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두번째)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개막했지만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게 흐르면서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당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출마 후보도 친명 일색인 탓도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대권주자급 인사들이 대거 출마해 '뜨거운 4파전'을 이루고 있는 국민의힘 경선과 비교할 때 부진할 수밖에 없는 '컨벤션 효과'는 물론, 비전·정책 경쟁 마저 실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막 올려…'어대명' 흐름 속 '친명 경쟁'만
민주당은 26일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며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전준위원장으로 이춘석 의원이, 중앙당 선관위원장에 이개호 의원이 선임됐다. 전당대회 후보 접수는 다음달 초쯤 받을 예정이다.
당 대표 선거는 시작부터 '이재명 연임'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사임한 후 공식 출마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강성 당원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대항마가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5선 중진 이인영 의원과 민주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전재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아직은 하마평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현재까지 당 대표 선거판에는 '이재명'만 보이고 있다. 마땅한 상대 후보가 없다 보니, 당의 비전과 정책을 두고 당권 후보끼리 경쟁하는 모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전당대회 때도 이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당시에는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해 선명성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본선에서는 박용진 전 의원이 당의 통합과 혁신을 주장하며 이 대표와 맞섰다. 특히 이 전 대표를 위한 조항으로 논란이 일었던 '기소 시 당직 정지' 당헌 개정, 이 대표의 계양을 출마 문제 등에 대해서는 격한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최고위원 선거도 온통 '친명'(친이재명) 일색이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 대표 사임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친명계 김병주 의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대표와 함께 2026년 지방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의 승리를 위해 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출마가 유력한 김민석·민형배·이언주·전현희·한준호 등 현직 의원들은 물론, 김지호 민주당 부대변인과 정봉주 전 의원 등 원외 후보군 모두 친명으로 분류된다. 이들도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어떻게든 부각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영상 캡처당 대표 선거에는 이 전 대표만 보이고, 최고위원 후보들도 노골적인 '친명 마케팅'에만 매진한 탓에 비전과 정책 경쟁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후보들을 향해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이고 다음 지방선거,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지 자기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와 가깝다', '이 전 대표와 함께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이재명에 대한 충성 경쟁 퍼레이드나 다름 없다"며 "적어도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고민정 의원과 같은 비명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흥행 '빨간불'…중도 확장 측면서 부정적 우려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당대회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의힘의 경우 나경원·윤상현·원희룡·한동훈 등 4명의 중량급 후보가 연일 신경전을 펼치며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변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어떻게든 흥행을 시켜보자며, 경선 방식을 각 지역별로 경선 결과를 발표하는 기존의 지역 순회 방식이 아닌, 최종 경선지에서 한꺼번에 결과를 공개하는 '원샷 경선'으로 하는 방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에서는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 전 대표 중심으로 당이 흘러가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것은 당의 중도 확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이 전 대표가 대권을 바라보는 상황인 만큼 당심도 당심이지만 중도층 표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중진이었던 우상호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에 이 전 대표가 연임하는 것이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느냐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것이 있다"며 "중도층에서 '이거 좀 욕심이 과도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준위는 27일 오전 10시 1차 회의를 열고 전당대회 룰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