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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의정갈등'…의대학장 "정부 소통 끊겨" 중재도 없다



보건/의료

    '강대강 의정갈등'…의대학장 "정부 소통 끊겨" 중재도 없다

    정부 '진료 유지 명령' 발령…전공의, 내일까지 복귀
    복지부, 의협 전현직 집행부 무더기 경찰 고발
    尹 "의료개혁, 협상이나 타협 대상 될 수 없어"
    의협 "공산독재 정권에서나 할 법한 주장"
    의대 교수들 중재 나서지만…"중재하려면 문이 열려야"

    주요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주요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 행렬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23일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한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중재하려 나섰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밀리면서 의정 관계가 회복될 길을 더욱 어두워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오전 수련병원과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기본권이라는 건 법률에 따라서, 또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진료 유지 명령의 재계약 포기금지 항목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라는 지적에 강도 높게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기 시한을 오는 29일로 정하고 의료계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이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복지부는 이날 의료법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의 업무방해와 교사 및 방조 혐의로 경찰에 의협 전현직 집행부를 무더기로 고발했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의료계도 정부의 조치를 '공산독재 정권'에 빗대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공익을 위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북한"이라며 "공산독재 정권에서나 할 법한 주장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협은 "만약 공익을 위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치가 정부 전체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한다면, 4.19 혁명과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결과로 얻어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관계자들은 브리핑 이후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고 기자회견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처럼 의정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작심한 듯 의료계를 향한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논란에 대해 "지금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이 집단 행동으로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 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지금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어떻게 미루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 현장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을 지키며 환자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여러분께 국민을 대표해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의료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정부와 의료계 갈등도 출구를 찾기 어려운 강대강 국면으로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의정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이를 중재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지만, 관계가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서울대 의대 정진행 교수가 소속 대학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23일 박 차관과 전격 회동하며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26일 전공의들과 긴급 회의를 한 이후 정 교수는 '중재 실패 책임'을 지고 위원장 자리를 사퇴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은 정 교수를 향해 "대표자 자격은 있냐"고 저격하면서 내부 불협화음까지 빚어졌다.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 교수들도 의협 비대위와 의협 소속 회원"이라며 서울대 의대의 중재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의사 대표 단체는 의협'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의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도 이날(27일) 정기총회를 열고 의대생과 정부 사이에서 학장들이 할 역할을 모색했지만 의정 관계 중재자 역할까지 나서지는 못한 채 마무리됐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신찬수 KAMC 이사장은 이날 오후 회의를 마친 뒤 "각 학교 학장님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정부와 소통이 끊어졌다"며 "중재를 하려면 문이 열려야 하는데 아직은 문이 닫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휴학한) 학생들이 유급당하지 않도록 최장 3월 16일까지 개강일을 늦춰주는 것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대 학장들도 의정 관계 회복의 중재자 역할에 백기를 들면서 향후 의정 갈등 국면이 출구 없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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