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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드리운 '부동산 먹구름'…당국 "리스크 관리 강화"



금융/증시

    증권사에 드리운 '부동산 먹구름'…당국 "리스크 관리 강화"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 지속
    대형사 중심으론 '해외 부동산' 리스크도 부각
    금감원, 증권사 관계자들과 관리 방안 논의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 본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 본 모습. 황진환 기자
    국내 증권사를 둘러싼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기류다. 국내에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하며 중·소형사 위주로 압박이 커졌고, 해외에서는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 하락 등 영향으로 대형사 위주로 손실 위기가 부각되고 있다. 금융 당국도 취약 증권사에 대해선 상황 관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15.88%…3개월 새 5.5%p '껑충'


    20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회사(여전사)‧상호금융을 포괄하는 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31조 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130조 3천억 원에서 3개월 사이 1조 3천억 원 증가한 것이다. 92조 5천억 원이었던 2020년 말과 비교하면 39조 1천억 원이나 불었다. 부동산 PF 대출이란 말 그대로 부동산 사업을 진행할 때 이뤄지는 대출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려 최근 수년 사이 꾸준히 늘어왔다.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19%에서 올해 3월 말 2.01%로 0.82%포인트나 크게 뛰었다. 0.37%였던 2021년 말 대비로는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권별로 세밀하게 살펴보면 보면 증권사 대출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3월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전체 금융권의 4% 수준인 5조 3천억 원으로 비교적 액수가 크진 않지만, 연체율은 15.88%에 달했다. 작년 말엔 10.38%였는데, 불과 3개월 새 5.50%포인트 '점프'했다. 3.71%였던 2021년 말에 비해선 4배 이상 연체율이 치솟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제 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탓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같은 시점에 증권사의 해당 대출 잔액에 채무보증 잔액(21조 8562억 원)까지 더한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7조 1497억 원이었다. 채무보증이란 증권사가 부동산 사업장에 신용보강을 해줘 대출을 돕는 방식으로, 상환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증권사가 빚을 대신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발채무'로 여겨진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최근 부동산 PF 리스크를 진단했는데, 부동산 경기 둔화로 차환 부담이 확대하고 목표 분양률 달성 가능성이 감소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우발채무 부담과 질적 위험수준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 우려도…"리스크 관리 취약 증권사 별도 점검 계획"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신평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해외 부동산 대출·투자·우발채무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비중이 중소형사는 11%이지만, 대형사는 24%에 달해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통화에서 "투자 시점 대비 금리도 올랐고 미국과 유럽의 경우 재택근무가 늘고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공실률도 높아지면서 가치도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투자 환경 악화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최근엔 국내 증권사 등이 홍콩 오피스빌딩에 빌려준 2800억 원 규모의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대출하는 중순위 상품을 내놨고 300억 원은 해당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1150억 원은 다른 증권·보험사 등이 투자했다. 나머지는 미래에셋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 등이 펀드 형태로 판매했다. 하지만 지급 보증을 섰던 홍콩 기업인이 파산하고 빌딩 가격도 하락하자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선순위 대출자가 빌딩을 매각하면서 중순위 대출자는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8일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어 해당 빌딩 대출용 펀드 자산 880억여 원의 약 90%를 상각 처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 측은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 채권의 원리금 회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자사펀드(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도 손실 우려를 낳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17일 공지를 올려 해당 펀드를 통해 투자한 독일의 트리아논 오피스 빌딩 매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빌딩 임대료의 약 60%를 내고 있는 주요 임차인인 데카뱅크가 내년 만료 예정인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공실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이 같은 리스크는 빌딩 가치에도 반영돼 감정평가금액의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신규 임차인 유치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대출 설정을 위해 약 130개 잠재 대주단에 마케팅 활동을 했고, 이 가운데 5개 잠재 대주에서 리파이낸싱(차환)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대주는 약정의 필수 전제 조건으로 본건 자산 소유주의 추가 지분출자를 요청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추가 자본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빌딩 매각이 매입가보다 싼 값에 이뤄지면 펀드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와 은행 등의 손실 가능성도 있다. 3700억 원 규모의 투자금 가운데 약 1900억 원은 기관 투자금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부각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20일 황선오 부원장보 주재로 증권사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 기업금융(IB) 담당 임원과 간담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 부실 채권의 조속한 상각처리를 주문하는 한편 채무보증의 장기 대출 전환도 차질 없이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선 상품화 시 엄격한 심사 절차를 적용하고 위험 요소를 빠짐없이 설명하는 등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능동적 대응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선 별도 관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해 점검하고,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을 실시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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