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의대 교수 '집단사직'…"진료 취소될까" 불안한 환자들



사건/사고

    의대 교수 '집단사직'…"진료 취소될까" 불안한 환자들

    전국 의대 교수들, '2천 명 증원 철회' 요구
    수술·진료 시간 주 52시간 이내로 축소
    진료 공백 우려에 "진료 취소될까 걱정"
    "정부, 대비 없이 정책 강행 안타까워"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돌입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주보배 수습기자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돌입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주보배 수습기자
    의과대학 정원 2천 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는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단행하면서, 환자들은 "제때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지 못할까"하는 불안에 떨고 있다.

    26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50대 3기 폐암 환자 이모씨는 "보통 3개월 치 정도씩 약을 처방 받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3년 동안 먹어야 하는 약을 2년 동안 먹어 왔는데 내성 안 생기려면 앞으로 1년을 더 먹어야 되는 상황"이라며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데 교수들이 못 나올 경우 기존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을지…"라며 불안해했다.

    30대 중반인 신장 이식 환자 A씨는 "이식 치료 부작용으로 생긴 피부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데 5월 2일 진료가 취소됐다고 통보받았다"며 "파업 때문에 수급과 진료가 힘들 것 같다. 파업 끝나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암 표적 치료를 받으러 온 유방암 2기 환자 박모씨도 "어제 (의대 교수 사직 관련) 뉴스 보고 걱정이 진료 예약이 취소됐을까 봐 병원에 전화했더니 다행히 오라고 했다"면서도 "예전에 예약해 둔 마취통증의학과나 정형외과 진료는 응급이 아니라서 취소됐다"고 했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돌입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암센터 대기석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치료센터 앞에는 '146분 상담지연'을 알리는 공지가 떠있다. 나채영 수습기자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과대학 교수들이 집단 사직에 돌입하는 등 의정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암센터 대기석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치료센터 앞에는 '146분 상담지연'을 알리는 공지가 떠있다. 나채영 수습기자
    같은 날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이모(78)씨는 "(의대 교수 집단사직 사태가) 말이 되느냐"라며 "의사가 특권인가, 직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해서 톤만 생각하면 떠났으면 좋겠다"며 "의사들이 양보 좀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환자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설마 의사가 위급한 환자까지 외면할까"라며 담당 의사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대장암 환자 B(69)씨는 "(항암 검사는) 사람마다 8번, 12번 받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54시간 입원하는 사람도 있다"며 "종류마다 다 다르고 이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딸이 서울대병원 전문의라고 밝힌 B씨는 "나중에 파장이 상당히 클 텐데 (집단 사직해버리면) 자기가 담당한 그 많은 환자를 교수님이 책임질 건가"라며 "환자들을 맡고, 또 의사로서 히포크라테스 선서한 이상 현장을 지켜야 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딸은) 엄마가 이러고(암 투병) 있으니까 더 걱정이겠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익히 예상됐던 의료 현장 혼란 등에 대한 충분한 대비도 없이 의대생 증원 정책부터 밀어붙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왔다.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 채혈실 앞에서 위암 검사를 받으러 온 남편을 기다리던 박모(56)씨는 "환자 입장에서는 몸이 아파서 이른 시일 내에 진료받고 치료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얼마나 불안하겠나"라며 "정부가 대안도 준비하지 않고 강행해 버리겠다고 발표하니 의사들이 화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비도 없이 미숙한 모습이 안타깝다"며 "국민들은 아파서 죽어가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사직서 작성하는 교수. 연합뉴스사직서 작성하는 교수. 연합뉴스
    앞서 지난 25일 고려대 의료원 산하 3개 병원과 울산대 의대 교수, 연세대 의대 등에 이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섰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의대 교수들이 소속된 병원 중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은 3곳이 포함됐다.

    특히 4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잠정 보류하기로 하고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교수들은 '2천 명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사직서를 내고 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들이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는 이른바 '52시간 준법 투쟁'을 하고, 중증·응급 환자 치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진료 공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