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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분향소 철거, "하느냐 마느냐"…오세훈의 고민



서울

    [딥뉴스]분향소 철거, "하느냐 마느냐"…오세훈의 고민

    장규석 기자 장규석 기자 
    2차 계고 후 당장이라도 철거할 것 같았던 서울광장 분향소는 지금도 추모객들을 맞고 있다. 자진철거 시한인 15일도 이제 24일 현재 아흐레나 지나가면서 분향소 주변에 감돌던 긴장감은 오히려 많이 가라앉은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제철거는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2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의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조짐이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예고했던대로 대집행을 한다던가 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며, 당분한 행정대집행을 유예하고 유가족과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이번엔 보수 쪽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신들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했던 불법 천막을 강제철거 당한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대표는 최근 오 시장이 분향소 강제철거에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낮우밤좌'(낮에는 우파, 밤에는 좌파)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지난 2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유정인 시의원이 오 시장을 향해 "온정주의에 얽매이지 마시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장규석 기자 장규석 기자 

    오세훈은 낮우밤좌?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윤창원 기자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윤창원 기자
    양쪽에서 모두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든 상황이지만, 시정질의 답변을 종합해보면 오 시장은 나름의 해법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습설치한 분향소는 철거해야 한다는 것.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서울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광장사용신고서를 늦어도 사용개시일 5일 전까지는 시장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절차를 밟지 않고 세운 분향소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무단으로 설치된 설치물을 그대로 용인하게 되면 그 이후에 광장을 관리하는 데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공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끝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철거까지 가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아이들을 먼저 앞세우는 아픔을 겪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굉장히 무겁고 그리고 참 아프다"며 "다른 어떤 사례보다도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고 또 많은 배려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진 철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주홍글씨 될 수 있다"…강경대응 힘든 이유


     이처럼 오 시장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곧바로 분향소 강제철거에 들어가지 않는 배경에는 자칫 강제철거를 시도했다가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향소 철거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오 시장의 정치인생을 평생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아울러 과거 2009년 자신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발생한 용산 참사의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오 시장은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철거민들의 유가족과 재개발 조합, 정부를 중재하며 참사 발생 345일만에 협상을 타결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자신의 지시로 제작한 백서인 '용산 사고 345일간의 이야기: 사고발생부터 협상 타결까지 서울시의 노력'에서, 협상이 타결되던 순간에 "그동안 우리사회에 쌓여있던 원망과 반목, 갈등과 대립을 진정을 치유할 길을 찾아냈다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은 이듬해인 2010년 서울시장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더 복잡해진 방정식…풀릴까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족 측에 제시한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철거 권고기한 만료일인 15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서울시의 위법부당 행정대집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족 측에 제시한 서울광장 분향소 자진철거 권고기한 만료일인 15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서울시의 위법부당 행정대집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다만 당시 용산참사는 철거민과 조합의 갈등 그리고 경찰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서울시장의 직접적인 책임론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인파관리와 재난대응 등에서 오 시장이 책임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기 힘든 상황이다.
     
    방정식은 더 복잡해졌지만 이번에도 문제를 강경 대응보다는 협상으로 풀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오 시장은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고 있지만…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조짐이 보인다"고 상황이 긍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과거 용산참사 당시 종교계 인사들의 협조를 받아 접근한 것처럼, 이번에도 제3의 중재인을 정해 유족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분향소 문제는 정말로 풀릴까. 오 시장은 원칙대로 분향소를 자진철거한다면 "유가족 측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다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서울시가 제안했던 녹사평역사 내 지하공간 말고도 유가족이 원하는 장소를 대안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광장에서 일단 분향소를 철거하고 나서 다시 절차를 밟아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도 가능할까. 서울시의 한 간부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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