치적으로 편형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시의회는 지원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으나 저는 TBS 노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며 "현재로서는 입장은 다르지만 서울시의회와 소통을 통해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시의회 민주당도 17일 별도의 심의기구 설치를 통해 TBS의 공정성을 제고하자는 취지의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튿날 이강택 TBS 대표가 병원 수술을 이유로 한달간 병가를 낸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목 디스크 수술을 받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11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이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건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내부 구성원들로부터도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 대표에게 TBS 노조는 '이강택 대표 병가 소식에 TBS 직원들, 무책임의 절정 탄식…'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대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바에는 차라리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지난 10일 이 대표 사의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앓고 있는 병이 중추신경이 눌려 몸에 마비 증세가 오는 것이어서 복귀가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1년 정도 치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수술 후 회복까지 12주가 걸려 내년 1월까지 쉬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임기가 만료되는 2월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는다"며 "그때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사의를 표명한 것이지 사퇴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5개월 간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을 둘러싼 갈등은 조례안이 15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일단락 됐지만 TBS 구성원들에는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하려 했던 미디어재단 TBS는 결국 서울시의 재정을 지원받는 안락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 대표 사직서를 접수하는대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신임 대표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이 마무리되면 TBS의 운명은 새로운 대표와 이사회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1년 시한부 여탈권이 오 시장과 시의회에 손에 걸려있는 셈이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이 시민이 아닌 정치인들의 의지에 따라 휘둘리는 이 시대가 야속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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