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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민군 최고사령관 깃발은 왜 사라졌나?



통일/북한

    北 인민군 최고사령관 깃발은 왜 사라졌나?

    군 훈련에서 최고사령관기 내걸지 않아
    과거 영상에 찍힌 사령관 깃발도 찾아서 삭제
    핵에 실력까지 갖춘 軍에 정치적위상 부여는 부담
    선군정치 폐기와 함께 최고사령관 깃발도 사라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 지휘부와 직속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 지휘부와 직속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내에 지방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발전시킨다는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공장 건설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이 바로 군인들이다. 
     
    공장을 지으려고 하는 전국 20개 행정 군 인근의 부대에서 병력을 차출해 20개의 제124연대를 신설했다. 
     
    한 연대가 군인 2천 명 정도로 구성된다고 하면 약 4만 명이 전국 지방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셈이다. 
     
    북한의 군부대가 주요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이미 오래되었지만 최근에는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군부대 투입으로 이미 "20개 시·군 지방공업공장들의 방대한 기초굴착 공사가 결속되고 기초 콘크리트 치기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북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이다. 
     
    군부대가 주요 건설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북한에서 인력과 장비 등 자원을 가장 많이 갖춘 조직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전쟁준비 차원에서 핵·미사일 운용에다 재래식 실전훈련을 이어가면서도 지방공장 등 주요 건설까지 담당하는 군은 북한에서 그야말로 '맡겨만 주면 다 하는' 집단이다.
     
    군의 역할이 이처럼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인민군을 상징하는, 원수별이 그려진 최고사령관 깃발이 북한의 실전 훈련에서 사라져 눈길을 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3일 지도한 탱크병 연합부대 훈련에서는 최고사령관기가 내걸리지 않고 인공기만 등장했다. 지난 2017년 4월 1일 같은 탱크병 경기대회에서 최고사령관기가 존재감을 과시한 것과 비교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 연합부대 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하며 인공기가 달린 신형 탱크를 직접 조종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 연합부대 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하며 인공기가 달린 신형 탱크를 직접 조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영상에 찍혔던 최고사령관기를 찾아 지우기까지 한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 23일 조선중앙TV에 재방된 기록영화 '영원히 가리라 백두의 행군 길을'에서는 원래 영상에 있었던 최고사령관기가 지워졌고, 2022년 2월 1일 방영된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에서도 열병식 실황 중계 때 펄럭였던 최고사령관기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최고사령관기는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와 노동당기와 함께 북한의 3대 깃발로 중시된다.
     
    이런 최고사령관기가 북한 군사훈련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북한 인민군총사령관으로 군통수권자인 김정은 본인을 상징하는 깃발인데도 말이다. 
     
    통일부는 이를 북한 군부에 대한 통제 강화 목적으로 설명한다. 90년대 김정일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등장한 최고사령관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를 상징한다. 
     사라진 북한 최고사령관기 '원수별'. 통일부 제공사라진 북한 최고사령관기 '원수별'. 통일부 제공
    군대에 높은 정치적 위상을 부여한 것이 선군정치이다.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고난의 행군 시기에 당 조직이 무력화되자 김정일 스스로 국방위원장에 올라 군을 앞세우며 사회 질서를 회복하고 체제를 수호하는 일종의 '계엄통치'를 실시했다. 
     
    그런데 김정일 시대와 달리 고도화된 핵·미사일을 운용하고 주요 건설사업을 수행하는 자원과 실력을 갖춘 군에 정치적 위상까지 계속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에서 최고사령관기가 사라진 게 2019년 하반기부터이다. 동시에 선군정치라는 용어도 삭제되기 시작했다. 2019년 헌법 개정에서 선군정치가 삭제됐고, 이 때 노동당 내에 군정지도부를 설립해 군부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했다. 반면 김정일 시대에 군대 내 당 조직을 관할하며 위세를 떨쳤던 총정치국은 힘이 빠졌다. 2021년 당 규약 개정에서도 선군정치는 삭제됐다.
     
    요컨대 김정은 시대 군의 무력은 더 강화됐지만 당의 통제 강화로 군의 자율성과 정치적 위상은 훨씬 깎였다. 선대의 선군정치가 폐기되면서 최고사령관기도 사라진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독자적인 수령으로서의 김정은 위상이 본격화되면서 군 대신 당의 위상을 높이고 당국가 체제를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이런 점에서 김정은은 선군정치나 최고사령관 상징물 없이도 당 국가의 수반으로 군을 통제하고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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